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교만한 지혜와 겸손한 지혜

성령강림절  열세번째 주일 / 8월 세번째 주일
열왕기상 3:5-13, 에베소서 5:15-20
성령강림절, 교만한 지혜와 겸손한 지혜
정해빈목사

 

오늘 우리가 첫번째로 읽은 열왕기상 3장에는 솔로몬이 지혜를 달라고 기도한 것 때문에 하나님께로부터 칭찬받는 유명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윗의 뒤를 이어서 왕이 된 솔로몬은 기브온에 있는 산당에 올라가서 선악을 분별하고 재판을 잘 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기브온은 옛날에 여호수아와 가나안 백성들이 평화조약을 맺었던 곳입니다. 솔로몬이 기브온에서 기도했다는 말은 옛날 여호수아가 가나안 백성들과 평화조약을 맺고 가나안에 잘 정착한 것처럼 자신에게도 가나안 땅을 평화스럽게 잘 다스릴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왕이 통치를 잘 하려면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솔로몬은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종에게 지혜로운 마음을 주셔서 주님의 백성을 재판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많은 주님의 백성을 누가 재판할 수 있겠습니까?”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의 기도를 들으시고 솔로몬에게 지혜 뿐만 아니라 부귀와 장수와 명예까지 선물로 주셨습니다. “네가 스스로를 생각하여 오래 사는 것이나 부유한 것이나 원수갚는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다만 재판하는 데에 듣고서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는 능력을 요구하였으므로 이제 나는 네 말대로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준다. 너와 같은 사람이 너보다 앞에도 없었고 네 뒤에도 없을 것이다. 나는 또한 네가 달라고 하지 아니한 부귀와 영화도 모두 너에게 주겠다. 네 일생 동안 왕 가운데서 너와 견줄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솔로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고 솔로몬이 지상 최고의 축복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솔로몬은 가장 먼저 지혜를 달라는 기도를 하였고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의 기도를 기뻐 받으셨습니다. 기독교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 중 하나가 바로 이 말씀입니다. 부모님들은 자식을 위해 기도하면서 우리 자식에게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달라고 기도합니다. 솔로몬처럼 지혜 뿐만 아니라 부귀와 장수와 명예를 달라고 기도합니다. 솔로몬은 우리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을 모두 다 가졌습니다. 지혜와 부귀영화를 가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우리 자녀들이 솔로몬과 같은 축복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솔로몬은 기도한대로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선물로 받았고 덕분에 백성들을 바르게 재판할 수 있었습니다. 두 명의 여자가 한 아기를 가지고 와서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합니다. 솔로몬이 칼로 아이를 둘로 나누어서 두 여자에게 주라고 말하자 한 여자가 아들에 대한 모정이 불타올라서 이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셔도 좋으니 아이를 죽이지 말아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이를 본 솔로몬은 누가 진짜 엄마이고 가짜 엄마인지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솔로몬은 동양과 이집트에서 가장 지혜가 뛰어난 사람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솔로몬을 찾아왔습니다. 열왕기상 5장 32절에 의하면 솔로몬은 삼천 가지의 잠언을 말하였고 천다섯 편의 노래를 지었고 모든 초목과 짐승과 새와 물고기를 알았습니다. 열왕기상 10장을 보면 아프리카의 시바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알아보기 위해서 솔로몬을 찾아왔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솔로몬은 최고의 지식도 가졌고 지혜도 가졌고 재물도 가졌고 명성도 가졌습니다. 그는 사람이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졌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성경이 솔로몬의 긍정적인 모습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자세하게 기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솔로몬은 레바논의 백향목을 가져다가 7년에 걸쳐서 성전을 지었고 이어서 13년에 걸쳐서 궁궐을 지었습니다. 그는 20년 동안 성전과 궁궐을 짓기 위해서 15만 명의 백성들을 동원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외국 여자들을 좋아해서 칠백 명의 후궁과 삼백 명의 첩을 두었는데 그 아내들이 솔로몬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열왕기상 11장 4절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솔로몬이 늙으니 그 아내들이 솔로몬을 꾀어서 다른 신들을 따르게 하였다. 그래서 솔로몬은 자기의 주 하나님께 그의 아버지 다윗만큼은 완전하지 못하였다.” 처음 왕이 되었을 때 백성들을 바르게 다스릴 수 있도록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던 솔로몬이 시간이 지나면서 20년 동안 백성들을 동원해서 성전과 궁궐을 짓고 여자들을 좋아하고 하나님을 멀리하고 다른 신들을 섬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솔로몬이 죽고 나서 이스라엘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12지파 중에 10지파가 북이스라엘을 따로 세웠습니다. 그만큼 백성들이 솔로몬을 싫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솔로몬은 지혜로운 왕이 아니라 부패하고 타락한 왕으로 인생을 마쳤을 뿐만 아니라 나라를 두 쪽으로 쪼개기까지 하였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녀들을 위해서 솔로몬과 같은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솔로몬과 같은 사람이 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솔로몬의 인생이 이렇게 망가진 것은 그가 겸손한 지혜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교만한 지혜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지혜에는 두가지 종류의 지혜가 있습니다. 교만한 지혜가 있고 겸손한 지혜가 있습니다. 교만한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선악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판결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교만한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많은 지혜를 받았던 솔로몬은 겸손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하나님인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누구도 그를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만한 지혜를 자랑하는 사람은 결국 마지막에는 하나님의 버림을 받게 됩니다. 솔로몬의 인생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뱀은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이었습니다. 뱀이 아담과 하와를 속여서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 열매를 먹게 하였습니다. 이 열매를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선과 악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혜가 교만한 지혜입니다. 우리는 선과 악을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실 수 있습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뱀은 솔로몬을 가리킵니다. 창세기 말씀이 솔로몬 시대에 쓰여졌습니다. 솔로몬의 교만을 책망하기 위해서 창세기가 쓰여졌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자기가 선과 악을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검사와 판사입니다. 검사는 사람을 쳐다볼 때 죄인 바라보듯이 사람을 쳐다보고 판사는 그 사람이 죄가 있는지를 없는지를 판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와 판사는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검사와 판사가 나는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사회를 위해서 해를 끼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두번째로 읽은 에베소서 5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살피십시오. 지혜롭지 못한 사람처럼 살지 말고 지혜로운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달으십시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깨우쳐 주는 것이 지혜입니다. 보통 지혜를 말할 때,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회사에서 인정받는 비결, 공부 잘하는 비결, 돈을 잘 굴리는 비결, 처세술이 지혜라고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지혜는 오늘 우리가 시편 111편을 교독한 것처럼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살아있는 말씀이요 지혜라고 고백합니다.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신 말씀과 그분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입니다. 광복절 76주년 감사예배를 드리며 남북한의 지도자들과 캐나다와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지도자들이 교만한 지혜 때문에 나라가 망하지 않도록 위정자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내가 선악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생명과 섬김의 길을 따라가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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