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 및 소회 소식

요나 6월 목회서신

요나회
작성자
sangjin yoo
작성일
2019-06-21 07:18
조회
814

요나... 6월 목회서신


 

부서지자! 부서지자! 부서지자! 부서지자!

부서지자! 부서지자! 부서지자! 부서지자!

어제 하루 진종일,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위로, 열지 않은 베란다 창문 밖으로, 우리가 늘상 걷는 생의 마당에, 때론 기도하던 옥탑방 처마에, 그리고 트럭 다시방 유리창에 부서지자, 부서지자하며 비가 내립니다. 뭐가 그리 부서지고 싶은지... 하나님께서 만드신 만물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또 다른 음성을 듣는 하루였습니다. 매월 중순경에 보내는 목회서신을 아직도 보내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비 그친 새벽에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오뉴월 뙤약볕이 성성한데, 요나... 다들 건강하시지요? 그래도 간간이 내리는 장대비가 오뉴월 말라가는 남새밭을 촉촉이 적시고 푸-욱 삭히고 있습니다. 무럭무럭 채소들을 잘도 키워 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요나...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은혜의 단비를 머금고, 유월도 장미처럼 피어나기를 바라봅니다.

 

제가 우리 요나회 회장인 재윤씨 만한 나이에, 한국 경기도의 한 교회에서 교회학교 담당 전도사로 있었지요. 한참 신학교를 다니는 새내기 교육전도사요. 꼭 요맘때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눈에 선한 교회학교의 꼬맹이 얘기를 들려주려고요. 제가 교육전도사 시절에 섬기던 경기도 평택의 교회학교에 다니던 아이입니다. 박지인이라는 녀석입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지인이는 이제 재윤씨 만한 나이가 됐고, 재윤씨 만했던 나는 이제 재윤씨 만한 아들, 딸들을 낳았습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세상의 모두가 평행한 시간을 여행하지만 시간은 잔인하게도 다 다른 삶의 순간들을 맞이하게 합니다.

 

그 한 순간을 스치듯 지났는데 잊을 수 없는 얼굴... 세상에 나온 지 꼭 십 년이나 된 이 녀석은 동그란 눈에, 동그란 입에, 동글동글, 여기 저기 얼굴을 안내비치는 곳이 없었답니다. 교회 이편에서 저편으로 가로질러 뛰는 모습이 영락없이 동글동글 오뚜기입니다. 주일 예배시간에 결석하는 법 없고, 늦는 법도 없이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손장난, 발장난, 몸장난에 여지없이 선생님들의 시선을 모으는 이 녀석이 그 날 교회에 안 나왔어요! 이 녀석이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교회는 안 오고 그 날 시에서 주체했던 “평택 그린 마라톤대회”에 참여를 한 겁니다. 어쨌든 그 녀석 하나 없으니깐 예배시간이 너무 조용하대요. 뭔가 허전하고, 교회가 텅 빈 것 같고, 무엇보다도 눈이 섭섭합디다. 거기다가 우리 교회 옆에 있는 공설운동장에서 쟁쟁거리는 마이크 소리며, 호르라기 소리며 어린이 예배가 끝나고, 그리고 주일예배가 다 끝날 때까지, 그날 예배는 좀 어수선했습니다. 얄궂게도 주일예배가 끝날 무렵에 그 마라톤대회도 끝이 난 듯했습니다.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져 무리도 없어지고, 창문으로 보이는 공설운동장의 풍경이 이제 배우들이 퇴장하고, 조명이 꺼진 무대처럼 한산했습니다.

‘우리교회 아이들은 다 잘 뛰었을까?, 뛰다가 넘어진 녀석은 없었을까?’ 예배를 마치고 다함께 식사를 하고, 교회가 평상을 되찾은 지 1시간쯤 흘렀을까요? 낯익은 동그란 얼굴이 교회 유리문 밖에서 빼꼼히 교회 안을 탐색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박지인이었습니다! 얼굴보다 더 동그란 메달을 목에 걸고 방긋이 웃으면서 나타난 것입니다. 마라톤 행사가 마치는 공식적인 시간은 12시였는데 거의 2시가 다 되어서 나타난 이 녀석이 (늘상 몸을 비비꼬면서 먼저 안기는 게 일인데)오늘은 목에 걸린 메달을 먼저 손으로 내밀어 보입니다. 반가움도 반가움이지만, 공설운동장에서 통복시장까지, 그리고 다시 통복시장에서 공설운동장까지 이 악물고 달리는 녀석의 얼굴이 먼저 보여 그만 눈시울이 젖었습니다. 시간으로 봐서, “최후의 주자”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모르는 체, 물어보았습니다.

“몇 등 했어?”

“몰라요!”

사실 묻는 저에게도 몇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10살에게 버거운 달리기, 혹 최후의 주자였을지 모르지만, 단지 이 10살이 자기가 달려야 할 길을 다 달리려고 얼마나 애 썼을까, 그 증표로 받은 메달보다 더욱 빛나는 아이의 눈을 보며 저는 한없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지인이가 내민 메달의 뒷면에는 용감무쌍하게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완주”

 

달리기하는 이가 어디 지인이 뿐이겠습니까? 세상 사람들도, 저도, 그리고 요나... 그대도 사실, 다 “인생주자”들 아니겠습니까? 영어 패스할 때까지든지, 대학 졸업할 때까지든지, 직장 구할 때까지든지, 혹은 내 집 마련 할 때까지든지... 그 끝은 서로 다 다르지만, 그리고 출발점도 다 다르지만 지금 어디까지 달려 오셨습니까? 좀 쳐져있습니까? 걱정 마세요! 지금껏 쉼 없이 달려온 우리 모두는 이미 “역전주자”입니다.

요즘 교회의 행사가 없어서 청년예배 시간에 오롯이 함께 나누는 성서따라가기 시간이 매주 저에게는 은혜가 됩니다. 지난 주간에 나누었던 우리 모두의 하나님 고백, 기억나시나요?

저는 믿습니다. 지금도 쉼 없이, 그리고 때로는 버겁게 달리는 요나... 그대에게 하나님께서 더없이 다정한 친구로, 가장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WHACHER로, 세상에서 가장 품질 좋은 안전벨트로, 반드시 나를 찾아와 만나줄 연인으로, 밑도 끝도 없이 한없이 베푸는 자로, 나를 죽음에서 건져주실 구원자로, 그리고 깊은 위로자로 곁에 계심을!

 

--------------- 2019년 6월 21일. 향긋한 아침. 유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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