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하나님 나라의 씨알

사순절 네번째 주일 / 3월 두번째 주일
사순절, 하나님 나라의 씨알
마가복음 4:26 – 32
정해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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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학교들 중에서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학교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북간도 용정에 있었던 은진중학교입니다. 은진중학교는 캐나다선교부가 김약연과 이동휘 선생의 요청에 따라 세운 학교였는데 기독교신앙과 민족교육을 가르쳤습니다. 당시로서는 용정에서 시설이 가장 좋은 학교였고 캐나다 선교사님들이 버팀목이 되었기 때문에 일제의 감시를 받으면서도 신앙교육/민족교육/한글교육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강원룡, 문익환, 문동환, 송몽규, 윤동주, 이상철, 전택부 등이 이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김재준 목사님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은진중학교에서 교목으로 일하시면서 제자들을 길러내셨습니다. 은진중학교가 동쪽 끝 북간도에 있었다면 서쪽 끝에 있는 학교는 오산학교였습니다. 남강 이승훈 선생이 “교육으로 나라를 일으켜야 한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연설을 듣고 사재를 털어서 고향 평안북도 정주에 오산학교를 세웠습니다. 조만식 선생이 교장을 역임했고 김소월, 이중섭, 주기철, 한경직, 함석헌 등이 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학교 선생으로는 신채호, 이광수, 염상섭, 유명모 등이 있었고 함석헌 선생님은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중에 다시 모교로 돌아와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은진중학교가 캐나다선교부가 세운 기독교학교였다면 오산학교는 한인들이 세운 기독교학교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함석헌 선생이 평양고등학교를 다니다가 3.1운동에 참여했는데 당시 일본인 교장은 3.1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써야만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시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 반성문을 썼지만 함 선생님은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반성문을 쓸 수 없다고 말하고 스스로 자퇴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오산학교 3학년에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오산학교에서 다석 유명모 선생을 만나 그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지난 2010년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 교수들에게 지난 100년 동안의 한국 역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누구를 생각하느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함석헌 옹을 꼽는 사람들이 제일 많았습니다. 함 선생님은 <한국 기독교는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삼천만 앞에 울음으로 부르짖는다>와 같은 글을 통해서 한국 사회와 한국 기독교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셨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한민족을 깨우치고 민족을 화해하는 길로 가기보다는 교권분열과 교파싸움을 일으키고 무당이 되어서 기적/방언/신유/축복 집회만 연다고 비판하셨습니다. 윤리적인 기독교는 사라지고 타계적/몰역사적/반지성적/현실도피적인 기독교가 되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하나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민족을 깨우치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백성이 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이런 데는 관심이 없고 저급하고 이기적인 물질욕망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함 선생님의 사상을 [씨알 사상]이라고 말을 합니다. 씨알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참나,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의 뜻을 가리킵니다. 내 안에 있는 말씀과 성령의 불씨/얼/뜻/정신이 씨알입니다. 씨앗의 껍질이 깨질 때 거기에서 생명이 자라듯이 나의 껍질이 깨지고 내 안에 있는 참나, 말씀과 성령의 불씨/얼/뜻/정신이 자랄 때 거기에서 참 생명이 자라게 됩니다. 사회의 눈으로 보면 씨알은 세상의 밑바닥에서 굳은 일을 하면서 생명을 이어가는 민초/민중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밑바닥 민초/민중들은 고난의 역사 가운데서 가장 많은 피해를 겪으면서도 굳굳하게 생명을 이어갔습니다. 그런 면에서 밑바닥 민초/민중들이 역사의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양반/귀족/특권층들은 세상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망쳐왔습니다. 역사와 우주의 중심이 민초/민중이라고 보는 사상이 씨알 사상입니다. 복숭아는 껍질과 살과 씨로 되어 있는데 껍질은 사람의 겉모습, 첫인상/말솜씨/명성/지위/개성/재주를 가리킵니다. 사람을 처음 볼 때는 그 사람의 겉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되지만 껍질이 인간관계를 지속시키지는 못합니다. 인간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은 껍질 안에 들어있는 살입니다. 살은 마음과 같아서 관계를 맺으려면 마음을 상대방에게 주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주지 않으면 살은 썩게 됩니다. 껍질과 살을 주고나면 마지막으로 남는 것이 씨인데 씨가 땅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새로운 생명이 나오게 됩니다. 예수께서 껍질과 살을 이웃에게 주고 밀알이 되신 것처럼 씨앗이 되어서 다음 생명을 일으키는 삶이 씨알의 삶입니다. 씨알에는 두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로 씨알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합니다. 씨앗이 스스로 싹을 틔우듯이 씨알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자기관리/자기혁명/자기성장이 씨알의 정신입니다. 둘째로 씨알은 고난을 통해서 새 역사를 만들어 갑니다. 삶에 고난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습니다. 고난이 있지만 그 고난을 통해 연단 받아서 더 단련되고 성숙되는 삶이 씨알의 정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씨앗으로 설명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 나라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서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농부가 씨앗을 땅에 뿌렸는데 첫 번째 씨는 길가에 떨어져서 새가 먹어버렸고 두 번째 씨는 돌짝밭에 떨어져서 해가 뜨자 말라버렸고 세 번째 씨는 가시덤불에 떨어져서 조금 자라다가 가시에 막혀서 자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세 번 실패하고 나서 네 번째 씨가 좋은 땅에 떨어져서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알곡과 가라지의 비유에서는 일꾼들이 땅에 씨를 뿌렸는데 원수들이 가라지를 뿌려서 알곡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씨앗이 자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읽은 스스로 자라는 씨의 비유에서는 씨앗이 땅에 떨어졌는데 사람이 일하지 않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낮과 밤이 바뀌는 동안 땅이 일을 해서 씨앗이 열매를 맺게 되었다고 말씀하셨고, 겨자씨의 비유를 통해서는 겨자씨는 아주 작지만 그것이 땅에 떨어지면 크게 자라서 공중의 새들이 그늘 아래서 쉬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키가 큰 백향목이 아니라 겨자씨입니다. 백향목은 성전에 쓰일 정도로 키 큰 나무이지만 겨자씨는 다 자라면 1미터 정도 되어서 작은 덤불을 이룹니다. 하나님 나라는 혼자서만 크게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키는 작지만 함께 자라서 빽빽한 덤불을 이루어서 새들이 그늘 아래서 쉬고 알을 낳는 곳과 같습니다. 이 겨자씨가 바로 씨알입니다. 함께 자라면서 함께 서로를 붙들어주고 지켜주는 삶이 바로 씨알의 삶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씨앗이 이 땅에 떨어질 때 이 땅의 역사는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역사로 바꾸게 됩니다. 물론 그것이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씨 뿌리는 비유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때로는 하나님 나라의 씨앗이 땅에 떨어졌지만 길가에 떨어지고 돌짝밭에 떨어지고 가시덤불에 떨어져서 열매를 맺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 땅의 역사가 때로는 퇴보하기도 하고 거꾸로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3번 실패했어도 네 번째 씨앗이 땅에 떨어졌을 때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는다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남북한 정상회담이 4월에 있고 북미 정상회담이 5월에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한두 달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뉴스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불쌍히 여시고, 또 나라를 위해서 피 흘린 선혈들의 피가 헛되지 않아서 이 땅을 살려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그렇게 좌절하고 실패하면서도 오늘 말씀처럼 낮이 바뀌고 밤이 바뀌는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씨앗 스스로의 힘으로 조금씩 자라게 될 것입니다. 씨알에는 씨알 스스로의 힘이 있습니다. 고난과 좌절 가운데서도 역사를 바꾸고 미래를 개척하는 힘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씨앗을 우리들에게 주셨습니다.

