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가족으로 꼭 다시 만나자"…이태원 참사 49일 추모제
작성자
akuc
작성일
2022-12-16 14:10
조회
65

유가족의 슬픔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 2022.12.16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 찾은 유가족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2.12.16

이태원참사 49일 시민추모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 인근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2022.12.16
오늘 12월 16일 금요일 오후, 눈이 하얗게 나리고 퍽 추어요. 아래는 연합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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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으로 꼭 다시 만나자"…이태원 참사 49일 추모제
2022-12-16 22:20
유가족·시민들 사고 현장서 추모…"안전한 곳에서 환생하기를"
"공식 사과·진상규명" 촉구…정치권 망언에 분노도
"가끔은 언니 보러 와줘. 언니 꿈으로, 언젠가는 언니 자식으로 찾아와줘. 영원히 사랑한다. 내 동생."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49일째인 16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시민 추모제가 열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49일째가 되는 이날 압사 참사의 현장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이름으로 이 행사를 마련했다.
영하의 한파에도 유가족뿐만 아니라 고인의 안식을 빌려는 시민들이 이태원로 4개 차로와 양옆 인도를 가득 메웠다. 손에는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고 쓰인 팻말이나 촛불을 들었다.
추모제는 4대 종단(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종교의식으로 시작했다. 종교는 다르지만, 저마다의 방법으로 고인의 명복을 기원했다.
무대 스크린에는 희생자 159명의 사진과 이름이 띄워졌다. 환한 얼굴로 가족, 친구들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이들의 영상이 나오자 유가족은 통곡하기 시작했다. 가슴을 치며 먼저 가버린 자식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부모의 울부짖음이 이태원로를 메웠다.
친구의 생전 모습을 본 이들은 큰 소리로 이름을 부며 "사랑해"를 외쳤다. 시민들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스크린을 주시했다. 간간이 "힘내세요"라며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다음 세상에서는 더 좋은 부모에게서 태어나거라"
고(故) 이지한씨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무대에 올라 추모사를 하기에 앞서 이렇게 외쳤다.
이씨는 "49재에 고인을 위해 정성을 담아 제사를 올리면 좋은 곳에서 다시 사람으로 환생한다고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안전한 곳에서 환생하기를 빌며 오늘만큼은 최대한 경건하게 가장 소중한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아본다"며 겨우 말을 이어갔다.
딸이나 아들, 형제자매를 허망하게 떠나보낸 다른 유가족 역시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낭독했다.
"행복한 것만 생각하며 훌훌 날아가렴. 그리고 꼭 다시 가족으로 다시 만나자.", 희생자 13명의 사연이 전해지는 동안 유가족은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애끊는 슬픔 가운데 분노도 섞여 나왔다.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는데도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와 사고 당일인 10월 29일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출동하지 않은 경찰, 유가족을 향해 혐오 발언을 쏟아낸 정치인에 대한 분노가 쏟아졌다.
이종철 대표는 "단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기에 우리의 분노는 치밀어 오른다"면서 "정부 관계자들의 비상식적인 발언들이 우리 유가족의 가슴에 칼을 꽂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김지현씨 어머니 김채선씨는 "누가 감히 놀러 갔다가 사고가 난 거라고 비난하며 잔인하게 2차 가해를 하고 손가락질을 하느냐"며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해대는 사람들 때문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유가족들은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정부는 부모들 허락도 없이 마약검사를 하는 이해하지 못할 일을 저질렀다"며 "휴대폰과 신분증이 있는데 왜 시신을 12시간이나 방치했으며 사고 당시에는 왜 쏟아지는 인파를 골목으로 다시 밀어넣었느냐"고 말했다.
시민대책위도 공동호소문에서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외면하고 왜곡하고 있다며 국가 책임 인정과 윤석열 대통령 공식 사과,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추모 공간 마련, 피해자 종합적 지원 대책, 2차 가해 방지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추모제나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 역시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이형빈(26)씨는 "사고 전에는 안전 대책을 수립하지 않더니 사고 후에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증거를 지우기 바쁘지 않느냐"면서 "하루빨리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심현우(43)씨는 "이태원참사 이후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 공직자들이 막말하는 걸 보고 분노를 참기가 힘들었다"며 "장관이나 대통령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아 이를 정쟁 도구로 사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추모제에 앞서 이날 조계종 사회복지재단과 7개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각각 추모행사를 엄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