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절, 창조주 하나님, 어머니 지구

창조절 첫번째 주일 / 9월 첫번째 주일
창세기 1:1-10, 요한복음 1:1-5
창조절, 창조주 하나님, 어머니 지구
정해빈목사

 

인류의 문명과 미래는 어떤 길을 걸어갈까요? 인류의 문명과 미래에 대해서 쓴 책들이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같은 책들이 그런 책들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인류의 문명과 미래에 대해서 쓴 두꺼운 책 한권이 나왔습니다. 책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 팽창문명에서 내장문명으로]. 여러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서 해외 학자들이 쓴 책과 비교해서 뒤지지 않는 책이라고 칭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붕새의 날개”는 장자(莊子) 책에 나오는 가장 큰 새를 가리킵니다. 그다음 “팽창문명과 내장문명”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팽창문명은 서구문화를 가리키고 내장문명은 동아시아 문화를 가리킵니다. 지난 500년 동안 서구문화는 팽창문화였습니다. 정복하고 지배하고 개척하고 팽창하는 것이 서구 문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식민지 시대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아메리카/아프리카/아시아에 식민지를 건설했습니다. 유럽 제국들이 식민지를 건설할 때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하게 자신들이 동양사람이 아니라 서양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서양을 모방해서 아시아에 식민지를 건설했습니다. 유럽 땅이 좁다고 생각한 개척자들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이주해서 넓은 땅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신대륙이라고 말하면 안되지만 유럽 사람들은 아메리카를 신대륙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지난 500년 동안 정복하고 지배하고 개척하고 팽창하는 것이 서구문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미국 서부영화를 보면 총을 든 카우보이들이 서쪽으로 팽창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팽창문화는 큰 것을 선호합니다. 땅도 커야하고 집도 커야하고 차도 커야하고 먹는 것도 크게 먹어야 합니다. 팽창문화/정복문화/소비문화가 서구문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양의 팽창문화는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21세기 지구상에 더 이상 팽창할 곳이 없습니다. 더 이상 식민지를 건설할 곳도 없고 신대륙을 발견할 곳도 없습니다. 팽창하기는커녕 지난 500년 동안의 팽창문화 때문에 자원은 고갈되었고 자연은 훼손되었고 기후는 망가졌습니다. 팽창문화, 과소비, 정복문화 때문에 지구가 망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이 발전해서 인류가 우주로 진출해서 다른 별에 식민지를 건설하면 모를 까 인류는 지금 팽창문화 때문에 망하게 되었습니다.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 팽창문명에서 내장문명으로] 이 책을 쓴 김상준 교수는 인류의 문명이 팽창문명에서 내장문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팽창문명의 반대가 내장문명입니다. 팽창은 밖으로 확장한다는 것을 가리키고 내장은 안으로 발전하고 내실을 더한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팽창문화가 서양문화라면 내장문화는 동양문화입니다. 동양문화는 정복하고 팽창하는 문화가 아니라 공존, 평화, 음양의 조화를 존중하는 문화입니다. 아시아의 문화는 자연과의 조화, 수평적 협력을 강조합니다. 물론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아시아의 문화를 버리고 서양문화를 따라가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서양의 팽창문화를 따라가려고 하다보니 자원고갈, 자연훼손, 기후변화가 더 심해졌습니다. 이제는 세계 모든 나라들이 팽창문화를 버리고 내장문화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미 그런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팽창문화, 급격한 경제성장은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이제는 경제성장을 논할 때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500년 동안 서양의 팽창문화가 세상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동양의 내장문화가 세상을 이끌어야 합니다. 동양의 유교, 불교, 도교의 가르침에는 팽창문화가 없습니다. 개척하고 정복하고 지배하라는 가르침이 없습니다. 대신 백성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가르침과 정치제도에 대한 내용만 들어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아시아 국가들이 비교적 모범적으로 방역에 잘 대처하는 것도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과 이웃을 배려하는 아시아 내장문화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창조절 절기를 시작하면서 인류의 미래,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팽창문화와 내장문화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들이 먼저 자연을 존중하고 소비를 줄이는 내장문화를 실천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첫번째로 읽은 창세기 1장은 천지창조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생명탄생의 6가지 단계로 읽을 수 있습니다. 1단계는 어둠의 단계입니다. 마치 산모의 자궁이 캄캄한 것처럼 태초에 흑암이 온 세상을 뒤덮었고 하나님의 영이 수면을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명이 잉태되듯이 지구 생명을 낳기 위해서 하나님의 영이 어둠 속에서 물과 만났습니다. 2단계는 물이 마르는 단계입니다. 마치 출산일이 가까워지면 산모의 양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태초에 세상을 뒤덮었던 물이 갈라지고 그 사이에 마른 땅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3단계는 지구가 탄생하는 단계입니다. 하나님께서 물이 없는 곳을 땅이라고 부르시고 물이 있는 곳을 바다라고 부르셨습니다. 마치 아이가 태어나면 눈, 코, 잎, 손가락이 드러나는 것처럼 세번째 단계에서 지구는 땅과 바다가 구별된 온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창조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4단계는 성장하는 단계입니다. 마치 태어난 아이가 조금씩 자라는 것처럼 막 태어난 지구는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산과 바다와 강과 땅이 만들어지고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5단계는 지구가 어머니가 되는 단계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지구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 지구가 되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태어났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와 땅을 거니는 동물과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6단계는 사람이 출현하는 단계입니다. 창세기 2장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흙에 생기를 불어넣어서 사람을 창조하셨습니다. 생기는 하나님을 가리키고 흙은 지구를 가리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창조주 아버지이시고 지구는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우리는 지구 어머니를 통해서 이 땅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지구가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하나님께서 6일 동안 일하시고 7일째 되는 날 쉬셨다고 했는데 6일 동안의 창조 이야기를 생명출산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창조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캄캄한 우주에 생명의 별 지구를 낳으셨고 지구는 시간이 흘러서 어머니 지구가 되어 사람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지구가 나은 사람이 어머니 지구를 망가트리고 있습니다. 자식이 어머니를 망가트리고 있으니 우리는 불효자식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두번째로 읽은 요한복음은 이렇게 말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창조되었으니 그가 없이 창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창조된 것은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창세기 1장은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했는데 요한복음 1장도 마찬가지로 모든 피조물이 말씀을 통해서 생명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에게 나타났는데 그 속에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을 가리켜서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하나님께서 태초에 지구를 낳으셨고 지구는 어머니 지구가 되어 식물과 동물을 낳았고 때가 되어 사람을 낳았는데, 그 중에서도 조금도 흠이 없는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 살아있는 말씀, 예수님을 낳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태어나려면 어머니 지구를 통해서 흙으로 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태어나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어머니 지구가 말씀이 육신이 되신 예수님을 낳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에 공생애를 사시는 동안 하나님과 대화하셨고 자연과 대화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팽창문화가 아니라 내장문화를 사셨습니다. 창조절을 묵상하면서 흠과 죄가 없으시고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되시는 예수님, 참 인간으로 사신 예수님, 창조주 하나님과 어머니 지구를 기쁘게 하셨던 예수님을 바라보며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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