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첫번째 주일 / 11월 네번째 주일
누가복음 21:25-36, 데살로니가전서 3:11-13
대림절, 너희의 머리를 들어라
정해빈목사
오늘부터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림절을 영어로 에드번트(Advent)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오다, 도착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아벤투스(Adventus)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로마제국의 황제가 어느 동네를 방문하면 동네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황제가 오는 것을 기다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초대 교회 성도들은 만왕의 왕 되시는 예수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시는 날을 기다리며 대림절을 묵상했습니다. 대림절은 두가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과거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하는 것을 가리키고 둘째로는 미래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림절은 평화의 왕이신 주님의 탄생과 주님의 다시오심을 기다리는 기간을 가리킵니다. 기독교 신앙은 메시야를 기다리는 기다림으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세상달력은 1월부터 시작되지만 교회달력은 11월 말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세상달력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갑니다. 달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달력이 없다면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지 않고 무질서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동물은 달력이 필요 없습니다. 동물은 시간을 계산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은 달력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달력을 통해서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압니다. 1월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2월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달력이 우리의 삶을 의미있고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세상달력에 더해서 교회달력이라는 또 하나의 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2개의 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보다 더 의미있고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세상달력이 세상의 시간을 깨우쳐 준다면 교회달력은 영적인 시간을 깨우쳐줍니다. 교회달력은 우리가 1년 12달 영적인 시간을 깨달으며 주님과 동행하도록 우리를 인도해 줍니다.
그림을 보시면 교회달력이 어떻게 시작되고 끝을 맺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교회달력은 11월 넷째주일 대림절부터 시작해서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 창조절로 끝을 맺게 됩니다. 대림절/성탄절/주현절/사순절/부활절은 우리에게 하나님나라를 가르쳐 주신 성자 예수님을 묵상하는 절기이고, 성령강림절은 우리를 치료하시는 성령 하나님을 묵상하는 절기이고, 창조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묵상하는 절기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1년 12달 성부, 성자, 성령님을 묵상하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림을 보시면 교회달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 수 있습니다. 교회달력은 우리의 삶을 기쁘고 의미있고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세상 사람들 중에는 주어진 시간을 아무런 의미/목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달력을 따라가면서 삼위일체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시간도 축복이고 교회달력도 축복입니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시간을 기뻐하고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가리킵니다. 교회달력을 통해서 삼위일체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 때 우리는 풍성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혹시 매일매일의 삶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십니까? 교회달력을 따라가면서 주님과 동행하며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인생을 살 때 우리의 삶은 훨씬 더 기쁘고 의미있는 삶이 될 것입니다.
대림절은 기다림의 계절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다시 오셔서 이 세상을 구원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메시야를 기다리는 것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우리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교통과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옛날 왕들이 누리지 못했던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편리해진만큼 세상은 더 불안해지고 위험해졌습니다. 인류는 편리한 세상을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정의롭고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메시야가 오셔서 이 세상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세상으로 만들어 주기를 우리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첫번째로 읽은 누가복음 21장을 보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말씀하신 내용이 나옵니다. 해와 달과 별들에서 징조들이 나타나고 바다와 파도가 성난 소리를 내고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리면 인자가 올 때가 가까이 왔다는 뜻이니 그런 징조가 보이면 일어서서 너희의 머리를 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머리를 들라는 말씀은 깨어서 준비하라는 것을 가리킵니다. 무화과나무에서 잎이 나오면 여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처럼, 세상이 흔들리는 징조가 보이면 하나님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깨달으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2000년 전 누가교회가 박해받고 고난을 견디면서 주님의 다시오심을 기다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 전 누가교회는 예수님을 메시야로 고백했다는 것 때문에 로마제국과 유대교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주님의 다시오심을 기다리는 신앙이 있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고난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것은 수동적인 자세를 가리키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것도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기다릴 수 있습니다. 누가교회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기다렸습니다.
누가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약속된 미래는 그냥 오지 않습니다. 미래를 바라보고 계획하고 준비해야만 약속된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옛날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들도 해와 달과 별이 흔들리고 바다와 파도가 성난 소리를 내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고 기후변화/환경오염/이상기온의 징조가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지구 온도가 1.5도가 올라가면 기상이변이 일어나서 사람이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세대는 괜찮을지 몰라도 50년, 100년 후 우리의 후손들은 큰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최근 영국에서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회의가 열렸습니다. 1995년부터 시작한 회의가 올해 26번째 회의가 되었기 때문에 COP26 이라고 부릅니다. 197개국이 모였는데 국가마다 입장이 다르고 속도가 너무 느려서 이런 식으로 가면 지국 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00년 전에도 세상이 흔들렸고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징조를 알아차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미래를 맞이할 것이고 세상의 징조를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은 심판받는 미래를 맞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인류가 깨어서 세상의 징조를 알아차리고 기후변화에 잘 대처하면 살 것이고 세상의 징조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인류는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지금의 고난에 좌절하지 말고 주님께서 다시오실 미래를 준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00년 전에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필요한 말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기후변화로 인해 세상이 불안하고 힘들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머리를 들고 지혜를 모으고 깨어 기도하면서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서로 풍성한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붙들어 주면서 고난을 견디라고 말했습니다. 고난을 견디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낫고 둘보다는 셋이 더 낫습니다. 함께 모여 기도하고 의지할 수 있는 교회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교회가 우리를 지켜주고 붙들어 줍니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흔들릴수록 서로를 붙들어 주고 미래를 준비할 때 새로운 미래는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세상의 징조가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너희의 머리를 들어라, 기도하면서 늘 깨어 있어라,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서로 사랑을 풍성하게 나누십시오. 서로서로 마음을 굳세게 하십시오.” 누가복음과 데살로니가전서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주님께서 약속하신 하나님나라를 바라보고 준비하고 기다리면서 대림절을 시작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Leave a Comment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