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후 열한번째 주일 / 8월 네번째 주일
성령강림절, 참회록과 성화
예레미야 1:4-7, 누가복음 13:10-17
정해빈 목사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운다.” 윤동주 시인이 쓴 [참회록]이라는 시입니다. 시에 나오는 것처럼 나이 24년 1개월 되었을 때 일본 유학을 가기 위해서 배를 타려면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습니다. 윤동주는 그때의 부끄러운 심정을 이렇게 시로 표현했습니다. [참회록] 하면 AD 400년 경 초대 기독교를 대표하는 어거스틴이 떠오릅니다. 어거스틴은 예수를 만나 회심한 후에 사생아를 낳았던 방탕했던 과거를 고백하는 [참회록/고백록]을 썼습니다. 유교의 맹자는 인간은 하늘로부터 4가지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사람은 동물과 다르고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하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마음. 이 4가지 마음 중에서 수오지심(羞惡之心),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참회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윤동주는 구리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면서 창씨개명을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부끄러워했습니다. 사람은 연약하기 때문에 누구나 잘못할 수 있습니다.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윤리/도덕을 저버릴 수도 있을 수 있고 자기 처지가 급하기 때문에 이기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부끄러운 행동을 할 수 있는데 부끄러운 행동을 한 것보다 부끄러운 행동을 한 후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행동을 부끄러워하는데 어떤 사람은 자기행동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거울을 보면서 자기를 부끄러워하는 사람, 자기를 성찰하고 참회하는 사람은 희망이 있는 사람입니다. 성경을 보면 우리가 존경하는 믿음의 사람들도 때때로 부끄러운 행동을 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성경은 그들의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록을 해 놓았습니다. 한 나라가 역사 교과서를 쓸 때 자기 나라의 부끄러운 과거를 정직하게 기록한 나라는 선진국입니다. 하지만 자기 나라의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는 나라는 선진국이 아닙니다. 일본정부는 역사 시간에 한일병합, 위안부, 강제징용, 난징대학살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용기 있는 국가만이 자신들의 과거를 정직하게 인정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KBS 방송이 일제 강점기 일제에 협력한 밀정 895명을 발표한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독립운동을 했는데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일제가 계속되니까 변절해서 돈을 받고 독립운동을 밀고했습니다. 독립운동하다가 지쳐서 그만두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받고 동지를 팔아넘긴 것은 부끄러운 행동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아직도 국립묘지에 묻혀 있습니다.
성경은 부끄러운 행동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기록했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기근을 피해서 이집트에 들어갔을 때 이집트 사람들이 남편인 자기를 죽이고 아내를 빼앗길 것이 두려워서 자기 아내를 누이라고 속였습니다. 사라를 누이라고 하면 사라를 빼앗겨도 오빠는 죽이지 않겠지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존이 불안한 나그네 신세인 아브라함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은 배가 고픈 형에게 팥죽을 주고 장자권을 넘겨받았고 눈이 좋지 않은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장자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형과 아버지을 속이고 사기를 칠 수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야곱 입장에서는 사냥만 하러다니는 에서가 아브라함과 이삭의 뒤를 이어서 믿음의 족장이 되는 것은 집안을 더럽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야곱은 이 일로 인해서 20년 이상 혹독한 회개/참회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다윗은 군대장군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자기 부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권한을 이용한 성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윗은 이 일로 인해서 자신의 가족들이 서로 원수 되고 붕괴되는 벌을 받았습니다. 아브라함/야곱/다윗은 모두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참회하고 오랜 반성의 시간을 통해서 믿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단계를 보통 칭의-성화-영화로 표현을 합니다. 첫번째는 칭의(justification) 입니다. 예수 믿고 과거의 죄를 용서받고 세례받고 의인으로 인정받고 거듭나는 단계입니다. 두번째는 성화(sanctification) 입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가치관이 달라지고 주님을 닮아가고 거룩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영화(glorification) 입니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부활의 몸으로 변화되고 영화롭게 되어서 주님과 하나되는 단계입니다. 칭의는 주님을 모시는 단계이고, 성화는 주님을 닮아가는 단계이고, 영화는 주님과 하나되는 단계입니다. 칭의는 과거를 가리키고, 성화는 현재를 가리키고, 영화는 미래를 가리킵니다. 칭의-성화-영화 중에서 신앙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이 지금 현재를 가리키는 성화입니다. 우리들이 예배드리고 성경공부하고 기도하고 찬양하고 봉사하고 훈련하는 것도 이 성화를 위해서입니다. 주님은 우리들에게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부끄러운 행동을 할 때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우리가 성화의 길을 가도록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신앙의 훈련에는 끝이 없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그날까지 살아있는 동안 매일 말씀 읽고 기도하면서 주님을 닮아가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성서일과를 보면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를 부르시면서 모태에서부터 너를 선택하였고 너를 거룩하게 구별해서 예언자로 세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태에서부터 선택한 것을 칭의라고 말할 수있고 거룩하게 구별한 것은 성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오늘 두번째 말씀인 누가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18년 동안 허리 굽은 여자를 안식일에 고쳐주셨습니다. 