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어루만지심 / 윤혜림 전도사

성령강림절 후 열네번째 주일 / 8월 네번째 주일
열왕기상 19:4-8
윤혜림 전도사

 

 

우리가 읽는 성경은, 솔직히 말해 참 지루합니다. 여기 분명 저보다 성경을 더 많이 읽으시고 여러 번 통독 하신 성도님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학을 공부했지만, 성경의 많은 이야기들이 참 잘 안 읽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해하기 힘든 법률과 규칙, 반복되는 구절들, 서로 상충되는 구절들, 계보 등을 읽고 있을 때면 저 우주 어딘가로 다녀오기도 하죠.

아마도 그 이유는 성경의 많은 이야기들에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로 2000년 전 사람들이 자신들의 세상과 하나님을 어떻게 경험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또, 진득하니 성경을 읽다 보면 종종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0년이란 세월의 차이가 있지만, 그 시대와 문화, 그리고 상황을 넘어서는, 인간이기에 겪는 감정과 내적 갈등에 공감이 갈 때 특히 그렇죠.

오늘 성경 말씀은 선지자 엘리야의 이야기 입니다. 겉으로만 보기엔, 이 이야기는 “위대한 선지자” 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엘리야는 예수님이 산상에 오르셨을 때 모세와 함께 등장했던 단 두명의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만큼 하나님과 긴밀히 소통 했던 아주 중요한 구약의 인물 중 한 명 이죠.

그런데 오늘의 이야기는 또,  “지치고 힘들고 우울감을 겪는” 선지자의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엘리야가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으로부터 도망을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던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자신의 하인도 내버려두고 그저 광야로 달려나가죠. 달리고 또 달리다가 더이상 갈 수 없을 때 까지 달려갑니다. 그는 두려웠고, 불안했고, 지쳤고, 막막함을 느꼈죠.  그냥 모든 것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살면서 이런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셨던 적이 있나요?

현대에 엘리야의 이 이야기를 읽는 많은 이들은 이 시기에 엘리야가 불안과 우울증을 견뎌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입맛이 없고, 잠을 자는 것 외에는 할 힘이 없고, 무력감을 느끼는 것. 그리고 오늘 잠이 들면 내일 그냥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우울증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아주 흔한 증상들이지요.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아니 그 위대한 선지자가, 신앙도 좋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그렇게 깊은 이가 어째서 우울증을 겪는 것인가(!) 기도가 부족해서, 신앙이 깊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는 정신건강에 대한 잘못된 낙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낙인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정신 건강의 문제를 겪고 있는 자기 자신 혹은 다른 이들을 쉽게 제단하게 만들죠. 육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 하고, 걱정해주고,  함께 기도해주는 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어쩌면 그보다도 오히려 더 중요한 정신 건강에 대해서는 서로 쉽게 대화를 하지도, 도움이나 기도를 요청하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신 건강의 문제를 겪고 있는 스스로에게 혹은 다른 이들에게 그저 “기도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 “하나님을 제대로 믿지 않아서 그렇다”라고 이야기 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죠. 그래서 정신 건강의 문제를 겪고 있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상황을 숨기고 그렇게 점점 더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극심한 상황 혹은 인생의 변화, 번아웃 등을 겪을 때 우리는 누구든 언제든 열악한 정신건강 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1980년부터 2013년까지 63개국에서 실시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30%, 즉 세명 중 한 명 꼴로 삶의 어느 시점에서 정신 건강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정신 건강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수가 현격히 증가했다고 하죠. 정신 건강 문제 혹은 장애는 정말 흔하디 흔한, 인간이라면 누구든 언제든 겪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에도, 우리가 인지하며 읽지 않아서 일 뿐이지, 다윗 왕이나 고래 뱃속에 있던 요나 등의 인물들 모두 우울증과 불안증을 경험 했습니다. 그들의 신앙 고백, 기도, 울부짖음은 모두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는 도중 나온 기도들이고 고백들이지요.

그리고 오늘의 엘리야 이야기에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자녀들이 겪는 이 정신 건강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시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울과 무력감을 겪고 있는 엘리야에게 하나님께서는 ‘왜 나를 믿지 않느냐?’거나 ‘왜 기도하지 않느냐’며 질책하지 않으십니다. 대신, 천사를 보내시어 / 어루만지시며 이렇게 말씀 하시지요. “일어나서 먹어라.” 엘리야는 그 어루만지심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봅니다. 그리고 머리맡에 마실 물과 먹을 떡이 주어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는 먹고 마신 후, 다시 잠을 자죠. 하나님께서는 회복을 위한 양분을 공급해 주셨고, 엘리야는 그저 그 양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먹고 마시면 될 뿐이었습니다. 그 어떤 질책도, 비난도, 제단함도 없었죠..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할 여력도, 소통할 힘도 없었던 엘리야는 그저 먹고 마시고 다시 잠이 듭니다.

이후 하나님께서는 또 한번 그에게 천사를 보내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시지요. “일어나서 먹어라. 네 여정이 네게 참 버겁구나” 한글 성경에서는 “네가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 다 가지 못할까 걱정이다. 먹고 마셔라.” 등으로 의역이 된 부분이 있는데, 히브리어를 직역하면 “너에게 이 여정이 너무나 크구나/버겁구나” 입니다. 즉, 남은 길을 다 가기 위해서 어서 이것을 먹고 다시 떠나라 라는 어감 보다는, 하나님께서 그저 ‘그래, 그 길이 힘든 것을 내가 안다. 먹고 마시고 회복하라’의 어감이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어루만지심과 따뜻한 공감에 힘입어 먹고 마신 엘리야는 스스로 일어나 이후 40일동안이나 여정을 이어 나갑니다.

