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다섯번째 주일/5월 세번째 주일
부활절, 하나님 나라의 열린 식탁
사도행전 11:5 – 18
정해빈 목사
사도행전을 읽어보면 맨 처음 교회가 시작되었을 때 그들이 어떻게 신앙생활을 했는지,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씨름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공생애를 사셨을 때는 활동무대가 주로 이스라엘 북쪽 갈릴리 지방이었고 예수님이 만난 사람들은 주로 같은 동포 유대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대교회는 갈릴리를 떠나서 더 넓은 지역으로 로마제국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더 넓은 지역,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초대교인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사도행전 11장 말씀을 보면 베드로가 예루살렘 교회 교인들에게 연설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베드로가 로마군대 백부장 고넬료를 만나고 나서 예루살렘 교회로 돌아오니까 교인들이 베드로를 향해서 어째서 할례 받지 않은 사람 집에 들어가서 함께 음식을 먹었냐고 베드로에게 따졌습니다. 왜 이방인 집에 들어가서 같이 음식을 먹었냐는 것입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다른 민족 집에 가서 음식 먹은 것이 무슨 문제가 되나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00년 유대인들은 다른 민족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그들과 함께 식사하지도 않았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3가지 규칙이 있었습니다. 남자의 경우 할례를 받아야 하고, 식사할 때는 레위기에 기록된 대로 깨끗한 것만 먹어야 하고, 안식일을 지켜야 합니다. 유대인들은 유대인이라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들과 구별되는 자기들만의 전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헬라인/로마인들은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유대인 기준으로 보면 부정한 사람들이 됩니다.
누구와 밥을 먹느냐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상대방과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나의 친구/이웃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한자로 식구(食口)라는 말이 한 집에서 같이 밥 먹는 사람을 가리키듯이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 내가 한 가족이라는 것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사시면서 가난한 사람들/병자들/세리들/죄인들을 식탁에 초대하시고 같이 식사하셨습니다. 예수님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가리켜서 “저 사람은 마구 먹어대는 자요, 포도주를 마시는 자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이다(마태복음 11:19)”라고 말할 정도로 예수님은 사람들과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 참석하셨고, 삭개오의 집에 들어가서 식사하셨고, 최후의 만찬을 주최하셨고, 엠마오 도상에서 제자들과 같이 식사하셨고 이른 아침 베드로를 찾아가서 같이 식사하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보통 예수님이 베푸시는 식탁을 가리켜서 “열린 식탁(Open Table)”이라고 말을 합니다. 사람의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올 수 있는 식탁이기 때문에 그 식탁은 닫혀진 식탁이 아니라 “열린 식탁”이 되었습니다.
팀 체스터가 쓴 [예수님이 차려주신 밥상]이라는 책을 보면 “누가복음의 예수님은 늘 식사하러 가거나 식사 중이거나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 중이셨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중심에는 늘 열린 식사가 있었습니다. 말씀을 전하시고 그다음 병을 고치시고 마지막으로 모두와 함께 식사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가 얼마나 기쁘고 평등한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열린 식탁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자격없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풍성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들을 식탁에 초대하셨고, 경계를 뛰어넘어 주변인을 품기 위해 그들을 식탁에 초대하셨습니다. 환대와 공동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경험하게 하기 위해 그들을 식탁에 초대하셨고, 우리가 자연과 타인에게 의존적인 존재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 사람들을 식탁에 초대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다는 것을 열린 식탁을 통해서 보여주셨습니다.
