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붓다

사순절 다섯번째 주일/4월 첫번째 주일
사순절, 예수의 발에 향유를 붓다
요한복음 12:1 – 8
정해빈 목사

 

오늘 우리는 이번 주일 성서일과 요한복음 12장에 나오는 베다니에 사는 마리아가 나드 향유 옥합을 깨트려서 예수님의 발에 부은 이야기를 함께 읽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마태복음에도 나오고 마가복음에도 나오고 누가복음에도 나옵니다. 모든 복음서에 이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이 이야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서는 이름없는 한 여인이 예수님의 머리에 기름을 부었다고 기록을 했습니다. 옛날 이스라엘에서는 왕이 취임하려면 반드시 머리에 기름을 부어야만 했습니다. 히브리어로 메시야, 헬라어로 그리스도라는 말 자체가 기름부음 받은 자(the anointed)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왕 중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지만 아무도 예수님의 머리에 기름을 부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 여인이 예수님의 머리에 기름을 부어서 예수님이 왕 중의 왕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의 헌신을 통해서 비로소 글자 그대로 “기름부음 받은 자, 메시야/그리스도”가 되셨습니다. 보통 우리가 예수님을 가리켜서 “예수 그리스도”라고 부르는데 이 여인이 예수님의 머리에 기름을 부어드렸기 때문에 예수님은 그리스도가 되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아무나 왕에게 기름을 부울 수 없었고 백성들을 대표하는 권위있는 남성 예언자가 왕에게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예수님에게 기름을 붓지 않으니까 한 이름 없는 여성이 예수님에게 기름을 부어 드렸습니다. 여인은 이 행동을 통해서 스스로 여성 예언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을 향해서 당신은 권위있는 남성 예언자도 아닌데 왜 나에게 기름을 부었냐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반대로 예수님은 예수님이 왕 중의 왕이요, 참 메시야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머리에 기름을 부은 그녀의 행동에 깊은 감동을 받으셨고 그녀를 진정한 예언자로 인정하셨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이 메시야/그리스도라는 것을 제일 먼저 고백한 사람은 베드로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베드로의 고백은 받지 않으시고 한 여인의 행동은 받으셨습니다. 베드로가 영광과 출세의 그리스도만을 생각하고 고난과 섬김의 그리스도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님은 그의 고백을 받지 않으셨고 반대로 이 여인은 예수님이 고난과 섬김을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는 참 메시야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기름을 부어드렸기 때문에 이 여인의 행동을 받으셨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예수님을 따라가는 제자 중의 진짜 제자는 베드로가 아니라 이 여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는 기름부음이 일어난 장소, 이스라엘의 다윗 성전과 이 여인의 집을 비교함으로써 다윗과 예수님 중에서 누가 진정한 메시야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윗은 화려한 성전에서 대제사장에 의해 기름부음을 받고 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성전 밖 베다니 초라한 한 여인의 집에서 기름부음을 받고 왕이 되셨습니다. 다윗은 화려한 성전에서 환호와 갈채 속에서 왕이 되었지만 예수님은 고난을 앞두고 근심 중에서 왕이 되셨습니다. 따라서 오늘 말씀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진정한 메시야는 누구인가? 권력인가 섬김인가? 다윗인가 주님인가, 누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메시야인가를 우리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서는 한 여인이 예수님의 머리에 기름을 부었다고 기록을 했는데 오늘 우리가 읽은 요한복음은 나사로의 동생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기름을 부었다고 기록을 했습니다. 발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은 2가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을 축복하기 위해서 기름을 부어 드렸습니다. 예수님의 발은 사랑과 섬김을 가리킵니다. 성목요일에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면서 서로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옛날에는 하인들이 주인의 발을 닦았습니다. 그래서 선생이신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니까 제자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자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겨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겨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과 같이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내가 너희 발을 씻겨 준 것처럼 너희도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신체 중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 발입니다. 하지만 발은 섬김과 실천을 가리키기 때문에 귀합니다. 가롯 유다가 이 장면을 보고서는 “이 향유를 300 데나리온에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왜 이렇게 낭비하는가?” 하고 말했습니다. 요한복음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사람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는 도둑이어서 돈자루를 맡아 가지고 있으면서 거기에 든 것을 훔쳐내곤 하였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지만 나는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헬라어를 자세히 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다”라고 번역할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어야 한다”라고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난한 사람들을 항상 너희 곁에 두고 그들을 돌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 가장 가난하고 힘든 분은 죽음을 앞에 둔 예수님이셨습니다. 지금 예수님이 가장 가난하고 힘든 분이셨기에 마리아는 옥합을 깨트려서 주님께 드렸습니다. 가롯유다처럼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자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마리아처럼 지금 가장 가난하신 예수님을 돌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물론 말을 해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발로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사시면서 가난한 자들을 먹이고 병자들을 고치기 위해서 발로 걸어 다니셨습니다. 마리아는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시고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는 예수님을 위해서 주님의 발을 닦아 드렸습니다.

