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 소금과 빛과 전염병

주현절 후 다섯번째 주일 / 2월 두번째 주일
이사야서 58:4-8, 마태복음 5:13-20
주현절, 소금과 빛과 전염병
정해빈 목사

 

오늘 우리가 첫번째로 읽은 이사야 58장 말씀은 금식에 대한 말씀입니다. 어떤 중요한 기도제목이 있어서 식사를 끊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것을 금식이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다투면서 금식하고 주먹질하면서 금식하고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 금식하는 것을 책망하셨습니다. 예수님도 산상수훈에서 금식할 때는 위선자들과 같이 남에게 보이려고 슬픈 기색을 띠지 말고 반대로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은 부당한 결박을 풀어주고 압제받는 사람을 놓아주고 굶주린 사람에게 먹거리를 주고 떠도는 사람을 환영하고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는 것입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빛이 새벽햇살처럼 비칠 것이며 주님의 영광이 뒤에서 호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자기 신앙을 자랑하기 위해서 금식하지 말고 정말 금식을 하려면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해서,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서 금식하라는 말씀입니다. 몸이 아픈 사람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하기 위해 금식할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금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금식은 고통 중에 있는 이웃을 돕는 금식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벨론 포로로 끌려갔을 때 성전이 없었기 때문에 성전제사 대신 금식을 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사야는 금식을 하려면 자기 신앙을 자랑하기 위해서 하지 말고 오직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을 돕고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금식하라고 선포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두번째로 읽은 마태복음 5장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빛이다” 말씀하셨습니다. 옛날 중동지방에서는 소금이 귀했습니다. 예수님 시대 로마제국은 군인들에게 봉급으로 소금을 주었습니다. 소금이 라틴어로 슬라리움(Salarium)인데 여기서 봉급을 뜻하는 salary와 소금을 뜻하는 salt가 나왔습니다. 직장인(salaryman), 군인(soldier)이란 말도 다 소금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군인이 목숨을 바치고 희생했을 때 받는 것이 소금입니다. 소금은 희생과 헌신을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너희가 세상의 소금이라는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소금은 짠맛이 나야 합니다. 짠맛이 나지 않는 소금은 길가에 버려져서 사람들에게 밟히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소금처럼 그리스도인다운 맛/향기가 나야 합니다. 사랑의 맛, 감사의 맛, 생명과 평화와 정의의 맛이 나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보는 것도 그리스도인답게 보아야 하고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인다워야 합니다. 또한 소금이 음식의 부패를 막는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불의와 부패를 막고 세상을 정의롭게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소금처럼 그리스도인의 맛이 나야하고 세상의 부패를 막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세번째 메시지는 자기를 녹이는 것입니다. 자기를 부수고 녹여야 음식이 삽니다. 너희가 세상의 소금이라는 말씀은 우리들도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서, 자기를 녹여서 가정과 교회와 세상을 살리라는 말씀입니다. 내가 녹아서 세상이 살면 그것으로 보람을 느끼라는 것입니다. 내가 희생/헌신해서 세상이 살면 그것으로 내 역할이 끝났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를 녹여서 세상을 살리는 사람에게 하늘의 큰 상을 내려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열심히 살면서 가정과 교회와 세상을 살린 후에 때가 되면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이 억울한 것이 아니라 영광이고 그것이 소금의 사명이라는 말씀입니다.

