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여섯번째 주일 / 4월 두번째 주일
종려주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임금님
누가복음 19:33-40, 19:45-48
정해빈목사
오늘은 예수님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날을 기념하는 종려주일/고난주일입니다. 오늘부터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활동하신 마지막 일주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복음서들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머무셨던 마지막 일주일을 자세하게 기록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일요일에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고 월요일에는 부패하고 타락한 성전을 심판하셨고 화요일에는 성전 제사장들 및 헤롯 당원들과 토론하였고 수요일에는 마르다/마리아/나사로의 집에서 식사하셨고 목요일에는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시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다가 로마 병사들에게 붙잡히셨습니다. 금요일 새벽 대제사장과 빌라도 총독에게 심문받으시고 오전 9시 십자가에 매달리셨다가 오후 3시 운명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일주일을 자세하게 읽어보면 예수님이 어떤 고난을 받으셨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유월절 일주일 전 일요일에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습니다. 히브리 백성들이 애굽에서 해방된 날을 기념하는 유월절은 유대인들에게 가장 큰 명절이었습니다. 해외는 물론이고 지방에 사는 많은 유대인들이 유월절 절기를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을 찾았습니다. 옛날 하나님께서 모세를 보내셔서 조상들을 노예에서 해방시키셨듯이, 하나님께서 메시야를 보내셔서 로마의 억압에서 자신들을 해방시켜 주시기를 기도하였습니다. 로마제국의 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유월절날 유대인들이 반란을 일으킬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해안가에 있는 기병대와 보병을 예루살렘으로 행진시켰습니다. 기병대와 보병은 칼과 창을 들고 말을 타고 화려한 복장을 하면서 서쪽 문을 통해서 예루살렘 성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시간에 예수님은 어린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 동쪽 문을 통해서 성전에 들어오셨습니다. 빌라도의 행진이 폭력을 과시하고 제국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예수님의 행진은 비폭력을 통한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예루살렘 백성들은 빌라도의 행진을 환영하지 않았고 어린 나귀를 타고 입성하시는 예수님의 행진을 환영하였습니다.
제국의 황제들은 군대를 거느리고 말을 타고 도시에 입성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어린 나귀를 타고 도시에 입성하셨습니다. 나귀는 집에서 기르거나 농사지을 때 필요한 작고 온순한 동물입니다. 예수님이 나귀를 타셨다는 이야기는 예수님이 백성들을 짓밟는 권력자가 아니라 스가랴 선지자가 예언한대로 겸손하신 왕, 평화의 왕으로 사람들에게 나타나셨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도성 예루살렘아, 크게 기뻐하여라. 네 왕이 네게로 오신다. 그는 온순하셔서 나귀 곧 나귀 새끼인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내가 에브라임에서 병거를 없애고 예루살렘에서 군마를 없애며 전쟁할 때에 쓰는 활도 꺾으려 한다. 그 왕은 이방 민족들에게 평화를 선포할 것이며 그의 다스림이 이 바다에서 저 바다까지, 유프라테스 강에서 땅 끝까지 이를 것이다.” (스가랴 9:9-10)
예수님은 스가랴서 선지자의 예언대로 병거와 군마와 활을 없애고 온 세상에 평화를 선포하시기 위해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습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군대 사령관을 원하지 않습니다. 소위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위대한 러시아, 위대한 중국을 외치면 외칠수록 전쟁은 더 많이 일어날 것이고 더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는 국가의 지도자들이 나귀를 타고 행진하시는 예수님을 본받기를 원합니다.
예수께서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을 때 군중들은 이렇게 외치며 주님을 환영하였습니다. “복되시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임금님! 하늘에는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는 영광!”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임금님”이 무슨 뜻일까요?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큰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학적으로 설명하면, 아직 창조의 완성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이 세상은 사탄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전쟁과 갈등이 많고 아프고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탄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신앙적으로 표현하면 그 사람이 악한 영의 지배를 받기 때문입니다. 사탄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대신 서로 갈등하고 싸우도록 만듭니다. 이 세상이 파괴되는 것은 신앙적으로 표현하면 악한 영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뿔난 도깨비가 사탄이 아니라 사람을 지배하는 악한 영이 사탄입니다. 사람이 술과 도박과 마약에 중독되거나,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거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거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학대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악한 영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사탄에게 억눌려 있는 사람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 백성들은 예수님을 향해서 “복되시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임금님! 하늘에는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는 영광!” 이렇게 외쳤습니다.
“주님, 사탄이 지배하는 세상을 하나님이 통치하는 세상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주님만이 우리의 임금님이십니다. 우리는 주님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백성들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악한 영이 물러가기를 소망합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임금님, 주님이 통치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마지막 일주일을 지내는 동안 예루살렘 평화행진을 통해서 로마제국의 폭력에 저항하셨고 부패한 예루살렘 성전을 폐쇄하심으로 종교권력에 저항하였습니다. 정치권력에 반대하고 종교권력에 반대했던 이 두가지 사건 때문에 예수님은 붙잡히셔서 십자가에 매달리셨습니다. 예수님은 폭력을 사용해서 악에 저항하지 않으시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악에 저항하셨습니다.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은 이런 예수님을 두려워하였고 음모를 꾸며서 밤중에 은밀하게 예수님을 체포하였습니다. 오늘 말씀은 예수님이 종려주일에 행하셨던 평화의 행진, 생명의 행진, 정의의 행진을 우리가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루살렘 백성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주님을 환영하였습니다. 종려나무는 대추열매를 많이 맺기 때문에 다산을 상징하고 오아시스에서 자라기 때문에 물과 생명을 상징합니다. 출애굽기를 보면 히브리 백성들이 광야를 걸어가다가 종려나무를 보며 기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종려나무는 땅 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위로는 30미터까지 올라가고 나무를 베고 남은 그루터기를 불태워도 그 그루터기에서 다시 싹이 나기 때문에 고난을 이기는 용기와 강인한 생명을 상징했습니다. 또한 옛날 사사 드보라가 종려나무 아래에서 공정한 재판을 진행했기 때문에 종려나무는 공정한 재판과 정의를 가리켰습니다. 예루살렘 백성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주님, 우리에게 종려나무와 같은 풍성한 생명과 고난을 이길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공정한 재판과 정의를 주십시오.” 이렇게 외쳤습니다. 어린 나귀는 평화와 섬김을 가리키고 종려나무는 고난을 견디는 용기와 생명과 정의를 가리킵니다. 어린 나귀는 무거운 짐을 들고 묵묵하게 길을 걸어가고 종려나무는 메마른 사막에서 뿌리를 깊게 내려 물을 찾아내고 오아시스를 만들어 줍니다.
만약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면 나귀처럼 무거운 짐을 들고 묵묵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면 종려나무처럼 메마른 사막에 물을 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나귀 같은 삶을 사셨고 종려나무 같은 삶을 사셨습니다. 슈바이처 박사의 말대로 예수님은 죄악의 낭떠러지로 향하고 있는 인류의 수레바퀴를 막기 위해서 홀로 저항하셨고 그 결과로 거대한 수레바퀴에 짓눌려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자기 목숨을 버리셨기 때문에 우리는 죄악의 낭떠러지에서 깨어날 수 있었고 잘못된 역사의 수레바퀴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죄악의 낭떠러지로 끌고 갈 것인가, 아니면 생명과 평화와 정의의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종려주일/고난주일을 묵상하며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폭력의 행진을 멈추고 평화의 행진을 묵묵하게 걸어가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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