회당장이 안식일에는 일을 하면 안 되는데 왜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냐고 따지니까 “너희는 안식일에도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서 밖으로 끌고 가서 물을 먹이지 않느냐. 이 여자가 18년 동안 사탄에게 묶여 있었으니 오히려 안식일에 이 여인을 사탄의 묶임에서 풀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18년 동안 등이 굽은 여자의 과거를 고쳐주신 것이 칭의라면 고침받고 난 후의 지금 현재의 새로운 삶은 성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여자가 칭의/성화의 길을 걸어가는데 비해서 예수님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나서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래도 부끄러워할 때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희망이 있는 사람입니다. 용기있는 사람만이 부끄러워하고 반성할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오늘이 성령강림절 마지막 주일인데 성령께서는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칭의, 의롭다고 인정해 주십니다. 뿐만 아니라 날마다 주님을 닮아가도록 우리를 성화시켜 주십니다. 신앙의 훈련에는 끝이 없습니다. 주님의 마음/성품/삶을 닮아야 합니다. 참회와 성화 두가지를 다 해야 합니다. 부끄러운 과거는 참회해야 하고 참회한 다음에는 거룩한 삶, 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를 의롭다고 인정하시고 성화로 인도하시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Pentecost, repentance and sanctification
Jeremiah 1:4-7, Luke 13:10-17
Now the word of the Lord came to me saying, “Before I formed you in the womb I knew you and before you were born I consecrated you. I appointed you a prophet to the nations.” Then I said, “Ah, Lord God! Truly I do not know how to speak for I am only a boy.” But the Lord said to me, “Do not say, ‘I am only a boy’ for you shall go to all to whom I send you and you shall speak whatever I command you.” (Jeremiah 1:4-7)
Now he was teaching in one of the synagogues on the sabbath. And just then there appeared a woman with a spirit that had crippled her for eighteen years. She was bent over and was quite unable to stand up straight. When Jesus saw her, he called her over and said, “Woman, you are set free from your ailment.” When he laid his hands on her, immediately she stood up straight and began praising God. But the leader of the synagogue, indignant because Jesus had cured on the sabbath, kept saying to the crowd, “There are six days on which work ought to be done. Come on those days and be cured and not on the sabbath day.” But the Lord answered him and said, “You hypocrites! Does not each of you on the sabbath untie his ox or his donkey from the manger and lead it away to give it water? And ought not this woman, a daughter of Abraham whom Satan bound for eighteen long years, be set free from this bondage on the sabbath day?” When he said this, all his opponents were put to shame and the entire crowd was rejoicing at all the wonderful things that he was doing. (Luke 13:10-17)
One of the most remarkable features of the Bible is that it does not hide human shame, weakness or sins. For example, when Abraham, the father of faith, entered Egypt with his wife Sarah to avoid famine, he acted as if he was Sarah’s brother to preserve his life. Abraham’s grandson Jacob deceived his brother and father to steal his brother’s inheritance right. Jacob had to have a severe time of repentance for more than 20 years because of this. David made Bathsheba, the wife of the army general Uriah, his wife. For this crime, David’s family had to be judged by God. Anyone can do wrong or commit sins, but only courageous people can admit and repent what they did. God helps us to repent and live a sanctified life. The Holy Spirit transforms us, makes us new creatures, and sanctifies us. Even if we sin and are ashamed, we do not despair since God recognizes us, makes us righteous again, and calls us to live a holy life. God forgives our wrongdoings and gives us the opportunity to stand up again. Although there was a shameful moment in our life before, we can escape from the past by repentance and sanctification. Indeed, we are called to live a holy life little by little each day by the guidance of the Holy Spirit, transforming us into a new creation.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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