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주일, 동방박사들이 주는 평화

신년주일/주현절/1월 첫번째 주일
마태복음 2:1-12
신년주일, 동방박사들이 주는 평화
정해빈 목사

 

2020년 경자년(庚子年) 하얀 쥐띠 새해가 밝았습니다. 성도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성도님들의 삶에 기쁘고 감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올해부터 2000년 이후 세 번째 10년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가 첫번째 10년, 2010년부터 2019년까지가 두번째 10년이라면, 2020년부터 2029년까지가 세번째 10년이 됩니다.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앞으로 10년 동안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자가용은 전기자동차로 바뀌고 집집마다 로봇이 있어서 주인이 집에 들어오면 “주인님,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말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인공장기가 발명되어서 사람의 수명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은 더 좋아지고 편리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이 더 평화롭고 더 정의롭고 더 풍성하고 자연이 덜 오염되기를 소망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입니다. 아무리 전기자동차와 로봇과 인공장기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 삶에 평화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요즘 새해가 되자마자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평화에는 여러 종류의 평화가 있습니다. 로마의 평화가 있고 예수님의 평화가 있습니다. 로마의 평화가 전쟁승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평화라면 예수님의 평화는 정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평화입니다. 상대방을 억압하고 굴복시켜서 찍소리 못하게 만드는 평화는 거짓된 평화입니다. 예수님의 주시는 평화, 모든 사람과 소외된 사람을 사랑하고 환영하고 공평하게 대하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입니다. 새해는 예수님의 평화가 가정/교회/캐나다/모국에 이루어지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마태복음 2장을 보면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별을 보고 찾아와서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헤롯왕이 2살 이하 아기들을 죽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서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시고 1-2년이 지났을 때 찾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박사를 헬라어로 마고스(μάγος)라고 하는데 점성가/천문학자/제사장을 가리킵니다. 이 사람들이 동쪽에서 왔기 때문에 동방박사라고 부릅니다. 예수님 당시 동쪽은 옛날 바벨론/페르시아 제국 지역을 가리킵니다. 예수님 당시 로마제국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도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별을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고 별을 통해서 새로운 왕/메시야가 태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로마황제가 살아있었고 유대지역에는 헤롯왕이 있었지만 동방박사들은 로마황제나 헤롯왕에게 경배하지 않고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렸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로마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별을 연구하면서 전쟁승리를 통한 로마의 평화가 아니라 정의를 통한 하나님의 평화를 꿈꾸었습니다. 세상을 정의롭게 구원하실 참 메시야를 기다렸습니다.

마태복음 2장 말씀은 예수님이 태어날 당시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는 장면 자체가 하나님의 평화가 얼마나 아름답고 정의롭고 평등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10절 말씀을 보면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무척이나 크게 기뻐하였다”고 했습니다. 베들레헴에는 창칼이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선물과 기쁨과 감사와 희망만 있었습니다. 종교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지만 그 날 그 자리에는 기쁨과 감사와 희망이 넘쳤습니다. 어른들이 아기에게 절을 하고 최고의 선물을 드렸습니다. 하나님의 평화는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어른이 아기에게 절을 하는 나라가 하나님 나라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선물을 드렸고 요셉과 마리아는 손님을 대접했습니다. 하나님의 평화가 온 집 안에 가득했습니다.

“흙, 씨알의 바탕인 흙이 무엇입니까. 바위가 부서진 것입니다. 바위를 부순 것이 누구입니까. 비와 바람입니다. 비와 바람은 폭력으로 바위를 부순 것 아닙니다. 부드러운 손으로 쓸고 쓸어서, 따뜻한 입김으로 불고 불어서 그것을 했습니다. 흙이야말로 평화의 산물입니다. 평화의 산물이기에 거기서 또 평화가 나옵니다. 씨가 부드러운 흙 속에 떨어질 때 거기서 노래와 춤이 나옵니다. 새로 돋아나는 싹처럼 아름답고 위대한 예술이 어디 있습니까.”

함석헌 선생님이 [씨알의 소리] 잡지에 쓰신 글입니다. 평화는 흙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바위를 부수어서 흙을 만들고 그 흙에서 씨앗이 나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시는 평화에는 이렇게 생명이 자라고 씨앗이 자랍니다. 생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자라게 하는 평화가 참된 평화입니다. 평화가 오려면 딱딱한 바위가 부서져야 합니다. 또 1964년 새해를 맞이해서 이런 글도 쓰셨습니다.

“뜻은 우주와 인생을 꿰뚫는 것입니다. 뜻은 맨 첨이요 나중이요 또 지금입니다. 모든 것은 뜻에서 나왔고 뜻으로 돼가고 돌아갑니다. 뜻을 깨닫는 것은 생각입니다.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삽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역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깨달으면서 인생을 살려면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동쪽에서 온 박사들이 별을 따라서 왔다고 했는데, 뜻을 따라서 걸어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생각하는 사람들이었고 바위를 녹여서 흙을 만드는 새로운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었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올해부터 2020년대 새로운 10년이 시작되었습니다. 2020년대에는 세상이 더 풍요로워지고 더 따뜻해지고 더 평화로워지기를 소망합니다. 동방박사들이 보여주었던 환대와 나눔의 기쁨, 평화로운 세상을 고대하는 꿈이 우리의 삶과 가정과 교회에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폭력/전쟁/승리를 통한 평화가 아니라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아기를 축복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함석헌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바위가 부서져서 흙이 되고 흙에서 씨앗이 자라는 평화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베들레헴에서 일어났던 기쁨과 평화가 2020년 우리 모두에게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새해에는 더 기쁘고 평화롭게 하소서. 우리 교회가 하나님의 평화를 위해서 일하게 하옵소서, 간구하며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New Year, peace of wise men from the East
Matthew 2:1-12

Matthew chapter 2 shows the story of the wise men from the East who worshiped the baby Jesus in Bethlehem. The wise men in Greek are called Magos (μάγος), which means astrologers, astronomers, and priests. They worshiped the baby Jesus, not the Roman Emperor or King the Herod. This indicates that they dreamed of a new world in which God’s will be done, not a world dominated by Rome. They dreamed of God’s peace through justice, not Rome’s peace through war. The story of Bethlehem shows how beautiful God’s peace and joy are, in contrast to Herod’s violence. Instead of violence, Bethlehem was overflowing with gifts, joy, thanksgiving, and hope. This story shows that God is with us when we celebrate new babies, welcome each other regardless of race and religion, and dream of a new future filled with God’s justice and peace. Celebrating the new decade of the 2020s, we hope that the hospitality, sharing, joy, and peace that the wise men had demonstrated will be fulfilled in our lives, our homes, and our church this year. We hope that peace will not be made through violence, war, and victory, but peace through justice, love, and hospitality. We are called to begin the New Year following the life of peace and hospitality of the wise men from the East.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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