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에 다 나오는 기적 이야기가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이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가 4개 복음서에 유일하게 다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이 기적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마가복음 6장에 의하면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명하여 백 명씩 또는 쉰 명씩 떼를 지어 푸른 풀밭에 앉게 하셨습니다. 헬라어로 “때를 지어”라는 말은 심포지아를 가리키는데 이 말에서 심포지엄/향연/잔치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앉았다는 말도 정확하게 말하면 편한 자세로 비스듬하게 누웠다는 것을 가리킵니다(recline). 오병이어의 기적은 단순히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푸른 풀밭에 함께 모여서 함께 음식을 나누는 축제의 현장이었습니다. 바로 이 오병이어의 잔치가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었기 때문에 마태/마가/누가/요한은 이 기적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이 기적을 급식 기적(Feeding Miracle)이 아니라 축제 기적(Feasting Miracle)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봉사하기 위해 교육을 받다보면 식사하러 오는 분들에게 배급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손님에게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급식하라는 교육을 가장 먼저 받습니다.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존중받는다고 여겨질 때 사람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배고픈 사람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신 것이 아니라 함께 푸른 풀밭에서 기뻐하고 잔치를 벌임으로서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를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눌 때 얼마나 기쁨이 충만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제자들 중에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가장 극적으로 변한 사람이 베드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메시야라고 최초로 고백했지만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큰 꾸중을 들었고 나중에는 예수님을 3번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은 베드로를 찾아가셔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3번 물으시고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처음에 권력과 명예를 얻기 위해서 예수님을 따라다녔다가 예수님이 섬김의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고는 주님을 배반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이후에 변화 받았습니다. 양들을 돌보고 먹이는 목자의 길이 진정한 제자의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읽은 사도행전 11장 말씀을 보면 초대교회의 지도자가 된 베드로가 두 번째로 큰 변화를 겪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베드로가 기도 중에 짐승들과 기어다니는 것들과 공중의 새들이 들어있는 보자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환상과 ‘베드로야 일어나서 잡아먹어라’ 하는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베드로가 “주님, 그럴 수 없습니다. 나는 속된 것이나 정결하지 않은 것을 먹은 일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니까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말아라”하는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베드로는 이 환상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과 이방인도 성령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베드로도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이방인과 함께 식사하는 것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이러한 보자기 체험을 통해서 초대교회의 문을 이방인들에게 여는 지도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입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입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럽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 행하셨던 열린 식탁을 이제는 이방인들과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예수님 당시 세상을 삼각형/피라밋이라고 표현한다면 예수님이 행하신 하나님 나라의 열린 식탁은 동그라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피라밋은 밑은 가장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집니다. 옛날 세상이 그랬습니다. 맨 밑에는 노예들이 있었고 맨 위에는 황제가 있었습니다. 맨 위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맨 밑에 있는 대다수 사람들을 통치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는 원형/동그라미와 같았습니다. 높은 자리나 낮은 자리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동그랗게 앉아서 함께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베드로는 보자기 환상을 통해서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성경말씀은 우리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열린 식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모든 이웃을 환영하고 모든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하나님 나라의 기쁨과 생명과 평화와 정의를 선포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aster, an open table of the kingdom of God
Acts 11:1 – 18
Now the apostles and the believers who were in Judea heard that the Gentiles had also accepted the word of God. So when Peter went up to Jerusalem, the circumcised believers criticized him, saying, “Why did you go to uncircumcised men and eat with them?” Then Peter began to explain it to them, step by step, saying, “I was in the city of Joppa praying, and in a trance I saw a vision. There was something like a large sheet coming down from heaven, being lowered by its four corners; and it came close to me. As I looked at it closely I saw four-footed animals, beasts of prey, reptiles, and birds of the air. I also heard a voice saying to me, ‘Get up, Peter; kill and eat.’ But I replied, ‘By no means, Lord; for nothing profane or unclean has ever entered my mouth.’ But a second time the voice answered from heaven, ‘What God has made clean, you must not call profane.’ This happened three times; then everything was pulled up again to heaven. At that very moment three men, sent to me from Caesarea, arrived at the house where we were. The Spirit told me to go with them and not to make a distinction between them and us. These six brothers also accompanied me, and we entered the man’s house. He told us how he had seen the angel standing in his house and saying, ‘Send to Joppa and bring Simon, who is called Peter; he will give you a message by which you and your entire household will be saved.’ And as I began to speak, the Holy Spirit fell upon them just as it had upon us at the beginning. And I remembered the word of the Lord, how he had said, ‘John baptized with water, but you will be baptized with the Holy Spirit.’ If then God gave them the same gift that he gave us when we believed in the Lord Jesus Christ, who was I that I could hinder God?” When they heard this, they were silenced. And they praised God, saying, “Then God has given even to the Gentiles the repentance that leads to life.” (Acts 11:1-18)
Although Peter, along with the early Christian community, initially believed separation and division are essential for faithfulness, they soon discovered the spirit of the risen Christ breaks down those divisions and separation. The separation helped hold the Jewish people together as a community, but it also made them susceptible to the division that kept empire ideology alive and powerful. Even before Peter arrives back in Judea, Christian leaders had heard Peter was threatening their survival by creating bonds with those known as Gentiles. But the spirit comes to Peter in a dream. It is a dream that leaves no doubt that God’s saving work looks nothing like the divisive empire favouring peace promised by Rome. Rather, it is a gift from God, drawing us ever deeper into unity with the God of all of creation. Peter told them, “the spirit told me to go with them and not to make a distinction between them and us.” Today’s scripture states that the open table made by Jesus is spreading to the Roman Empire through the Early Church. Just as Jesus had invited the poor, tax collectors and sinners to the table without any discrimination, Peter also had a meal with the Gentiles after experiencing the vision. The story shows clearly how the open or equal society made by Jesus and the pyramid or discrimination society created by the Roman Empire is different. It reminds us that our church should also welcome all neighbours, share an open table, and proclaim to the world the joy, peace, and justice of the kingdom of God.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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