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절 두번째 주일 / 9월 두번째 주일
창세기 1:26-28, 시편 8:1-9
창조절,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서
정해빈목사
오늘 우리가 첫번째로 읽은 창세기 1장 26절에서 28절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어떻게 창조하셨고 사람에게 어떤 사명을 주셨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말씀이 이 짧은 3개의 구절 속에 다 들어 있습니다. 창세기 말씀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말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3개의 구절이 가장 중요한 말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서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자”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대로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리” 라는 표현을 세 번 사용하셨습니다. 여기 나오는 “우리”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보통 기독교에서는 “우리”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을 가리킨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창세기가 쓰여질 당시에는 예수님이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삼위일체 신앙고백이 아직 없었습니다. 여기 나오는 “우리”는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사람 이전에 지은 피조물을 가리킵니다. 바로 앞절 1장 25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짐승을 창조하셨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는 하나님과 짐승을 가리킵니다. 우리의 형상을 따라서 사람을 만들었다는 말은 하나님과 짐승의 형상을 따라서 사람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사람의 절반은 짐승에게서 왔고 절반은 하나님에게서 왔습니다. 우리는 짐승과 하나님의 중간에 위치해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짐승과 같은 사람이 되고 말 것입니다. 짐승/동물은 잔인합니다. 무조건 본능대로 행동합니다. 세상 사람들 중에는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리고 짐승처럼 잔인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짐승의 형상도 있고 하나님의 형상도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 내가 짐승이 되는 것을 막아 줍니다. 오늘 말씀은 내가 짐승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하나님의 형상,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말씀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습니다. 옛날에는 왕이나 황제만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왕이나 황제를 천자(天子, 신의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황제만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고 일반 백성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반 백성은 아무렇게나 다루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서 지어졌다고 기록했습니다. 이것은 요즘 말로 말하면 모든 사람이 신 앞에서 평등하다는 평등선언, 인권선언, 민주주의 선언을 가리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에 쓰여진 성경이 얼마나 평등하고 민주적인 책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장 27절은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똑같이 동시에 창조하셨다고 기록했습니다. 1장 27절 말씀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남자와 여자라는 표현이 처음 나오는데 분명 성경은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똑같이 동시에 창조하셨다고 기록을 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여러분 중에는 남자가 먼저 창조되고 여자가 나중에 창조되지 않았냐고 말씀하실 분이 계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창세기 1장에는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창조되었다고 나오는데 창세기 2장에는 남자가 먼저 창조되고 나중에 여자가 창조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먼저 지어진 남자가 사람 역할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남자가 먼저 지음받았지만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여자를 만들어주시니 비로소 남자가 사람다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어야 온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남자를 먼저 지었다고 해서 남자들이 좋아할 이유가 없습니다. 미완성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지어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완성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 때도 처음 나온 제품보다 나중에 나온 제품이 더 품질이 좋습니다. 어쨌든 창세기 2장보다 창세기 1장이 더 중요합니다. 창세기 1장은 황제만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졌고 더 나아가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평등하게 지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창세기 말씀이 얼마나 인권을 중요시하고 평등하고 감사하고 감동적인 말씀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 하나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지으시고 그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라, 땅을 정복하여라,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 말씀하셨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는 말씀은 축복의 말씀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온 땅에 퍼져서 번성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십니다. 그런데 성경은 더 나아가서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말씀하셨다고 기록했습니다.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말씀이 오늘날 우리에게 걸림돌이 됩니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바로 이 말씀, 땅을 정복하고 자연을 다스리라는 말씀이 잘못된 말씀이라고 주장합니다. 땅과 자연은 사람과 같은 하나님의 피조물이고 사람의 친구이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기독교 역사를 보면 기독교는 이 말씀에 근거해서 땅과 자연을 마음대로 정복하고 다스렸습니다. 땅과 자연은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선물이니까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마음대로 땅과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렸기 때문에 오늘날 환경파괴와 기후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이 맞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땅을 정복하고 자연을 다스리라는 창세기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땅을 치료하고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럼 왜 창세기는 사람에게 땅을 정복하고 자연을 다스리라고 말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수천 년 전 창세기가 기록될 당시 인간이 자연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당시 인간은 거대한 자연에 비해서 한없이 약한 존재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자연을 정복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었습니다. 창세기 2장 15절을 보면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다가 에덴동산에 두시고 그 곳을 맡아서 돌보게 하셨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오늘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말씀이 바로 이 말씀입니다. 땅을 정복하고 자연을 다스릴 것이 아니라 에덴동산, 이 지구를 돌보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두번째로 읽은 시편 8편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얼마나 존귀하고 영화롭게 창조하셨는지를 고백했습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님께서 이렇게까지 생각하여 주시며 이렇게까지 돌보아 주십니까? 주님께서는 사람을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사람에게 존귀하고 영화로운 왕관을 씌워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손주 지으신 만물을 다스리게 하시고 모든 것을 사람의 발 아래에 두셨습니다.” 이 말씀도 창세기 1장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사람을 하나님의 대리자로 만드시고 사람으로 하여금 만물을 다스리게 하셨다고 기록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사람의 발 아래에 두시고 세상을 다스리는 권한을 사람에게 위임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다스릴 권한을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받았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귀하게 만드시고 세상을 다스릴 권한을 위임해 주신 것에 대해서 우리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에게 이렇게 큰 권한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세상을 살릴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세상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대리하는 대리인이 되어서 세상을 아름답고 조화있게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이냐, 아니면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이 될 것이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지만 하나님의 영이 떠난 사람은 짐승과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영을 모시는 사람은 하나님의 대리인이 되어서 이 땅을 아름답게 섬기고 돌볼 것입니다.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리지 않고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이 땅을 아름답게 섬기고 돌보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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