둘째로 하나님 나라의 씨앗이 우리 마음 밭에 떨어질 때 우리 마음 밭은 변하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의 씨앗이 우리 마음 밭에 떨어져서 열매를 맺어야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 속이 알찬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헛된 유혹과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세상을 살다보면 내가 내 자신을 자책할 때가 있습니다. 왜 나는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할까, 왜 내가 이런 실수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 안의 속사람/씨알이 영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씨앗이 이 땅에 떨어져서 이 땅을 변화시키고, 하나님 나라의 씨앗이 내 마음 밭에 떨어져서 나의 속사람이 성장하고 내 마음이 하나님을 모시는 사람이 되도록 역사해 주옵소서, 기도하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Lent, seeds of the Kingdom of God
Mark 4:26 – 32

He also said, ‘The kingdom of God is as if someone would scatter seed on the ground, and would sleep and rise night and day, and the seed would sprout and grow, he does not know how. The earth produces of itself, first the stalk, then the head, then the full grain in the head. But when the grain is ripe, at once he goes in with his sickle, because the harvest has come.’ He also said, ‘With what can we compare the kingdom of God, or what parable will we use for it? It is like a mustard seed, which, when sown upon the ground, is the smallest of all the seeds on earth; yet when it is sown it grows up and becomes the greatest of all shrubs, and puts forth large branches, so that the birds of the air can make nests in its shade.’ (Mark 4:26 – 32)

Today’s scripture states that when the seed of the kingdom of God falls on the earth, it will turn into a land of justice, peace, and life. Sometimes, the seed may fall on the roadside, or a rocky field, or a thorny bush. But Jesus confirms that even if it fails three times, the fourth seed would bear 30 times or 60 times the fruit when it falls to the ground. The kingdom of God may experience frustration and failure. But as the days and nights change, the seeds will gradually grow by the power of the seed itself without us knowing. The seed has the power to change history and pioneer the future in the midst of suffering and frustration. God gave the seed to us.

The seeds of the kingdom of God change not only the world but also our inner self. When the seeds fall into our heart, it helps us grow as the agents of God. Only then can we escape from vain temptations and desires. We sometimes find ourselves to blame us. “Why did I make this mistake?” We often regret our wrong attitude. Probably the reason would be because my inner self is not growing as much as expected. Let’s pray that the seeds of the kingdom of God fall on this land so that they change the world, and the seeds fall on my heart so that they change my inner self. We are called to grow and work with the seeds of the Kingdom of God.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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