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첫번째 주일 / 5월 네번째 주일
에스겔서 37:1-9, 사도행전 2:14-18
성령강림절, 내가 너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정해빈목사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고통받고 있는 나라가 인도입니다. 인도에서는 하루 40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시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이 보급되고 있지만 특정 나라와 지역의 감염을 막지 못하면 코로나 감염은 머지않아 다시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요즘 시대는 전세계가 빠르게 왕래하는 지구촌 시대이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가 언제든지 나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캐나다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백신보급에 적극 나서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세계 국가들이 백신나눔운동을 전개해서 함께 방역에 나설 때 코로나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도 외에 요즘 뉴스에 나오는 나라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입니다.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는 로켓포와 폭격을 주고받으며 군사적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봉쇄조치로 인해서 가자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곳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요즘 이런 뉴스를 보면서 모든 인류가 질병과 갈등에서 벗어나 공존과 평화를 누리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성령강림절입니다. 유월절/부활절로부터 50일이 지나고 오늘부터 오순절/성령강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영은 생명과 평화의 영입니다. 하나님의 영이 임할 때, 죽음과 갈등과 전쟁은 물러가고 생명과 평화가 우리를 찾아올 것입니다. 창세기 1장에 의하면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을 때, 온 세상이 어둡고 혼돈이 가득할 때, 하나님의 영이 불어와서 창조가 시작되었습니다. 창세기 2장에 의하면 하나님께서는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임하면 어둠과 혼돈이 물러가고 질서가 시작되고 생명이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은 사람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사람을 일으켜 줍니다. 우리 말에 기절(氣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운 기(氣), 끊어질 절(絕), 기가 끊어졌다는 뜻입니다. 기가 끊어지면 사람은 기절, 정신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기가 끊어지면 안되고 기가 통해야 합니다. 기가 통한다는 말을 “기통한다, 기똥차다” 라고 표현을 합니다. 우리가 어떤 신나는 일을 만날 때 이런 표현을 쓰는데 이 말은 속된 말이 아니라 기가 통한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태권도를 하는 선수들은 몸을 움직일 때 기합을 넣습니다. 기합을 넣는다는 말은 기가 합한다, 기가 합해진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기가 합해지면 힘이 생기고 힘이 생기면 높이 뛸 수 있고 큰일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가 쓰는 표현 중에 “신명난다, 신바람이 난다” 는 표현이 있습니다. 신명(神命), 귀신 신(神), 명령할 명(命), 하늘의 영이 나에게 내려와서 나에게 명령하고 나를 기쁘게 한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첫째로는 육체가 튼튼해야 하고 둘째로는 마음/영혼/기운이 기쁘고 튼튼해야 합니다. 육체가 튼튼해도 마음이 시들고 즐겁지 않으면 사람은 건강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슬프고 지치고 우울하면 기가 없는 상태, 무기력(無氣力)한 상태가 되고 맙니다. 요즘 굶주리는 사람은 없지만 코로나 질병으로 인해 무기력한 사람은 많이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찾아오셔서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해주시고 우리의 영혼을 일으켜 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신명나는 삶, 신바람나는 삶을 살도록 우리를 일으켜 주십니다. 성령이 임하면 어둠과 혼돈이 물러가고 기쁨과 활력이 찾아옵니다. 성령께서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 갇혀 있는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주실 줄로 믿습니다.
오늘 우리가 첫번째로 읽은 에스겔서 37장은 바벨론에 의해 죽어간 히브리 백성들이 다시 살아나는 환상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에스겔은 바벨론 제국에 의해 포로로 끌려가서 고통 중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주님께서 에스겔에게 나타나셔서 죽은 뼈들이 가득찬 골짜기를 보여주시고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말씀하셨습니다. 에스겔이 주님께서 명령하신 말씀을 선포하니 뼈들이 움직이고 뼈들 위에 힘줄이 뻗치고 살이 오르고 살 위에 살갗이 덮여서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속에는 생기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에스겔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아, 너는 생기에게 대언하여 이렇게 일러라. ‘나 주 하나님이 너에게 말한다. 너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불어와서 이 살해당한 사람들에게 불어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여라.'” 하나님께서는 전쟁으로 죽어간 히브리 백성들의 뼈가 다시 살아나게 하시고 다시 살아난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오늘 말씀은 뼈와 살 위에 생기가 임해야만 온전한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죽었던 뼈와 살이 살아나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폐쇄적인 특정 민족의 부활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독일의 나치 정권은 “피와 흙”(Blood and Soil)을 구호/슬로건으로 삼았습니다. 피는 독일의 게르만 민족을 가리키고 흙은 독일의 자연을 가리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은 “피와 흙”을 외치며 독일 게르만 민족의 부흥을 주장했습니다. 죽었던 뼈와 살, 죽었던 피와 흙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특정 민족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 다시 살아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인류에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것입니다. 다시 살아난 뼈와 살 위에 하나님의 성령이 부어질 때, 다시 살아난 뼈와 살은 하나님께 쓰임받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나라와 민족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통받는 나라와 민족이 단순히 과거의 영광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시 살아난 나라와 민족이 성령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는 새로운 공동체,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새로운 공동체, 하나님께 쓰임받는 새로운 공동체로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활절이 기독교의 시작이라면 성령강림절은 교회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활절이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부활신앙, 부활사건, 부활능력이 없었더라면 기독교는 시작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부활절이 기독교의 시작이라면 성령강림절은 교회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활을 깨달은 제자들이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지만 아직 교회를 시작하기에는 믿음이 부족했습니다. 제자들은 오순절날에 하늘에서 불같이 내려오는 성령체험을 하고나서 용기를 얻어서 교회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두번째로 읽은 사도행전 2장은 예루살렘에 모인 성도들이 오순절에 성령을 만난 장면을 기록했습니다. 오순절을 맞이해서 해외에서 많은 동포들이 예루살렘에 왔는데 그들은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성령을 받은 성도들이 민족과 언어의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 소통하는 새로운 공동체/교회를 시작하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이 공생애를 사셨을 때는 대부분의 제자들이 갈릴리 어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예루살렘 교회는 성령을 받음으로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개방적인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성령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해 주셔서 우리가 모든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체가 되도록 역사해 주십니다.
베드로는 요엘 선지자가 예언한 일이 지금 이루어졌다고 선언했습니다. 진실로 성령께서는 젊은이들이 환상을 보고 늙은이들이 꿈을 꾸고 남종과 여종들이 예언을 하게 하십니다.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신분과 배경과 차별을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체, 모두가 똑같이 하나님을 찬양하고 모두가 똑같이 서로 사랑하고 물질을 나누는 새로운 공동체가 시작되었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셔서 우리가 지치고 낙심하고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우리를 붙들어 주십니다. 죽었던 뼈와 살이 성령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일어서고, 낙심하고 지친 영혼들이 성령을 통해 다시 기운이 살아나는 역사가 우리의 삶 가운데서 일어나야 할 줄로 믿습니다. 성령이여,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소서. 성령이여, 답답하고 무기력한 우리의 영혼을 일으켜 주옵소서. 성령이여,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시 새롭게 하여 주옵소서. 성령이여, 질병과 억압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인도, 미얀마,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일으켜 주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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