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생명이 소유에 있지 않다

성령강림절 후 여덟번째 주일 / 8월 첫번째 주일
성령강림절, 사람의 생명이 소유에 있지 않다
누가복음 12:13 – 21
정해빈 목사

 

우리는 요즘 성서일과에 따라서 누가복음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성경 66권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감동과 은혜를 주는 책 중의 하나가 누가복음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이야기 대부분이 누가복음에만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가장 유명한 비유인 탕자의 비유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누가복음에만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누가복음은 성령의 능력을 강조하고 이웃사랑과 섬김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지난 몇 주 동안 살펴보았듯이 유대인이 강도만나 쓰러졌을 때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유대인을 구해 주었습니다. 마르다는 집을 찾아온 예수님 일행을 대접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멀리서 밤중에 찾아온 손님에게 대접할 빵이 없자 친구를 강제로 깨워서 빵을 빌려서 손님을 대접했습니다. 누가복음은 이렇게 이웃사랑이 무엇인지를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가복음의 또 하나의 특징은 물질의 탐욕에 대한 경계입니다. 마찬가지로 누가복음에만 나오는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 나사로의 비유, 삭개오 이야기가 그런 경우입니다. 세금을 과도하게 걷어서 부를 쌓았던 삭개오는 예수님을 만난 후에 회개하고 자신의 부를 이웃에게 되돌려 주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누가복음 12장 말씀은 물질의 탐욕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자기 형제에게 명해서 유산을 자신과 나누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이 사람은 예수님에게 구원/영생/생명/죽음,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묻지 않고 유산분배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유산분배가 얼마나 중요했던지 예수님에게 재판관이나 분배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유산분배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사람의 관심이 온통 유산분배에 있는 것을 보시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향해서 재산이 차고 넘치더라도 사람의 생명이 거기에 달려있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생명의 생명이 재산에 있지 않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부자가 풍년이 들어서 큰 창고를 짓고는 즐겁게 먹고 마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 사람을 향해서 “어리석은 사람아, 오늘밤에 네 영혼을 네게서 도로 찾을 것이다. 그러면 네가 장만한 것들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자기를 위해서는 재물을 쌓아 두면서도 하나님께 대하여는 부요하지 못한 사람이 이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네덜란드의 화가인 렘브란트가 그린 그림을 보면 어리석은 부자가 집문서와 땅문서가 가득 찬 방에서 돈을 세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 하나의 그림을 보면 부자가 의자에 앉아있고 노동자들이 창고를 짓고 있는데 해는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 부자는 밤이 오면 하나님께서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 가실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체 먹고 마시고 있습니다. 풍년이 들어서 곡식을 많이 거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번 것은 기쁜 일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이 부자의 문제점은 곡식을 많이 거두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심이 자기에게만 있다는데 있습니다. 헬라어를 보면 이 사람의 말이 모두 1인칭으로 되어 있습니다. “나의 곡식을 쌓아둘 곳이 없으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나의 헛간을 부수고 더 큰 것을 지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나는 나의 곡식과 물건을 쌓아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영혼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의 영혼아, 너는 몇 년 동안 쓸 많은 물건을 쌓아두었으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이 부자는 오직 자기에게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일 년 동안 자기를 위해서 농사를 지어 준 농사꾼들/소작인들에게 감사하지도 않았고 하나님께 감사하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곡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생각은 하지 않고 더 큰 창고를 짓는 데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 부자는 하나님과 함께 기뻐하고 이웃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나누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 부자를 어리석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째로 이 부자는 하나님의 주권, 하나님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생명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생명이 하나님께 속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밤에 하나님께서 마음만 먹으시면 내 생명을 언제든지 거두어 가실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돈/소유/물질이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돈/소유/물질은 우리가 사는데 필요한 것들을 절반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돈/소유/물질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돈으로 심각한 질병이나 사고를 막을 수도 없고 돈으로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유산분배를 해결해 달라고 예수님을 찾아왔는데 차라리 유산이 없었더라면 형제들이 싸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돈이 의식주는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삶의 진정한 은혜와 감사와 기쁨은 줄 수 없다는 것을 부자는 알지 못했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과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창고를 새로 지으면 내 삶이 안전해진다고 생각하는 부자를 가리켜서 어리석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 삶의 안전이 소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서 온다는 것을 부자는 알지 못했습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셨을 때 갈릴리 농민들은 아마도 자신들에게 인색한 부재지주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무엇을 소유함으로 인생의 행복을 느끼는 사람,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는 증상을 축적 장애(compulsive hoarder)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세상은 물건을 소비하고 쌓아두고 창고를 지으라고 유혹합니다. 그러나 소유가 아니라 관계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단순하고 자유로운 삶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독일의 철학자 에릭 프롬(Erich Fromm)은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에서 이 세상에는 재산/지식/지위/권력 등에 집착하는 소유 중심의 삶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존재 중심의 삶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1996년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이라는 책을 쓴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미래사회는 소유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시대는 소유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 빌려서 사용을 합니다. 집도 렌트하고 차도 렌트하고 가전제품도 렌트합니다. 소유를 줄여야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가 되면 젊음도 사라지고, 건강도 사라지고, 재산도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이웃과의 아름다운 관계는 영원히 지속될 것입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소유가 아니라 관계가 내 삶을 안전하게 지켜줍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에게서 왔으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고 다만 나는 청지기로서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사람이 나에게 관심하는 것은 오직 나만이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 주변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렇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관계가 좋으면 소유에 집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더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소유가 아니라 관계 중심의 삶을 살아가고 사람의 생명이 소유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대신 더 사랑하고 더 기뻐하고 더 행복하게 사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Pentecost, a person’s life is not based on possessions
Luke 12:13 – 21

