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대림절 세번째 주일 / 12월 두번째 주일
누가복음서 3:7 – 18
대림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정해빈목사

 

우리는 오늘 대림절 세번째 주일을 맞아서 누가복음 3장에 기록된 광야에서 들려오는 세례요한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성탄절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들뜬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날 성탄절은 가장 많이 소비하고 쇼핑하는 명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례요한은 우리들에게 성탄절을 참되게 기다리려면 무엇보다 지난 삶을 회개하고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삶에 합당한 정의의 열매를 맺는 것이 메시야를 기다리는 바른 자세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는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향해서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말했고 아브람의 자손이라고 자랑하는 자들을 향해서 하나님께서는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실 수 있다고 말했고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도끼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자랑하지 말아라, 교회 다닌다고 구원받았다고 자랑하지 말아라, 삶에 함당한 열매를 맺지 않으면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 구체적이고 직설적이어서 우리 귀에 부담스럽게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면서 우리가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회개해야하고 무엇을 결단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대림절 기간에는 세례요한이 외치는 광야의 목소리, 정의의 목소리, 회개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대림절을 지내면서 광야에서 들려오는 정직한 목소리를 듣고 회개하고 결단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보며 기뻐하실 것입니다.

세례요한이 요단강에서 설교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서 몰려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세례요한이 정의롭고 정직하고 깨끗한 예언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메뚜기와 꿀을 먹으며 광야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저 옛날 조상들이 광야에서 생활하면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훈련받았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전통적으로 히브리 백성들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여러 가지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곳에 가면 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율법학자들이 있었고 헤롯왕이 지은 거대한 성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은 그곳이 부패하고 타락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곳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목소리가 옛날 조상들이 건너갔던 요단강에서 광야의 예언자, 정의의 예언자에 의해서 울려 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복음 3장 1절을 보면 세례요한이 살았던 시대를 통치했던 권력자들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디베료 황제가 왕위에 오른 지 열다섯째 해에, 곧 본디오 빌라도가 총독으로 유대를 통치하고, 헤롯이 분봉왕으로 갈릴리를 다스리고, 그의 동생 빌립이 분봉왕으로 이두래와 드라고닛 지방을 다스리고, 루사니아가 분봉왕으로 아빌레네를 다스리고,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 하나님의 말씀이 광야에 있는 사가랴의 아들 요한에게 내렸다.”

맨 위에 로마의 2대 황제인 디베료/티베리우스 황제가 있고 그 밑으로 유대를 다스리는 본디오 로마총독이 있고 그 밑으로 각 지역을 다스리는 헤롯과 그의 형제들이 있고 그 밑으로 대제사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이 그들에게 내리지 않고 광야에 있는 사가랴의 아들 요한에게 내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타락한 권력자들이 아니라 재야의 예언자를 당신의 메신저로 선택하셨습니다. 진실되게 하나님을 만나려면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광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말씀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백성들이 물었을 때, 세례요한은 구체적으로 그들이 해야 할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일반 백성들을 향해서는 속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라고 말했고 세리들을 향해서는 너희에게 정해 준 것보다 더 받지 말라고 말했고 군인들을 향해서는 아무에게도 협박하여 억지로 빼앗거나 거짓 고소를 하여 빼앗거나 속여서 빼앗지 말고 너희의 봉급으로 만족하라고 말했습니다. 요한은 세리들과 군인들을 꼭 집어서 그들에게 회개를 촉구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백성들을 착취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지만 옛날 식민지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세금을 걷는 사람들과 무기를 든 군인들이었습니다. 세리들은 필요이상으로 세금을 걷어서 착복하였고 군인들은 무력으로 백성들을 동원해서 노동을 시키고 백성들의 것을 빼앗았습니다. 세례요한은 그들을 향해서 백성들을 괴롭히고 빼앗고 억압하는 잘못된 행동을 버리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당신들이 회개하지 아니하면, 삶에 합당한 좋은 열매를 맺지 아니하면 메시야가 오셔서 당신들을 찍어서 불 속에 던지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회개는 “단순히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것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회개는 행동으로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가리킵니다. 잘못된 길을 걸어갔다면 그 잘못된 길을 버리고 바른 길로 가는 것이 진정한 회개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옛날 백성들이 요단강에서 세례요한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며 이 질문을 하였듯이, 오늘날 우리들은 우리들 나름대로 똑같은 질문을 하면서 이 질문을 가지고 씨름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메시야를 기다리는 바른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메시야를 기다리며 무엇을 결심해야 하고 무엇을 회개해야 할까요? 우리들의 욕심과 탐욕을 회개해야 할 것이고 자연환경을 파괴한 것을 회개해야 할 것이고 세례요한과 같이 정의롭게 살지 못한 것을 회개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국가나 회사를 운영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 ESG입니다. ESG의 기준에 들어가야 좋은 국가, 좋은 기업, 좋은 단체가 될 수 있습니다. E는 환경보호(Environment)를 가리킵니다. 좋은 기업이 되려면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 만족하면 안됩니다.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하고 물건을 만들 때 땅과 물을 오염시켜도 안되고 유해물질을 사용해도 안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도 안되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도 안됩니다. S는 사회공헌(Social)을 가리킵니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회사는 사회에 공헌해야 하고 지역사회를 위해서 봉사해야 하고 깨끗한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G는 윤리경영(Governance)를 가리킵니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회사는 지배구조와 재정을 투명하게 해야 하고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해야 하고 법과 윤리를 지켜야 합니다. ESG의 기준을 통과해야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좋은 정부, 좋은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 뿐만 아니라 모든 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를 예로 든다면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윤리적으로 운영하는 교회가 좋은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회도 ESG를 지켜야 합니다. 메시야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오늘날 우리가 세례요한에게 질문한다면 아마도 세례요한은 우리들에게 ESG를 잘 지키라고 말할 것입니다.

ESG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작은 실천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작은 변화,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최근 캐나다한국일보를 보니 한인들의 잘못된 식사예절과 습관에 대해서 쓴 기사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큰 소리를 내며 떠든다든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반말을 하고 무례하게 대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조용하게 말하고 조용하게 행동하고 조용하게 걸어다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가정과 식당과 공공장소와 회사에서 사소하지만 고쳐야 할 습관이나 행동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세례요한은 우리들에게 삶의 합당한 열매를 맺으며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과 발걸음 하나하나가 이웃과 자연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평화를 전하고 하나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말과 행동이 되도록 노력하며 조용히 성탄절을 기다리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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