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 모세와 엘리야의 위로를 받다

주현절 여덟번째 주일 / 2월 네번째 주일
주현절, 모세와 엘리야의 위로를 받다
출애굽기 34:29-32, 누가복음서 9:29-36
정해빈목사

 

오늘은 주현절 여덟번째 주일, 주현절 마지막 주일입니다. 예수님은 때가 되었을 때 요단강에서 세례 받으시고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광야에서 금식하며 시험/유혹을 이기신 예수님은 갈릴리에 가셔서 하나님나라를 선포하시고 가난한 자들을 식탁에 초대하시고 병자들을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셨습니다. 정치/경제/사회/종교적으로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이 예수님을 통해서 치료와 자유를 얻었습니다. 예수님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갈릴리 사람들 중에는 예수님 말씀을 듣고 삭개오처럼 변화된 사람들도 있었고 예수님 말씀을 듣고 새롭게 변화된 마을도 있었습니다. 원래 갈릴리 지역은 땅이 비옥하고 호수가 있어서 농민들과 어부들이 살 만한 곳이었습니다. 그곳에는 모세의 율법과 납달리 지파와 스불론 지파의 전통이 남아있었는데 예수님 시대에 로마제국과 헤롯이 지배하면서 모세의 전통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갈릴리를 돌아다니면서 서로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언약의 정신을 일깨워주셨습니다.

갈릴리가 비옥한 땅과 호수가 있었지만 로마제국의 억압을 받았던 것처럼, 요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의 침략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보면 위는 파란색이고 아래는 노란색입니다. 위 파란색은 하늘을 가리키고 아래 노란색은 밀밭을 가리킵니다. 이 땅은 밀을 생산하는 곡창지대로 유명한데 옛날 소련 시절부터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억압을 받아왔습니다. 체르노빌 핵 발전소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도 이들이었습니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주권국가를 침략한 러시아 푸틴은 규탄받아 마땅합니다.

예수님 이전에 활동했던 세례요한은 미래의 하나님나라를 설교했습니다. 요단강에서 회개의 세례를 받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지금, 현재의 하나님나라를 설교했습니다. 미래의 하나님나라를 기다리지만 말고 지금 여기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것이고 서로가 서로를 붙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이 힘들면 힘들수록 서로 용서하고 서로 음식을 나누고 서로 물질을 나누면서 하나님 나라를 지금 당장 실천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하나님이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하나님은 사람이 움직이기를 기다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하늘에 계신 하나님도 우리에게 응답하십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현재의 하나님나라를 가르치시면서 갈릴리를 돌아 다니셨습니다. 그리고 갈릴리 활동이 마무리 되었을 때 예수님은 제자들 3명을 이끌고 산에 올라가셨습니다. 산 위에서 예수님의 얼굴 하얗게 변했다고 했는데 갈릴리 북쪽을 가보면 눈이 덮여 있는 하얀 산 헬몬 산이 나옵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갈릴리 활동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하얀 산에 올라가셨을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인생의 방향이 크게 바뀌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고국을 떠나서 새로운 나라에 가서 사는 것이나,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나, 이사를 가거나 회사를 옮기는 것도 인생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 된 삶을 사는 것이나, 아주 슬픈 일을 만나는 것이나, 큰 사고나 천재지변을 당하는 것도 인생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큰 변화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든 아니면 내가 스스로 결정한 것이든 인생의 큰 변화가 찾아오면 사람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한 불안과 두려움을 이기고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려면 나 스스로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바로 그와 같았습니다. 예수님은 지금 갈릴리 사역을 마무리하였는데 예수님의 앞에는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갈릴리를 떠나서 예루살렘으로 걸어가는 것이었고 예루살렘에서 부패한 성전을 꾸짖는 것이었고 예루살렘에서 십자가 고난을 당하는 것이었습니다. 갈릴리에서는 기쁨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갈릴리에서 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고난이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오면 사람은 그 큰 변화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준비는 나 스스로 해야 하지만 나 혼자만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도 필요하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옛날 신앙의 순례자들은 인생의 큰 변화가 찾아왔을 때 수도원에 들어가서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기도 하였고 동료들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습니다.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왔을 때 그 변화에 잘 대처하려면 첫째로는 나 스스로의 준비가 필요하고 둘째로는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하고 셋째로는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세가지가 갖추어졌을 때 사람은 인생의 큰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누가복음 말씀은 예수님이 이 3가지 방법을 통해서 인생의 큰 변화를 준비하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예수님은 갈릴리에서 변화산까지 길을 걸어가면서 인생의 변화를 준비하셨습니다. 우리는 길을 걸으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나와 대화를 나눕니다. 기독교는 순례의 신앙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믿음의 조상들은 다 길을 걸어갔습니다. 아브라함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서 길을 걸어갔고 야곱도 먼 길을 걸어갔습니다. 예수님이 변화산에서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셨는데 예수님과 모세와 엘리야 모두 길을 걷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모세는 히브리 백성들을 이끌고 40년을 광야를 걸어갔고 엘리야는 독재자 아합/이세벨의 위협을 피해서 40일을 걸어갔습니다. 예수님도 갈릴리를 걸어다니면서 복음을 전하셨고 변화산에 올라가기 위해서 먼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올 때, 마음이 괴롭고 슬플 때, 길을 오래도록 걸어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길을 걸어가면 지혜와 용기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길을 걸어가면 조용히 나에게 찾아오셔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걷는 것이 기도입니다. 사람들 중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길을 걸어가야 겸손한 마음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길을 떠난다는 것은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길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길을 떠날 때는 짐을 가볍게 해야 합니다. 길을 떠난다는 것은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단순한 삶을 산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두번째로 예수님은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인생의 큰 변화를 준비하셨습니다. 변화산에 올라가셔서 하나님께 기도하시고 능력을 받으셨습니다. 인생의 위기가 찾아올 때,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올 때가 하나님을 만날 때입니다. 그곳이 수도원일 수도 있고 산 정상일 수도 있고 골방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과 은혜가 있어야 사람은 인생의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 예수님은 모세와 엘리야를 통해서 위로와 격려를 받으셨습니다. 모세는 율법을 대표하고 엘리야는 예언자를 대표합니다. 모세와 엘리야와 예수님 사이에 공통점이 많습니다. 모세는 이집트의 바로왕으로부터 핍박을 받았고 엘리야는 북이스라엘의 독재자 아합/이세벨로부터 핍박을 받았고 예수님은 로마제국과 헤롯의 핍박을 받았습니다. 모세와 엘리야와 예수님은 모두 정의의 예언자였고 오랜 시간 걸어다녔고 말할 수 없는 핍박과 고난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예수님보다 먼저 인생의 길을 걸어간 모세와 엘리야와의 만남을 통해서 위로를 받으셨습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는 예수님을 위로하시고 격려하시고 축복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도 아버지의 은혜가 필요하셨고 동료들의 격려가 필요하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변화산에서의 만남을 통해서 큰 힘을 얻으셨기 때문에 고난의 길을 걸어갈 수 있으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인생의 큰 변화와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러한 변화와 위기가 찾아올 때 산을 향해 길을 걸어가며 기도합시다. 주님과의 깊은 만남을 가집시다. 사랑하는 동료들의 격려와 위로를 받읍시다. 우리 하나님께서 인생의 위기와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우리에게 허락해 주실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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