두번째로 마리아는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발에 기름을 부어드렸습니다. 요한복음 12장 앞장 11장을 보면 예수님이 마리아의 오라버니 나사로를 무덤에서 살리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님이 죽은 나사로를 살리니까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이 시기해서 예수님을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즉 예수님은 나사로는 살리시고 반대로 당신은 죽음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다른 사람은 살리고 자신은 죽는 것이 예수님의 삶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우리를 살리기 위해서 주님께서 죽으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시체를 매장할 때 기름을 발랐습니다. 마리아는 오라버니는 살리시고 대신 죽음의 길을 걸어가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주님의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그의 몸에 기름을 부어 드렸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마리아는 3가지 행동으로 주님은 감동시켰습니다. 첫째로 마리아는 기름을 부어드림으로써 예수님을 메시야/그리스도, 기름부음 받은 자로 만들어 드렸습니다. 둘째로 마리아는 발에 기름을 부어드림으로써 예수님의 섬김의 행동을 축복해 드렸습니다. 셋째로 마리아는 예수님의 죽음을 준비하면서 거룩한 낭비를 실천했습니다. 예수님은 돈을 계산하는 가롯유다를 향해서, “유다야, 너는 돈을 계산만 할 줄 알았지 언제 한번 거룩한 낭비, 뜨거운 사랑의 낭비를 해 본적이 있었느냐” 물으셨습니다. 물론 우리는 무엇이든지 아껴야 하고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끼는 이유는 꼭 필요한 순간에 뜨거운 사랑, 거룩한 낭비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뜨거운 사랑, 거룩한 낭비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아름답습니다. 이 땅에 뜨거운 사랑, 거룩한 낭비가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각박한 인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시가 있습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만이 거룩한 낭비를 할 수 있습니다. 뜨겁게 사랑하기 때문에 아낌없이 줄 수 있고 이런 뜨거운 사랑을 받은 사람은 고난을 견딜 수 있습니다. 뜨거운 사랑이 고난을 이깁니다. 오늘 말씀은 복음서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예수님은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인의 이야기도 함께 전파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여인은 하나님 나라의 기쁨이 무엇인지, 뜨거운 사랑이 무엇인지, 거룩한 낭비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아버지가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서 재산을 탕진한 것처럼, 이 여인도 죽음의 길을 떠나시는 주님을 축복하기 위해서 기름을 탕진했습니다. 하지만 그 탕진은 주님을 영화롭게 하고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는 복된 탕진이었습니다. 우리들도 이런 아름다운 사랑과 헌신의 이야기를 오늘 여기에서 실천해야 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Lent, anointing Jesus’ feet
John 12:1 – 8

Six days before the Passover Jesus came to Bethany, the home of Lazarus, whom he had raised from the dead. There they gave a dinner for him. Martha served, and Lazarus was one of those at the table with him. Mary took a pound of costly perfume made of pure nard, anointed Jesus’ feet, and wiped them with her hair. The house was filled with the fragrance of the perfume. But Judas Iscariot, one of his disciples the one who was about to betray him, said, “Why was this perfume not sold for three hundred denarii and the money given to the poor?” He said this not because he cared about the poor, but because he was a thief; he kept the common purse and used to steal what was put into it. Jesus said, “Leave her alone. She bought it so that she might keep it for the day of my burial. You always have the poor with you, but you do not always have me.” (John 12:1-8)

John chapter 12 states the story of Mary at Bethany who poured oil on Jesus’ feet, six days before the Passover. Mary touched Jesus’ heart in three acts. First, by anointing him, Mary made Jesus the Messiah / Christ which means the anointed. Second, Mary blessed Jesus’ public life by pouring oil on his feet. Third, Mary anointed his body to bless him walking down the road of death. Mary prepared the oil beforehand for the body of Jesus to be dead. Today’s Bible scripture shows us Mary’s true commitment to the Lord walking down the path of the cross. Mary realized that the Lord raised her brother Lazarus from the tomb and walked the path of death as a result. Today’s passage shows us one of the most touching stories of the Gospel narratives. Jesus said, “wherever the good news is proclaimed in the whole world, what she has done will be told in remembrance of her.” When Judas pointed out that it was better to sell this perfume and give it to the poor, Jesus responded, “The poor are always with you, but I am not always with you.” Mary poured oil for Jesus, who is now in the poorest condition. While Judas spoke only by mouth to help the poor, Mary practiced the best of love for the poor. Truly passionate love makes our lives enriched and makes us endure suffering. If there is no dedicated love and holy waste on earth, our lives will become dry and barren. Truly passionate and enthusiastic love make us endure suffering and make our lives enriched.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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