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가룟유다와 맛디아

부활절  일곱번째 주일 / 5월 세번째 주일
요한복음서 17:12-19, 사도행전 1:15-17, 21-26
부활절, 가룟유다와 맛디아
정해빈목사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서 일하는 21세기의 예언자를 꼽으라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지구환경을 위해 일하는 그레타 툰베리 같은 사람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3월 극우 테러로 51명의 무슬림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아던 총리는 스카프를 쓰고 피해자들을 껴안았습니다. 유명해지고 싶어 테러 현장을 생중계한 가해자에 대해서는 이름을 부르지 않고 “범죄자”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뉴질랜드 정부는 자동소총 판매를 금지시켰고 일반인이 보유한 자동소총을 정부가 다시 사들이는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아던 총리는 약자나 소수자 한두 명을 상징적으로 집단에 넣어주는 토크니즘(tokenism)을 거부하고 내각의 절반 이상을 여성들과 원주민들에게 할애하였습니다. 2018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는 뉴질랜드 전체 시민을 대표한다는 뜻에서 마오리족 전통 의상을 입고 여왕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던 총리는 지도력을 잘 발휘해서 뉴질랜드를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코로나에 대처하는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한편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습니다.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인 18세의 크레타 툰베리는 2019년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는 이 연설에서 미래세대를 위해서 UN이 제시한 산업혁명 이전 대비 기후변화 한계치를 기존에 국제사회가 합의한 2°C가 아니라 1.5°C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구평균 온도가 2°C 이상 올라가면 해수면이 상승해서 지구에 재앙이 닥칩니다. 그래서 각 나라의 지도자들이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모여서 모든 나라들이 온실가스를 줄여서 지구평균온도를 2°C 이상 올리지 않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크레타 툰베리는 기후변화의 속도가 심각하기 때문에 온도상승의 한계를 2°C가 아니라 1.5°C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모든 미래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툰베리는 기성세대 지도자들에게 자신과 같은 미래세대를 위해서 기후변화 재앙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오늘은 부활절 마지막 주일, 승천주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7주 동안 부활의 기쁨과 부활의 능력과 부활의 소망을 묵상하였습니다. 사망권세를 깨트리시고 부활하신 주님은 40일 동안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신 후에 하늘로 승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17장에서 땅에 남아 있는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그래서 요한복음 17장은 “예수님의 고별기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나는 아버지께로 갑니다. 내가 아버지께 비는 것은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 가시는 것이 아니라 악한 자에게서 그들을 지켜 주시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과 같이 나도 그들을 세상으로 보냈습니다.” 예수님은 하늘로 승천하셨지만 제자들은 땅에 남았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제자들이 이 땅에서 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제자들은 성령의 도움을 받으며 이 땅에서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것처럼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이 땅에 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남은 제자들을 걱정하시며 악한 자에게서 제자들을 구해 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제자들처럼 우리도 부활의 증인으로 부름받았습니다. 예수님처럼 하늘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있는 동안 부활의 증인으로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21세기의 예언자, 21세기의 부활 증인으로 부름받았습니다. 인류의 공존과 평화를 위해, 창조세계의 보존을 위해, 기후변화/전염병 예방을 위해 부름받았습니다. 지구촌에 거하는 모든 생명들이 안전하고 풍성한 삶을 살수 있도록 일하라고 부름받았습니다. 21세기에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과 편견과 폭력의 세상을 부활의 기쁨이 넘치는 세상으로 변화시키라고 주님께서 우리를 이 땅에 보내셨습니다. 이것이 부활절의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며 고군분투할 때, 부활의 주님께서 우리를 격려하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두번째로 읽은 사도행전 1장은 예루살렘 초대교회가 가룟유다를 대신해서 맛디아를 부활의 증인/사도로 선출한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그들은 가룟유다의 자리에 새로운 사람을 채워서 12명의 사도(apostolos, 使徒, 파견된 자)를 세우기를 원했습니다. 성경은 가룟유다를 재물을 탐하고 세상적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묘사를 했습니다. 그는 재물을 관리할 정도로 유능하였기 때문에 주님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은돈 30냥에 예수님을 팔고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주님의 제자로 부름받은 사람이 배신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삶은 우리가 어떤 마음을 품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젊은 시절 정의를 외치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하고 타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의 마음이 욕망으로 채워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최후의 만찬의 모델을 찾다가 한 착한 청년을 만나서 그를 모델로 예수를 그렸습니다. 세월이 지나서 다시 범죄자를 찾아서 그를 모델로 가룟유다를 그렸는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가룟유다를 대신할 사람으로 요셉과 맛디아를 선출하였고 다음과 같이 기도하였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다 아시는 주님, 주님께서 이 두 사람 가운데서 누구를 뽑아서 이 섬기는 일과 사도직의 직분을 맡게 하실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십시오.” 후보로 선출된 두 사람에게 제비를 뽑게 하니 맛디아가 뽑혔습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제비를 뽑는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히브리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도착하였을 때 서로 좋은 땅을 가지려고 싸우지 않고 대신 제비뽑기를 통해서 땅을 분배받았습니다. 옛날 제사장들은 우림과 둠밈 두가지 돌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것을 주사위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열두번째 사도가 될 만한 두 사람을 선출하였고 두 사람으로 하여금 제비를 뽑게 하였습니다. 이것은 두 명의 후보는 자신들이 선출하였지만 최종결정은 하나님께 의뢰하였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이렇게 사람의 노력과 하나님의 뜻 모두를 존중하는 지혜로운 교회였습니다.

성경은 가룟유다를 대신해서 선출된 맛디아에 대해서 자세히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맛디아가 제자로 선출된 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맛디아는 가룟유다를 대신해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제자의 사명을 성실하게 잘 감당했을 것입니다. 초대교회에는 이렇게 가룟유다처럼 비극적인 사람도 있었고 이름이 나오지 않는 여인들처럼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예수님 당시에는 제자가 아니었지만 나중에 제자로 선출된 맛디아 같은 사람도 있었고 제자로 추천받았지만 제자로 뽑히지 않은 요셉 같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신앙공동체에서 사라진 사람도 있었고 새로운 주인공이 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교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렇게 사람을 잃어버릴 때도 있고 새로운 사람을 찾을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초대교회는 조금씩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부활/승천하셨고 이 땅에는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남았습니다. 예수님이 기도하셨던 것처럼, 예수님은 제자들을 세상에 파송하셨습니다. 제자가 사도가 되었습니다. 이 땅으로 파송받은 사도들은 교회를 세웠고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였습니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서로 협력하고 한편으로는 기도하면서 주님께서 맡겨주신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우리들도 한편으로는 협력하고 한편으로는 기도하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21세기의 예언자, 21세기의 부활의 증인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면서 이 땅을 살아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picture-in-picture” allowfullscreen>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