두번째로 세상의 빛이 되라는 말씀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들어내서 어둠을 몰아내고 주위를 밝게 비추라는 말씀입니다. 빛은 깨끗함과 진리를 가리키고 어둠은 거짓과 불의와 폭력을 가리킵니다. 또한 빛은 따뜻한 에너지를 생명에게 전달해서 식물과 동물을 자라게 합니다. 즉 교회는 세상의 빛이 되어서 어두운 세상을 고발하고 변화시켜야 하고 동시에 뜨거운 빛이 되어서 어두움과 추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소금과 빛은 정반대입니다. 소금은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서 녹아 없어져야 하지만 빛은 자신을 나타내고 드러내야 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고 우리의 활동을 홍보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도 “너희 빛을 사람에게 비추어서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는 세상의 빛이 되어서 어두운 세상을 밝히면서 살다가 마지막에는 소금이 되어서 녹아 없어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중국 커뮤니티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매일 나오고 있습니다. 감기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혐오바이러스입니다. 동양인이라고 인종차별하는 것입니다. 운동해서 체온이 올라가면 면역력도 올라가듯이 이럴 때일수록 사랑의 뜨거움으로 혐오바이러스를 물리쳐야 합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응원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뜨거운 빛이 어둠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로마시대에 천연두가 유행해서 전체 인구의 1/4이 죽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기독교인들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극진하게 돌보았습니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도 옆에서 누군가가 사랑으로 간호해 주면 치료되는 확률은 높아집니다. 전염병이 한두 번 지나고 보니까 로마제국 인구가 줄어들었는데 기독교인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무절제하지 않고 친절하고 사랑이 많고 몸과 마음이 깨끗하고 일반 로마사람들보다 건강하다는 것을 로마제국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12명으로 시작된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박해를 받으면서도 로마제국에 전파되는 이유 중의 하나였습니다.

“우리 형제들은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고 병자를 돌보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였습니다. 많은 형제들이 다른 사람들을 치료하고 자기들은 죽었습니다. 이와 같이 경건함과 열렬한 신앙을 수반한 죽음은 순교에 못지않은 죽음이었습니다. 그들은 죽은 성도들을 포옹하였고 그들을 씻기고 수의를 입혔습니다. 그러나 이교도들은 이와 반대로 행했습니다. 그들은 병들어 앓기 시작한 사람들을 쫓아냈으며 사랑하는 친구들도 멀리했습니다. 그들은 환자들을 길에 내다 버렸고 죽은 사람을 매장해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죽음을 피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예방하고 조심해도 그것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유세비우스, 교회사. 7.22).”

우리는 요즘 산상수훈의 말씀을 계속 묵상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의 의가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의보다 낫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일주일에 두 번 금식하고 십계명과 613개의 율법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이 사람들의 의보다 더 나을 수가 있을까요? 그들은 열심히 기도했고 금식했지만 자기를 자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셨습니다. 아무리 기도와 금식을 많이 해도 사랑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은 부당한 결백을 풀어주고 압제받는 사람을 놓아주고 굶주린 사람을 먹이고 떠도는 사람을 환영하고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금식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세상의 빛처럼 살다가 마지막에는 소금처럼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고 녹아 없어지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piphany, salt, light, and plague
Isaiah 58:4-8, Matthew 5:13-20

Is not this the fast that I choose: to loose the bonds of injustice, to let the oppressed go free, and to break every yoke? Is it not to share your bread with the hungry, and bring the homeless poor into your house; when you see the naked, to cover them, and not to hide yourself from your own kin? Then your light shall break forth like the dawn and your healing shall spring up quickly. (Isaiah 58:6-7). What does the phrase “you are the salt of the world” mean? Just as salt is salty, we should have the beautiful scent of Jesus. And just as salt prevents the corruption of food, we must prevent the injustices of the world. But most importantly, the role of salt is to melt itself. It would be our great honour if we disappear silently in time after saving the world. Salt teaches us this role. “You are the light of the world.” If darkness refers to lies and injustice, the light indicates love and truth. So the church should be the light that shines the dark world. While salt penetrates into the world and melts away, light must show off and reveal itself. Jesus said, “let your light shine before others, so that they may see your good works and give glory to your Father in heaven.” When smallpox prevailed in Roman times, Christians not only cared for each other but also reached out to the sick outside the church. When the epidemic reduced the population of the Roman Empire, the number of Christians did not decrease. After the plague passed, the Roman Empire learned that Christians were kind, loving, clean in body and mind, and healthier than ordinary Romans. The passages of Isaiah and Matthew remind us that fasting that is pleasing to God relieves unjust innocence and that we are called to salt and light. Once again, we are called to live like the light of the world and at the end melt away like salt.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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