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절,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창조절 여덟번째 주일 / 10월 세번째 주일
창조절,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누가복음 18:1 – 8
정해빈 목사

 

오늘 우리가 읽은 누가복음 18장 말씀은 이번 주일 성서일과에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늘 기도하고 낙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억울한 과부와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나오는 과부는 빈곤층을 가리키고 재판관은 상류층을 가리킵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과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서로 만났습니다. 어느 마을에 하나님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사람도 존중하지 않는 재판관이 있었는데 과부가 찾아와서 내 적대자에게서 권리를 찾아달라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관은 과부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과부는 낙심하지 않고 계속 재판관을 귀찮게 했습니다. 결국 재판관은 견디지 못하고 그의 권리를 되찾아 주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들어라.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밤낮으로 부르짖는 백성의 권리를 찾아주시지 않고 모른 체하고 오래 그들을 내버려 두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권리를 찾아주실 것이다. 그러나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 볼 수 있겠느냐?”

불의한 재판관도 과부의 권리를 찾아주었다면 선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겠느냐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낙심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과부처럼 낙심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말씀에 나오는 두 주인공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재판관입니다. 재판관이라면 누구보다도 공정해야 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하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데 이 재판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재판관은 하나님을 대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과부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 재판관은 그런 판결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옛날 재판관을 오늘날로 말하면 판사나 검사를 가리킵니다. 죄 지은 사람을 기소하는 검사와 사람의 죄를 재판하는 판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바르고 공정해야 합니다. 만약 판사나 검사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힘 있고 돈 있으면 벌을 피해가고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만 벌을 받으면 그 사회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람만이 재판관이 되어야 하고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불의한 재판관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공정한 사람만이 재판관이 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오늘 말씀은 이 세상에 정의롭지 못한 재판관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오늘 말씀의 두번째 주인공은 적대자에게 권리를 빼앗긴 과부입니다. 우리는 적대자가 과부로부터 무엇을 빼앗아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외부 사람이 혹은 집안 사람이 과부의 재산을 빼앗아갔을 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지금 이 과부는 적대자로부터 권리를 빼앗기고 억울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과부를 가리키는 히브리어(אַלְמָנָה, almanah)는 “침묵하는 사람,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 자기 목소리가 없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과부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의한 재판관도 과부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옛날 고대사회에서 여성은 말없이 인생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일반 여성도 말을 할 수 없었다면 과부는 더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부는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당당하게 재판관을 찾아가서 빼앗긴 권리를 찾아달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주변 사람들은 조용히 하라고 침묵을 강요했을 것이고 재판관도 침묵을 강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재판관이 자기 말을 들어줄 때까지 찾아가고 또 찾아갔습니다. 결국 억울하게 침묵을 강요당했던 한 여인이 정의롭지 못한 재판관을 굴복시켰습니다. 정의가 불의를 이겼습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겼습니다.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오늘 말씀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예수님이 억울한 과부를 말씀하신 것처럼 교회는 억울한 사람들, 잊혀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대변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과부는 누구일까요? 오늘날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캐나다 사회에서 오랫동안 무시당했던 원주민들이나 어쩔 수 없이 난민이 된 사람들이나 너무도 가난해서 집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오늘날의 과부일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어날 때는 남자로 태어났는데 여자 같은 성격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있고, 태어날 때는 여자로 태어났는데 남자같은 성격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중성같은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잘못도 아니고 부모의 잘못도 아니고 하나님의 잘못도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은 오랫동안 그런 사람들에게 침묵을 강요해왔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 말씀과 관련해서 3가지 구체적인 예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번째로 최근에 20대 한국 여성 가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습니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는 자유롭게 인생을 살겠다고 인터넷에 글을 쓴 것 때문에 없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욕설을 들었습니다. 한국사회는 왜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을까요?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두번째는 내일(10/21) 있을 캐나다 연방 선거입니다. 어느 정당이 부패하지 않고 나라를 잘 운영할까를 생각해서 투표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어느 정당이 잊혀진 사람들,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원주민들, 성소수자들, 유학생들, 난민들에게 관심을 갖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캐나다에 오래사신 분들은 상관이 없지만 유학생이나 난민들에게는 어느 정당이 집권당이 되느냐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투표한다는 것은 좋은 재판관을 뽑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스웨덴에 사는 16세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입니다. 그를 통해서 세계 여러 곳에서 “기후파업”이 일어났습니다. 보통 10대 소녀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가 세계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지구 기온은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 1도 올랐는데 지구 기온이 1.5도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미 1도가 올랐기 때문에 대재앙이 오기 전까지 0.5도가 남았습니다. 그레타 툰베리는 자신들 세대는 앞으로 70-80년 세월을 지구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기성세대들을 향해서 기후재앙 대책을 세워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선이 악을 이길 수 있을까요? 선이 악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습니다. 과부처럼 포기하지 않고 낙심하지 않을 때만 악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재판관이 끈질긴 과부의 청을 들어주었다면 진실하시고 선하시고 공의로우신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를 들어주지 않겠냐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지치지 않고 낙심하지 않고 기도하고 선을 행하고 정의를 실천할 때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것이고 이 세상은 변화될 것입니다. 지치지 않아야 합니다. 과부가 정의롭지 못한 재판관을 굴복시킨 것과 같은 역사를 이 시대에서도 만들어 가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Creation, people forced to silence
Luke 18:1-8

