06.30.정권교체 기치로 대선출마 선언한 '文정부 검찰총장' 윤석열
작성자
akuc
작성일
2021-06-30 07:51
조회
88

정권교체 기치로 대선출마 선언한 '文정부 검찰총장' 윤석열
2021-06-29 17:3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정권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정치 참여를 공식화하며 내년 3월 대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3월 4일 총장직에서 중도 사퇴한 지 117일 만이다. 예견된 일이지만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필수인 총장 사퇴에 이은 4개월 만의 정치 참여는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자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정치 참여로 총장 재직 중 그가 지휘한 수사는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없고, 현 검찰 조직도 전직 수장의 선택에 따른 분열과 내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개월가량 전언정치를 하던 그는 그러나 총장으로 있을 때 집권 세력의 공격에 맞서며 만들어진 반골 이미지와, 정파 가릴 것 없이 권력 수사의 칼끝을 들이대 얻은 공정 이미지를 자산 삼아 끝내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배경이 어떻든 이제 링 위에 오른 이상, 국민들에게 정책 비전을 구체화하여 내놓고 한층 철저하게 자질과 도덕성 검증을 받을 각오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윤 전 총장은 보수 야권의 정체성을 선명히 했다고 보인다. 이 정부 들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가 무너졌다며 공정과 상식으로 법치를 세우고 국가를 정상화하겠다는 게 출사표의 핵심이어서다. "무도한 행태" "소수의 이권 카르텔" "권력 사유화"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 등 최고 수준의 거친 언사를 동원한 정부 비난은 야당의 국회 연설이나 대정부질문보다 강도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비록 준사법기관 성격을 가진 검찰 조직이지만 행정부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일하며 이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그에게서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유감이다.
특히 그가 주장한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한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은 그런 평가조차 찬반 논란이 따르는 사안일 뿐 아니라 집권기 전반을 관통한 이 정부의 국정 철학이자 기조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나아가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며 그것을 독재나 전제인 양 몰아세운 뒤 원칙을 바로잡아 경제 사회 제도의 혁신을 하겠다는 요지의 비전 제시는 아직은 뼈와 살이 한참은 더 붙어야 할 앙상한 비전으로 평가된다.
왜 대통령을 해야 하나, 정치 참여는 검찰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파트너로 보나, X파일을 어떻게 생각하나와 같은 기자들의 질문에 원론적 답변에 그치거나 즉답하지 않은 것 역시 아쉽다. 꼬리를 무는 보충 질의가 없는 회견의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대선 도전자로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검찰 중립성 훼손에 관한 생각을 묻자 선출직 불출마 관행이 절대적 원칙은 아니라면서 법치와 상식을 되찾으라는 국민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 대답은 실망스럽다.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상식의 잣대로 볼 때 검찰총장의 정치 직행은 중립성 훼손 우려가 커서 관행상 자제됐던 것을 알고 있다면, 상식을 저버리는 자신의 모순적 선택에 대한 양해부터 구했어야 옳다.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린 국힘 경선 참여 여부에 대해선 아예 대답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그가 그리도 앞세우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근간이 정당정치 체제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제 생각을 밝혔어야 한다. 지금 봐선 일정 기간 당밖에서 민생 탐방과 대선 수업을 병행하며 지지율을 관리하다 유불리를 따져 입당 여부, 경선 참여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계속 그렇게 활동하면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다는 태도는 대선 도전자의 자세일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부동산, 청년 등 이 사회의 핵심 의제와 당면 이슈에 대해 주자들의 철학과 대안을 더 많이 육성으로 듣고 그들을 판단할 기회를 가지는 것은 시민들의 권리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