오늘의 말씀은, 앞에서 말했듯 위대한 선지자의 이야기이기도, 우울증을 겪은 선지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겪고 있는 외적/ 내적 상황을 다 이해하시는 하나님, 우리의 아픔과 삶의 버거움에 공감하시는 하나님, 우리 삶이 때로는 너무나 버겁다는 것을 아시고 그저 어루만지시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정신 건강에 대한 낙인이 만연한 이 사회에서, 사실은 교회가 앞장서서 그 틀을 바꾸고 사회의 부족한 점을 채워야 하는데,  참 안타깝게도 너무나 많은 교회의 문화가 정신 건강 문제에 낙인을 찍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이들로서 정신건강문제를 대할 때 우리는, 덮어놓고 그저 ‘기도하자, 더 강한 믿음을 갖자’ 며 단순화 시키고 묵인해 버릴 것이 아니라, 제단하고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이 우리 인간 본연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나누고, 함께 고민하며 육체적, 영적, 정신적인 총체적 well-being을 위해 애써야 합니다.

우리의 이 공동체는, 함께 예배를 드리고 찬양을 하는 공동체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삶을 나누고, 인생의 기쁨 뿐만 아니라 슬픔과 역경도 나누며 서로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는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엘리야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 들여 주셨듯 누군가의 아픔과 힘겨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하나님께서 따스히 그저 어루 만져주셨듯이, 그저 곁에 있으며 회복의 양분을 공급해 주는 것이 우리가 공동체로서 서로 할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공동체를 알고, 내가 힘이 들고 정신건강의 문제를 겪을 때, 서슴 없이 도움을 청하고, 주변의 공급을 받는 우리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시편 34장18절 말씀: “주님은, 마음 상한 사람에게 가까이 계시고, 영혼이 짓밟힌 사람을 구원해 주신다.” 우리는 다른 이들을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하나님의 이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께서 우리 곁에 늘 함께 하신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우울할 때나, 불안할 때나, 삶이 버거운 모든 순간에도. 그리고 마음이 상한 이, 영혼이 짓밟힌 우리 주변의 이들에게,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처럼 그 곁의 위로자로, 공급하는 자 로서의 역할을 합시다. ‘기도를 더해라, 더 믿자’ 라는 쉬운 말로 넘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이해하고, 상황을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그저 나무아래에서 쉬고 먹고 마실 수 있게끔 그저 곁에 있어주는 존재들이 됩시다.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서로에게 공급하고 공급받으며 함께 풍성한 삶을 사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Many stories in the Bible are boring.

I’ve been studying theology for over 10 years now, and I have to admit that a lot of stories in the Bible do not interest me. What do these stories of people over 2000 years ago have anything to do with me?  Many of us think.

 

But there are also times when we do find ourselves in the stories of the Bible, and that’s when the stories become personal to us. Today’s Old Testament story is about a prophet called Elijah. On the outlook, it’s a story about a prophet who was great. He is portrayed as one of the greatest figures in the Bible, and one of the prophets who closely communicated with God.

 

But today’s story is also about a prophet who experienced depression, anxiety, and burnout. Elijah runs away with fear. He leaves everything behind and just runs into the wilderness. He was afraid, anxious, worn out, and couldn’t see a way out. He’s had enough. And he just wanted everything to end. Does this sound relatable to you in any way?

 

Many contemporary readers believe that the prophet Elijah may have battled with depression during this time. Loss of appetite, unable to do anything but sleep, feeling hopeless and helpless. He fell asleep hoping to never wake up again—very common symptoms that people struggling with depression experience.

 

One might argue that as a prophet who was in a deep relationship with God, Elijah should have trusted in God instead of falling into despair.

There are a lot of stigmas surrounding mental health in our society and the church, which leads many Christians to judge themselves or others when they struggle with mental illness. A very common mistake that many Christians make is to tell themselves or someone who is going through a mental struggle to “pray more” or “have more faith in God.” People, therefore, hide their mental struggles or illness in Christian communities rather than openly sharing their struggles and seeking support.

 

But we can see in today’s story of Elijah, how God understands mental struggles in human lives. Instead of telling Elijah ‘why don’t you have faith in me? Or why don’t you pray more?”-à God sends an angel to touch him and tell him, to simply “Get up and eat.” Elijah gets up and looks around, and there at his head is a hot cake and a jar of water. He eats and drinks and lies down again. God provided nourishment, and all Elijah needed to do was know that it was there. And to get up and eat when he is ready. No condemnation, no blame, no shame.

God understood that the journey is too much. And God stayed there by his side, as always, until he recovered. Strengthened by that empathy and nourishment, Elijah was able to regain energy and get his next journey going.

This is a story about a prophet, a great prophet, a depressed prophet. But, above all, it is a story about God. The God who knows what we are going through day by day. God who empathizes with us and knows that the journey is often too much for us. God who knows that struggling with daily lives and mental health takes strength and courage each day.

 

And as a community of people who have faith in Our God, Church should be the first place where we provide to one another, the support system for mental and spiritual well-being. It should be the place where we can seek and provide to one another the support for mental health to grow as God’s people together.

 

Ps. 34:18 “The LORD is close to the brokenhearted and saves those who are crushed in spirit.”  As people of God, God who understands our mental struggles and accepts us as who we are. Let us receive God’s nourishment when we struggle. And let us also bring nourishment, as God’s angels, to others when they struggle mentally. Let us bring God’s touch and nourishment into this world. May it be so,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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