Then Jesus told them a parable about their need to pray always and not to lose heart. He said, “In a certain city there was a judge who neither feared God nor had respect for people. In that city, there was a widow who kept coming to him and saying, ‘Grant me justice against my opponent.’ For a while he refused; but later he said to himself, ‘Though I have no fear of God and no respect for anyone, yet because this widow keeps bothering me, I will grant her justice, so that she may not wear me out by continually coming.’” And the Lord said, “Listen to what the unjust judge says. And will not God grant justice to his chosen ones who cry to him day and night? Will he delay long in helping them? I tell you, he will quickly grant justice to them. And yet, when the Son of Man comes, will he find faith on earth?” (Luke 18:1-8)

In the parable of the unjust judge in the Gospel of Luke Chapter 18, Jesus uses a figure from the very edges of society to teach his followers the lesson. The word for ‘widow’ in Hebrew means ‘silent one’ or ‘one unable to speak.’ In the patriarchal Mediterranean world males alone play a public role. Women do not speak on their own behalf. So this “silent one” is acting outside the normal bounds when she finds her voice and speaks up for herself. Maybe it’s because she knows that there’s a special place for her in the heart of God, as the Bible often says. Widows, orphans, and aliens are all very close to the heart of God and the focus of God’s concern. We might ask ourselves, then, who “the widows” are in our time: the ones without a voice who speak up anyway in protest of injustice. Young people outraged by school shootings have marched and organized and spoken up to the powers that be about the risk they take by simply going to school; people who live with disabilities have valiantly protested in the very halls of Congress over injustice and exclusion; LGBTQ people have to continue to march and protest and put themselves at risk every single day as progress made gets unmade; people of color face everyday disrespect and violence, along with economic injustice. Do we hear the voices of these “widows” in our own time? Are we willing to listen? The story of Luke 18 we read today tells of a widow who is deprived of her right but finally defeated an unjust judge. In ancient times, the widow was “forgotten one” or “silent one.” But she never gave up and shouted justice until the unjust judge finally succumbed to her request. This story tells us that when the socially weak does not get discouraged and persists in asserting justice and rights, they can beat injustices. When we are not exhausted, not discouraged, pray, do good, and practice justice, God will respond to our request and the world will be changed. If this corrupt judge responds to the widow’s pleas, Jesus said, how much more will a loving God respond to the prayers of our hearts? Our prayer life sustains us even in the worst of times, and it keeps us close to God. It is how we bother God, and it is how God bothers us back. We are called to represent “the people forced to silence” and to proclaim justice without discouragement in this generation, such as the weak widow defeated an unjust strong judge.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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