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절 네번째 주일 / 9월 네번째 주일
창조절, 씨 뿌리는 사람
마태복음 13:1-9
최성혜 목사
오늘 함께 나누는 본문은 씨 뿌리는 이야기를 통해 가르쳐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어떤 사람이 씨를 뿌립니다. 어떤 씨는 길가에, 어떤 씨는 돌밭에, 어떤 씨는 가시덤불에 그리고 어떤 씨는 좋은 땅에 떨어집니다. 길가에 떨어진 씨앗들은 뿌리 내릴 틈도 없이 새들이 와서 쪼아 먹어버렸습니다. 어떤 씨앗은 돌짝밭에 떨어졌습니다. 곧 싹이 났지만, 뿌리를 깊이 내려 자라지못하고 뜨거운 태양에 쉽게 말라 죽어버렸습니다. 어떤 씨앗은 가시덤불에 떨어졌습니다. 싹이 나고 자라기는 했지만, 가시떨기에 억눌려 크게 자라지도 못하고, 제대로 자라질 못하니 열매를 맺지도 못했습니다. 어떤 씨는 좋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비옥한 땅에서 건강하게 뿌리내리고 쑥쑥 잘 자라 많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이 씨앗으로 비유하셨습니다. 씨앗이 길가에 떨어졌다는 것은 생명의 말씀이 우리들 안에 들어왔지만, 미처 뿌리내리고 자라나기도 전에 쉽게 빼앗기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내 속에 오래 간직해야만 그 말씀의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는데, 듣자마자 얼마 안되어 잃어버리는 사람입니다.
돌밭에 떨어진 씨앗은 말씀을 쉽게 받아들이지만, 조그만 어려움과 시험이 닥치면 쉽게 포기하는 사람입니다. 신앙도 인내가 필요합니다. 신앙 생활할 때도 시험과 환란이 있습니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은 욕심과 세상의 염려로 결실하는 데까지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은 없고, 우리가 걱정하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사실 나의 욕심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명예를 얻거나 세상의 부와 권력을 좇아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비우고 예수님을 순전하게 따르는 삶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땅은 이 모든 위험을 극복한 땅입니다. 가뭄이나 홍수, 태풍을 잘 이겨내면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 영혼의 풍성한 가을을 위해서는 말씀을 빼앗기지 않도록 집중하고, 믿음의 여정에 반드시 찾아오는 유혹에 흔들리거나 시험에 빠지지 않고, 고난 속에서도 끝까지 인내하며 견뎌야 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들이 풍성한 열매를 거두어 복된 삶을 사는 것을 원하십니다.
그러나 좋은 땅에 씨를 뿌렸다고해서 실제 그 씨앗이 반드시 성장하고 열매를 풍성하게 맺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자라나 열매 맺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새가 길가에 떨어진 씨앗만을 것만 먹는 것이 아니라, 좋은 땅에도 새들이 찾아와 씨앗을 주어먹습니다. 또 가뭄으로 씨앗이 말라죽거나 싹을 틔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싹트고 줄기가 올라와도 잡초에 둘러싸여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충해도 있고, 장마가 올 수도, 서리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한 생명이 세상에 떨어져 예정대로 성장하고 결실하는 것이 그렇게 쉽고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수많은 고비와 죽음의 과정을 거치며 생명은 자라나고 결실을 맺습니다. 성도님들은 인생의 경험이 많으셔서 잘 아실겁니다. 이 세상 모든 생명이 살아있으면 열매를 맺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리고 이 결실은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승리의 결과물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묵상하며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프랑스 단편 소설을 생각했습니다. 캐나다의 한 감독이 30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 더욱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여행하다 황무지를 지나는데, 그곳에서 묵묵하게 수십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서 이 황량한 곳을 낙원으로 만들었다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 양치기 노인이 작은 도토리알을 날마다 쉬지 않고 하나 둘씩 심어 마침내 물이 흐르고 동물이 뛰어노는 삶의 생명이 넘치는 땅으로 변화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수고와 인내와 끈기가 큰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깊은 신뢰와 희망으로 그리고 처음 주님을 만난 기쁨과 감사로 변함없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릅니다. 봄과 여름이 지나고 또 가을을 지나 겨울이 찾아오듯이, 우리의 삶의 환경도 이 날씨처럼 변화합니다. 따뜻한 날이 있기도 하고 추운 날도 있습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릴때도 있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때도 있습니다. 삶이 행복하고 순탄할때도 있지만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고 고통스러우며 외롭고 힘든 시련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씨 뿌리는 사람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어려움을 당해도 쉽게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상황이 길바닥이든, 돌밭이든, 가시덤불이든 개의치 않고,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삶의 여정으로 알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씨를 뿌리며 살아갈 때 결국 싹이 나고 열매를 맺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져서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가 되고, 어떤 것은 육십 배가 되고, 어떤 것은 삼십 배가 되었다(마13:8).”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묵묵하게 씨를 뿌리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그 삶 자체가 성공적인 인생입니다.
