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꺾이지 않는 마음",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작성자
akuc
작성일
2022-12-12 21:41
조회
43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한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돌아왔다. 지난 보름여 간 한국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역할을 했다. 잇따르는 경제위기 경고와 이태원 참사로 얼어붙어 있던 국민의 마음을 따뜻이 녹여줬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태극전사들을 목청 높여 응원하게 만든 치료제이자 청량제가 됐다.
2022-12-08 18:15
"꺾이지 않는 마음",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2022-12-08 18:15
오늘 12월 12일 월요일 저녁, 영하 10도로 아주 추운날 밥입니다. 아래는 연합뉴스 논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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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회자하고 있는 문구다. 16강 진출이 걸린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한 뒤 대표팀 선수들이 들어 올린 태극기에 적혀 있던 이 문구를 본 많은 이들은 벅찬 감동을 받았다.
2-0으로 뒤지고 있던 가나전에서 그림 같은 조규성의 연속 헤딩골로 동점을 만들며 가나를 추격했을 때나, 16강전 진출이 점점 멀어져 가던 포르투갈전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끝내는 후반 추가시간 연출했던 기적 같은 손흥민→황희찬의 역전골,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후반에 보여줬던 백승호의 그림 같은 중거리 슛에서 국민은 태극전사들의 '꺾이지 않은 마음'을 확인했다.
당초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에서 10년의 도전 끝에 이 종목에서 우승한 프로게이머 인터뷰를 계기로 처음 등장했던 이 문구는, 이제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강력한 서사와 함께 전 국민이 의미를 되새기는 경구가 됐다. 2002년 월드컵 때 '꿈★은 이루어진다'는 우리의 희망은, 20년 뒤에는 결과보다 좀 더 과정에 무게를 둔 '중꺾마'의 외침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이 문구를 되뇌며 불확실성 시대의 복판에서 불안한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명언은 '중꺾마'의 정신과 통한다.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 시절이었던 1973년 내셔널리그 동부디비전에서 꼴찌를 하고 있을 때 한 기자의 질문에 답했던 이 말은, 그해 베라의 말처럼 메츠가 기적적으로 동부디비전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유명해졌다. '꼴찌의 반란'이 이뤄진 것이다.
인생에서 한두 번 좌절을 맛보지 않는 이들은 별로 없다. 좌절에 직면했을 때 더욱 중요한 것이 불굴의 의지일 것이다. 시련과 고통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전진해 나간다면 결과를 떠나 그는 이미 승리자이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본다. 실패를 용인하고 관용으로 대하고 있는 사회인가. 한 번의 실패에 실패자로 낙인찍고 냉대하지는 않는 사회인가. 태극전사들이 1승도 못 거두고 돌아왔다면 어떤 평가가 내려졌을까. '꺾이지 않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실패에 관대한 문화, 실패에서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사회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얘기한다. 발명왕 에디슨은 생애 1천93개의 특허를 받은 발명품을 남겼지만, 그 10배, 100배의 실패를 거듭했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매년 10월 13일은 '세계 실패의 날'이다. 2010년 핀란드의 학생·기업가 집단 알토이에스(AaltoES)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제안한 뒤 세계로 확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행사가 열려오고 있다. 실패 경험의 자산화 및 재도전을 지지하는 정책과 문화의 확산이 목적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 전반이 좀 더 실패에 관용적인 분위기가 될 때 '중꺾마'의 빛은 제대로 발산할 것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며 그 의미를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