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9. 평행선을 달리는 '검수완박' 논란,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작성자
akuc
작성일
2022-04-19 20:59
조회
564
평행선 달리는 '검수완박' 논란,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2022-04-19 13:22
문 대통령, 김오수 검찰총장 면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을 면담하고 있다. 2022.4.18 [
(서울=연합뉴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관련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8일 제1 소위를 이틀째 열어 법안 심사를 이어가고, 전국 평검사 회의도 저녁에 열린다. 전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났으나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4월 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민주당, 그리고 이에 반발하는 검찰과 국민의힘 간의 강 대 강 대치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 문제가 지금 국회에서 뜨겁게 논의되는 만큼, 윤 당선인도 차기 정부의 인수를 앞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끝내 힘겨루기로 마무리될 경우 최종적인 피해자는 국가와 국민이 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국가 시스템의 건강성과 직결된 중대 사안이 정쟁에 휘말려 뒤죽박죽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주의 사회의 문제 해결 방식은 대화와 타협이다. 이런 점에서 김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곡절을 겪은 끝에 성사된 전날 문 대통령의 김 총장 면담은 다소 아쉽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면서도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민주당과 검찰 모두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타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책임 정치라는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소신을 밝히든지, 아니면 민주당에 속도 조절을 요구해야 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임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에게 논쟁적 문제에 대한 일도양단식 입장 표명을 바라는 것도 무리이다. 결국 키는 국회가 쥐고 있다. 의회 민주주의의 효용은 바로 이런 난제에서 발휘된다. 김 총장도 사의를 철회하고 국회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검찰이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국회에 직접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공정성·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민주당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빼앗는 것이 범죄 예방의 측면에서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지, 국가의 권력 감시 기능이 약화해 부정부패가 확산할 소지는 없는지, 수사권을 넘겨받는 경찰이나 제3의 기관이 검찰보다 정치적으로 더 독립적이고 공정할 것인지 등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여라도 당장의 소나기를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역시 '검찰 공화국'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무작정 검찰을 감싸고 도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큰 것은 아닌지, 이로 인한 부작용이 무엇인지, 검찰의 수사 관행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양당이 각자 정확한 상황 인식의 토대 위에 협상에 나선다면 의의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교체기에 정치권이 민생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런 문제에 힘을 소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안보, 코로나 사태 등 신·구 권력이 인수인계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 아닌가. 권력의 지형이 바뀌는 예민한 시기에는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이 문제를 마무리한 뒤 지금부터는 민생을 살리는 데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