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주님의 교훈은 완전하여서

사순절 세번째 주일 / 3월 첫번째 주일
시편 19:7-14, 요한복음 2:13-22
사순절, 주님의 교훈은 완전하여서
정해빈 목사

 

호주연합교회 어느 목사님이 만드신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십계명] 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모세 시대에 십계명이 있었듯이 21세기에는 21세기에 맞는 십계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1) 선하신 하나님을 믿으십시오. 그분의 선을 따라가면 당신은 너그럽고 협력하고 품위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2) 이웃과 하모니를 이루는 행복한 삶을 사십시오. (3)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생명들에게 꼭 필요한 지구의 자원을 돌보십시오. (4) 동물과 새와 육지와 강과 바다의 생물들을 친절하게 돌보십시오. (5) 사람이 태어나서 상처와 승리를 거쳐 인생의 마지막이 될 때까지, 사람이 잠재력을 개발하고 가능한 한 완전한 인간이 되도록 서로 보완하고 도와주십시오. (6) 인류의 공동선에 참여하고 이 세상의 미래를 위해 당신의 재능/물질을 사용하십시오. (7) 인간의 존엄성과 희망과 성실성을 장려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연구하십시오. 모든 인간이 자신의 존엄성, 희망, 성실성을 유지하며 세상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십시오. (8)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삶의 방식, 새롭게 펼쳐지는 삶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환영하고 가까이 하십시오. (9) 인생의 성공과 목표에만 삶을 집중하지 말고 영성의 깊은 세계와 인류의 관심사를 위해서 공부하십시오. 미래에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과 신앙에 참여하십시오. (10) 삶에 힘을 주고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하나님께 예배드리십시오. 선하시고 자비로우시고 아름다우신 성령과 하나 되십시오.

이상 10가지의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십계명]을 보면 옛날 십계명에는 없었던 환경에 대한 계명을 비롯해서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드는 좋은 계명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들도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새로운 십계명]을 만든다면 “숲을 파괴하지 마십시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마십시오. 후손들에게 쓰레기를 남기지 마십시오. 민주주의를 실천하십시오. 폭력과 차별과 혐오를 멀리하고 다문화와 다양성을 존중하십시오” 같은 계명들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순절 기간에 우리가 실천해야 하는 계명 한가지를 꼽으라면 “탄소금식”이 될 것입니다. 지구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탄소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사용하지 않기, 1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개인컵 사용하기, 소비 줄이기 같은 “탄소금식” 계명이 필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출애굽기 20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히브리 백성들에게 주신 십계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했기 때문에 애굽의 종교와 문화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때로는 우상을 숭배하기도 했고 때로는 무질서한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악을 미워하면서 악을 본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제국의 억압을 받으면서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제국의 폭력적인 문화를 따라가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국의 억압에서 그들을 구원해 주셨고 그들이 과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십계명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제사장 민족이 되고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해서는 거룩한 예배와 거룩한 생활이 필요했습니다. 십계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람을 억압하는 제국과 제국의 종교를 따라가지 말고, 생명과 자유와 해방의 하나님만을 섬기고, 가정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이었습니다. 하나님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할 때 나의 거룩한 민족이 될 수 있다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거대한 동상을 만들지 말고, 안식일에는 모든 피조물이 쉬게 하고, 부모를 공경하고, 거짓말하지 말고,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을 학대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십계명을 3가지 단어로 요약한다면 “거룩, 공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시편 19편은 “주님의 교훈은 완전하여서 사람에게 생기를 북돋우어 주고 주님의 증거는 참되어서 어리석은 자를 깨우쳐 주고 주님의 교훈은 정직하여서 마음에 기쁨을 안겨 주고 주님의 계명은 순수하여서 사람의 눈을 밝혀준다”고 고백했습니다. 주님의 교훈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기쁨과 지혜를 주고 자유와 해방을 가져다 줍니다. 우리는 구약성경을 읽을 때, 율법/십계명을 반드시 지켜야만 하나님의 자녀로서 인정받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율법/십계명은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구원에 대한 감사요 응답입니다. 계명을 지켜야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애굽의 억압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거룩한 제사장 민족으로 불러 주셨기 때문에 히브리 백성들은 이에 대한 감사로서 계명을 지켰습니다. 계명을 지켜야 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복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구원받기 위해 계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구원 안에 머물기 위해서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교훈을 지키는 것은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시편 19편 시인이 고백한 것처럼, 주님의 교훈이 우리에게 생기를 북돋우어 주고 어리석은 자를 깨우쳐 주고 마음에 기쁨을 주고 사람의 눈을 밝혀주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주님의 말씀은 우리의 눈을 밝혀주고 세상의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줍니다.

오늘 우리가 두번째로 읽은 요한복음 2장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셔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과 돈을 바꾸어 주는 사람들을 쫓으시면서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헤롯왕이 건축을 시작한 이후 완공하기까지 80년이 걸린 거대한 건물이었습니다. 성전의 크기는 축구장 20배에 달했고 건물과 지붕은 금과 은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로마 사람들이 구경하러 올 정도로 지중해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건축물이었고 성전의 한쪽 끝에는 로마의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타락한 로마제국과 타락한 유대교가 만나서 지어진 곳이었고 권력과 재물이 쌓이는 곳이었습니다. 제사장들은 순례객들에게 동전을 환전하고 동물을 독점 판매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했습니다. 예수께서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 성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성전이 더 이상 필요없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 성전이라는 말은 유대인만 성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들어갈 수 있어야 하고 제사가 아니라 기도하는 곳이 성전이라는 것을 가리킵니다. 기도는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습니다. 두세 사람이 기도하는 곳에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그곳이 어느 곳이든지 기도하는 곳이 성전이 됩니다. 성전에 하나님이 계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계신 곳이 성전이 됩니다. 유대인과 이방인을 나누고 동물을 잡아서 드리는 제사를 주님은 허무셨습니다. 헤롯은 로마제국에 잘 보이기 위해 백성들의 피와 땀을 짜서 거대한 성전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성전이 강도의 소굴이 되었다고 말씀하셨고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서 살아있는 성전을 다시 세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예루살렘 성전은 완공된 지 3년 후인 주후 69년 로마제국에 의해서 파괴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말씀을 통해서 참된 기독교 신앙은 건물이나 권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말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집트제국도 무너졌고 로마제국도 무너졌고 예루살렘 성전도 무너졌습니다. 국민들을 억압하는 부패한 권력자들과 독재자들은 때가되면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오직 살아서 역사하시는 주님의 말씀만이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생명의 말씀을 통해서 사람에게 생기를 북돋우어 주셨고 어리석은 자를 깨우쳐 주셨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셨습니다. 주님의 교훈은 사람을 억압하지 않고 사람을 살립니다. 거대한 동상도 필요 없고 거대한 성전도 필요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생명의 말씀뿐입니다. 시편 19편의 고백처럼 주님의 교훈은 완전하여서 사람에게 생기를 북돋우어 주고 어리석은 자를 깨우쳐 주고 마음에 기쁨을 안겨주고 사람의 눈을 밝혀줍니다. 말씀은 절망에 빠진 사람을 다시 일으켜 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고통받고 특히 약자들이 고통받는 이 시대에 생명의 말씀으로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주고 서로가 서로를 축복하고 권면하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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