저는 가끔 어릴 때 동그라미 그림을 그리던 때를 떠올립니다. 예쁜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원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대부분의 모양이 쭈그러지거나 원의 시작과 끝점이 어긋나거나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이 동그라미와 같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 생의 시작과 끝이 창조주 하나님의 손에 있지 않습니까. 삶이 시작되는 첫 출발점에서 마지막 끝점에 다다르기까지 우리는 동그란 원을 그리며 달려갑니다. 어떤 사람의 원은 크고 웅장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의 원은 작고 아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고 작고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시작점에서 끝에 점까지 도착해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동그라미를 그릴 때 고정되어 있는 원의 중심에서 떠나지만 않으면 누구나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다를지라도, 우리 인생의 주인되시는 주님과의 거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공적인 동그라미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인상파 화가로 잘 알려진 반 고흐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성직자가 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였지만 마침내 예술가의 길을 선택하고, 그의 신앙의 고백을 담은 그림들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는 당시의 농부나 광부같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서 하나님의 모습을 찾아 다양한 작품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고흐의 작품 중에 ‘씨 뿌리는 사람’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그림을 통해 씨 뿌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고흐 자신의 신앙의 고백을 예술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씨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그가 남긴 글에 “벌판의 씨 뿌리는 사람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씨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일 죄악이 쌓이고 또 대지가 숱한 가시와 엉겅퀴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말이다”라고 기록하였습니다. 실제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이라는 작품을 보면 그의 진지한 신앙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림의 위쪽은 노란색 그리고 중후반 아래쪽은 푸른 빛이 도는 보라색으로 색채가 양극으로 대비되어 있습니다. 생명의 절대자이신 하나님이 태양처럼 그 생명의 기운을 온 땅에 뿜어내듯합니다. 그 생명의 빛 아래에서 한 농부가 밭을 성큼성큼 걸어가며 씨앗을 땅에 뿌립니다. 고개를 높이 들고 앞을 바라보며 걷는 걸음에서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결실을 맺으리라는 확신과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는 한주먹 움켜진 씨앗을 뿌립니다. 그러나 그가 씨를 뿌리는 땅은 잘 골라진 좋은 땅만이 아닙니다. 가시와 덤불이 무성합니다. 또 씨를 뿌리고 돌아선 땅에는 이미 새들이 와서 씨앗들을 주어먹고 있습니다. 신앙으로 사는 것이 늘 평안한 것이 아니라 위기와 실패와 고통과 절망이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그러나 이 농부는 포기하지 않고, 뒤돌아서지 않고,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갑니다. 한손으로는 씨를 한가득 짊어지고, 다른 한손으로는 계속해서 씨를 뿌리며 앞으로 걸어나갑니다. 이 농부가 실망하지 않고 씨를 뿌릴 수 있음은 바로 생명의 근원인 태양의 기운이, 생명의 힘이 온 땅에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수확하기까지 제일 중요한 행동은 바로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씨앗을 뿌림으로 생명이 자라나고, 씨앗을 뿌림으로 결실하는 기쁨도 있습니다. 그래서 씨앗은 다시 새로운 생명을 한가득 품습니다. 씨앗을 뿌림으로 생명을 번성케하며 세대를 이어가게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처해진 삶 속에서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기를 결단하기 원합니다.
믿음의 씨, 정의와 평화의 씨, 용서와 화해의 씨를 뿌리십시오!
생명의 근원되시는 하나님께서 이 복음의 씨가 자라나도록 우리 삶을 축복하시며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이 맺기까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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