Someone in the crowd said to him, “Teacher, tell my brother to divide the family inheritance with me.” But he said to him, “Friend, who set me to be a judge or arbitrator over you?” And he said to them, “Take care! Be on your guard against all kinds of greed; for one’s life does not consist in the abundance of possessions.” Then he told them a parable: “The land of a rich man produced abundantly. And he thought to himself, ‘What should I do, for I have no place to store my crops?’ Then he said, ‘I will do this: I will pull down my barns and build larger ones, and there I will store all my grain and my goods. And I will say to my soul, Soul, you have ample goods laid up for many years; relax, eat, drink, be merry.’ But God said to him, ‘You fool! This very night your life is being demanded of you. And the things you have prepared, whose will they be?’ So it is with those who store up treasures for themselves but are not rich toward God.” (Luke 12:13 – 21)

“The parable of the foolish rich” recorded in Luke 12 describes how foolish it is for us to fall into the greed of possession. This rich man harvested a lot of grain, built a new warehouse, and thought that his life was safe. The problem with this rich man was not that he had gathered a lot of grain, but that all his interest was in him alone. He had no interest in the farmers/peasants who built the farm for him for a year. He neither thanked the workers nor God. Moreover, he did not share it with others, even though he harvested much more grain than he could eat. This rich man did not know that real happiness comes from living with God and neighbours, and from sharing the wealth with them. Second, this rich man did not know that his life belonged to God. He did not notice that God could take his life at any time tonight. He did not catch the fact that wealth can bring us food and shelter, but it can not give us joy, salvation, and the eternal life of the soul. The German philosopher Erich Fromm said in his book, [To Have or To Be] that there are two types of lifestyle in the world; an ownership-centred life and existence-centred life. Jeremy Rifkin, an American economist who wrote a book called [The Age of Access] in 1996, also said that the future society will be a relationship-oriented society, not ownership centred. Today’s scripture admonishes us that human’s life is not based on possessions. Truly we are called as stewards to use all things given from God for fair distribution and justice. We are called to live a relationship-centred life and to rejoice with God and neighbours, confessing that human’s life does not come from possessions.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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