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 평범한 삶에서 부름을 받다

주현절 첫번째 주일 / 1월 두번째 주일
마가복음서 1:4-11, 사도행전 19:1-7 
주현절, 평범한 삶에서 부름을 받다
정해빈 목사

 

신앙의 선구자들의 삶을 보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하나님의 부르심을 체험하고 인생의 소명을 깨닫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하늘의 부름을 받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처럼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하늘의 부름을 듣는 어떤 순간을 체험하였고 그 체험이 그들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영웅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사람들 중에는 왕족/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나서 영웅으로 교육받고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평범한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때가 되어 하늘의 부름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출신배경은 비천하지만 하늘의 부름을 받고 깨달음을 얻어 어려운 시대를 구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출신배경은 평범하고 비천하지만 마음과 뜻이 바른 사람을 선택하셔서 그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펼치십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서 하나님의 뜻을 위해 일하는 특별한 사람이 됩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모든 사람이 응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응답하는 그 사람의 순종이 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이 때로는 선구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때로는 역사와의 만남을 통해서, 때로는 서적을 통해서, 대로는 성경말씀을 통해서 하늘의 부름을 듣고 거듭나는 체험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하늘의 부름입니다.

함경북도 두만강 아오지 경흥 출신 청년 송창근은 북간도에서 독립운동하는 이동휘 선생으로부터 “너는 커서 목사가 되어서 민족을 위해서 일하라”는 말을 듣고 서울 유학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고향 출신 청년 김재준은 고향에서 금융조합 말단 직원으로 일하다가 송창근의 권유로 서울로 유학 와서 어렵게 생활하던 중에 서울 승동교회에서 열린 사경회에서 김익두 목사의 설교를 듣고 성령/중생체험을 했습니다. 남강 이승훈 선생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연설을 듣고 감동을 받아 평안북도 정주에 오산학교를 세웠고 고당 조만식 선생은 오산학교의 교장으로 일했습니다. 청년 함석헌은 민족사상과 기독교신앙이 모인 오산학교를 다니면서 하늘의 뜻을 깨달았습니다. 청년 이상철은 북간도 캐나다연합교회가 세운 은진중학교를 통해서 기독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이후 성경책과 한국/일본/러시아의 기독교 소설을 읽으며 감동을 받고 하늘의 소명을 깨달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선구자를 통해서, 역사를 통해서, 서적을 통해서, 말씀을 통해서 하늘의 부름을 받게 되었고 이에 순종함으로서 민족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첫번째로 읽은 마가복음 1장은 예수께서 때가 되었을 때 요단강에서 세례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는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유년/소년 시절을 생략하였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세례받기 전까지 무엇을 하셨는지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갈릴리 사람들처럼 평범한 삶을 사셨을 것입니다. 유년 시절에는 갈릴리 농촌과 어촌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했을 것이고 청소년 시절에는 헤롯이 갈릴리에 건설 중인 건축공사에 목수인 아버지와 함께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거친 노동을 하면서 역사와 현실에 눈을 뜨셨을 것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 회개를 선포하는 광야의 예언자 세례요한을 만나게 되었고 그를 통해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세례 받으셨을 때 하늘이 갈라지는 체험을 하셨고 하늘로부터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음성을 들으셨습니다. 하늘이 갈라졌다는 말은 하늘의 뜻이 보였다는 말이고 하늘의 뜻이 나에게 분명하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어느 순간 어느 계기를 통해서 하늘이 갈라지는 것 같은 체험을 한 사람은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또한 하늘의 음성을 들으셨습니다. 이 음성은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없었고 예수님의 귀에만 들렸습니다. 예수께서는 이 음성을 통해서 하늘 아버지께서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늘 아버지께서 자신의 공생애를 축복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열리는 체험과 하늘의 음성을 듣는 체험이 예수님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 두가지 체험이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은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공생애를 본격적으로 준비하실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세례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신 후에 세례요한 공동체에 들어가셔서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 생활하셨습니다. 영적인 훈련을 받으며 자신의 때가 올 때를 기다리셨습니다. 그러던 중에 세례요한이 헤롯으로부터 처형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의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아시고 갈릴리로 돌아오셔서 본격적으로 하나님나라 공생애를 시작하셨습니다. 세례받기 이전이 평범한 사생활이었다면 세례받은 후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공생애 생활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예수님도 세례받고 하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예수님을 이끌어 주는 세례요한이 필요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회개의 세례를 행하고 금욕을 실천하는 세례요한이 없었더라면 예수님은 하나님의 소명을 확실하게 깨닫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세례요한이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부르시는 사명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고 세례요한의 한계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아들이 되실 수 있었습니다. 세례요한이 요단강으로 사람들을 불러서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다면, 예수님은 직접 갈릴리 마을로 들어가셔서 사람들을 만나셨고 회개의 세례 대신 그들을 먹이시고 그들의 병을 고치시고 그들에게 하나님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셨습니다. 세례요한이 사람들을 불러서 회개시켰다면, 예수님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치료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하나님나라 사역도 세례요한 같은 선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선구자는 평범한 사람을 깨우쳐주고 그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깨닫도록 도와줍니다. 세례요한은 하나님 나라의 시작을 알리는 선구자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두번째로 읽은 사도행전 19장은 사도바울이 3차 선교여행 중에 에베소에 들러 12명에게 성령 세례를 주는 장면을 기록했습니다. 에베소 성도들은 세례요한이 행한 회개의 세례는 알고 있었지만 예수님이 행하신 성령의 세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심판을 두려워하였고 세례요한의 가르침대로 회개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서 보여주신 성령의 세례를 알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서 유대인/이방인, 남자/여자, 주인/종의 차별이 무너지고 온 세상에 하나님의 사랑이 전파되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바울이 그들에게 손을 얹으니 성령이 그들에게 내리셨고 그들은 방언을 하고 예언을 하였습니다. 그들이 방언/예언을 하였다는 말은 그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였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평범한 삶을 살던 12명의 에베소인들이 사도바울과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하늘의 부름/소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소아시아 선교의 중심지가 된 에베소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평범한 사람들, 평범하지만 마음과 뜻이 바르고 곧은 사람들을 부르셔서 하늘이 갈라지는 것을 보게 하시고 하늘의 음성을 듣게 하십니다. 하늘이 갈라지는 것을 보는 체험과 하늘의 음성을 듣는 체험을 통해서 소명을 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평범한 사람을 부르셔서 그 사람을 비범한 사람으로 만드시고 그 사람을 통해서 새역사를 이루십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때로는 선구자를 통해서, 때로는 낯선 만남을 통해서, 때로는 역사를 통해서, 때로는 말씀묵상을 통해서, 때로는 성령체험을 통해서 하늘의 부름을 받고 하나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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