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 여덟번째 주일 / 2월 세번째 주일
주현절,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과 같이
창세기 45:7-8, 누가복음서 6:27-36
정해빈목사
오늘 우리가 읽은 누가복음 6장에는 유명한 말씀들이 많이 나옵니다.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도 나오고 너희를 모욕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라는 말씀도 나옵니다. 특히 6장 31절에는 저 유명한 황금률(Golden Rule) 말씀이 나옵니다. 이 말씀이 황금처럼 귀하다는 뜻에서 황금률이 되었습니다. “너희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여라. Do to others as you would have them do to you.”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대접하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사랑하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남이 나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당신이 받고 싶은 것을 그 사람에게 먼저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황금률은 기독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종교의 가르침에 다 들어있습니다. 학교나 도서관이나 Community Centre에 가보면 여러 종교들의 황금률이 기록된 저런 그림/포스타를 볼 수 있습니다.
유대교의 랍비 힐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해로운 것을 당신의 이웃에게 하지 마시오. 이것이 바로 율법의 핵심이고 나머지는 부연설명입니다. 가서 이것을 실천하십시오.” 유교의 [논어]에 보면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이라는 한자가 나옵니다. 어느 날 자공이라는 제자가 공자에게 “평생 지켜야 할 한마디 말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공자가 그것은 관용인데,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기독교는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대접하라고 능동적으로 표현을 했는데, 유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수동적으로 표현을 했습니다. 그래서 유교의 가르침을 Silver Rul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쿠란을 보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신앙인이 아니다, 나의 이웃이 사랑하는 것을 같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신앙인이 아니다” 이런 말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종교들에 황금률이 나오는 것을 보면 황금률이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필수적인 가르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나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라는 [역지사지]도 황금률의 메시지와 같습니다. 우리는 오늘 말씀을 잘 알고 있지만 잘 지키지는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됩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인데 “서로 사랑하여라” 하는 말씀보다 “너희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여라” 하는 말씀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와 닿습니다. 이 말씀대로 살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아름답고 따뜻해 질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황금률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황금률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대접을 받고 싶거든 남을 먼저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내가 남을 대접하면 나중에 그 사람이 나를 대접할 것이라는 약속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황금률에 머무르지 말고 더 나아가서 보답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선을 행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도움을 주었으면 나중에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었습니다. 특히 예수님 당시 로마 사회는 후견인(Patron)/수혜자(Client) 사회였는데, 후견인이 수혜자를 보살펴 주면 수혜자는 후견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도움을 줘도 다시 나에게 보답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대가를 기대하지 말고 선을 행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은 또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대가를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선을 행하라고 말씀하셨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나를 미워하는 원수에게도 선을 행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이 1단계 가르침이라면, 보답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 2단계 가르침이고, 나를 미워하는 원수에게 선을 행하는 것은 3단계 가르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단계 가르침도 지키기가 힘든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2단계와 3단계의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가복음 6장 27절-28절을 보면 4가지 동사가 나오는데, 나를 미워하고 저주하고 모욕하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을 행하고, 축복하고,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love, do good, bless and pray. 오늘 말씀을 들으면 우리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주님, 주님의 가르침을 지키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황금률을 지키는 것도 어렵고, 대가를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선을 베푸는 것은 더 어렵고, 더 나아가서 나를 괴롭히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을 행하고 기도하고 축복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대접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도 할 수 있다. 너희는 세상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이 자비로우시니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너희가 이 3가지의 계명을 지키면 하늘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큰 상을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또 나의 제자가 되려면 힘들어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가 읽은 창세기 45장 말씀을 통해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3가지 계명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셉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개인적인 원한 관계에 사로잡히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큰 그림을 볼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big picture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좁게 보지 말고 그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큰 그림을 보라는 말입니다. 요셉은 형들 때문에 이집트의 종으로 팔려간 이후로 많은 고난을 겪었습니다. 처음에 요셉은 형들을 미워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셉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큰 뜻이 계셔서 나중에 있을 흉년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 나를 먼저 이집트로 보내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생을 노예로 팔아넘긴 형들의 행동이 잘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형들은 분명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자비로운 하나님께서는 요셉을 사랑하셔서 요셉의 비극적인 인생을 긍정적인 인생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이런 큰 그림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요셉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계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인생을 만드시는 토기장이/화가와 같으십니다. 우리가 겪는 비극/슬픔/아픔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우리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십니다. 요셉이 만일 자신을 팔아넘긴 형들을 미워하고 저주하면서 인생을 살았다면 그는 하나님께서 쓰임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치 화가가 때로는 부드러운 재료를 가지고 때로는 거친 재료를 가지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듯이, 하나님께서 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 계신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원수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고난과 시련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더 좋은 인생을 만들어 주신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하나님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 당시 로마제국은 전쟁과 폭력으로 세상을 다스렸습니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복수는 복수를 낳습니다. 또 세상에서는 대접을 받았으면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런 세상은 냉정하고 계산적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계산을 하지 않고 조건없이 사랑을 베푼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훨씬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가르침입니다. 오늘 말씀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 길은 선으로 악을 갚는 것입니다. 그 길은 힘들지만 그 길만이 폭력이 가득하고 냉정한 이 세상을 치료하고 구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주님의 계명을 신실하게 지키는 사람을 요셉처럼 변화시켜 주시고 더 잘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주현절을 묵상하면서 황금률을 지킬 뿐만 아니라 더 철저한 황금률을 묵상하고 실천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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