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더 기쁘고 더 자유롭게

성령강림절 첫번째 주일 / 6월 첫번째 주일
성령강림절, 더 기쁘고 더 자유롭게
사도행전 2:1-8, 14-18
정해빈목사

 

 

오늘은 성령강림절 주일이면서 동시에 우리 교회가 속한 캐나다연합교회 창립 97주년 기념주일이기도 합니다. 1925년 장로교회, 감리교회, 회중교회가 합쳐서 캐나다연합교회가 시작되었는데 올해로 97주년이 되었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교단을 상징하는 문장(Crest)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위아래로 볼록한 타원형은 물고기를 가리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서 사람을 살리는 어부가 되라고 말씀하셨고 물고기는 초대 기독교인들을 가리켰습니다. 헬라어로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의 첫번째 단어를 합치면 익투스(ΙΧΘΥΣ)가 되는데 익투스는 물고기를 가리킵니다. 일반 사람들은 “익투스” 하면 물고기를 생각하는데 초대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를 떠올렸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X는 예수님을 가리키고, 왼쪽에 있는 성경책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를 강조하는 회중교회를 가리키고, 위에 있는 비둘기는 성령의 능력을 강조하는 감리교회를 가리키고, 오른쪽에 있는 불타는 떨기나무는 하나님의 영광을 강조하는 장로교회를 가리키고 아래쪽에 있는 알파와 오메가는 영원하신 하나님을 가리킵니다. 왼쪽 가장자리 위에는 영어로 교단이름이 쓰여져 있고 왼쪽 가장자리 밑에는 라틴어 “우트 옴네스 우눔 신트,” 요한복음 17장 “모두가 하나되게 하소서”가 쓰여져 있습니다. 오른쪽 가장자리 위에는 불어로 교단이름이 쓰여져 있고 오른쪽 가장자리 밑에는 원주민들의 말 “아퀘 니아 테테와 네렌,”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습니다”가 쓰여져 있습니다. 가운데 색깔을 보면 하얀색, 노란색, 검정색, 빨간색이 나오는데 이것은 세상을 4가지 단계로 생각하는 원주민들의 전통을 가리킵니다. 자연에도 4계절이 있고 인생에도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4단계가 있고, 세상의 방향에도 동/서/남/북이 있습니다.

이렇게 교단을 상징하는 문장(Crest)를 자세히 살펴보면 감리교회/장로교회/회중교회, 영어권과/불어권과/원주민들, 하나님의 주권과 말씀의 능력과 인간의 반응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캐나다의 모든 이웃들과 함께 서로를 존중하면서 함께 기뻐하고 함께 봉사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지난 2,000년 기독교 역사와 지난 150년 캐나다 역사를 존중하고, 자연과 원주민을 존중하고, 또 한인연합교회와 같은 소수민족의 전통을 지키면서 우리는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교단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5/27(금) – 5/28(토) 우리 교회가 속한 Shining Waters Regional Council 지역회가 열렸는데 주제에 해당하는 성경말씀이 고린도전서 12:7절 말씀이었습니다. “각 사람에게 성령을 나타내 주시는 것은 공동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성령의 은사를 주신 것은 공동이익을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공동이익, 공동선, common good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공동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모든 동물과 식물, 나무와 공기와 흙과 물, 원주민들과 인류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하라고 하나님께서는 우리들 각자에게 성령의 은사를 주셨습니다. 고린도교회 성도들 중에는 열광적인 성령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성령의 은사를 가지고 개인적으로 자랑을 하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도바울은 공동선,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 성령의 은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령의 은사/선물을 개인적인 축복으로만 이해합니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서 기도도 응답받고 싶고 물질적인 축복도 받고 싶어 합니다. 방언도 하고 싶고, 병 고치는 은사도 받고 싶고, 예언의 은사도 받고 싶고, 남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은사를 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사도바울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성령의 은사를 주신 것은 공동이익, 공동선, common good을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교회에 다양한 성령의 은사를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교회에 주신 성령의 은사를 가지고 지역사회와 한인사회,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서 함께 일해야 할 것입니다. 지역회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온타리오의 빈부격차해소를 위해서, 인종차별철폐를 위해서, 원주민들의 권익을 위해서, 환경보호를 위해서,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위해서, 교회의 부흥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진실로 우리는 공동이익, 공동선을 위해서 일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남들보다 특별한 은사가 있다면 그 은사는 공동선을 위해서 사용되어져야 합니다. 지난 6월 2일 온타리오 주 선거에서 조성준 장로님(노인복지부장관)께서 지역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서 한인 최초로 3선에 당선되셨습니다. 장로님 성령의 은사를 받으셔서 앞으로 4년 동안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공동선을 위해서 일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구약시대가 성부 아버지의 시대이고 신약시대가 성자 예수님의 시대라면 초대교회는 성령님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옛날 구약시대에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율법과 예언자들을 통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옛날 히브리 백성들에게 있어 하나님은 쉽게 가까이 할 수 없는 분이었습니다.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면 죽기 때문에 하나님의 뒷모습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약시대의 하나님은 전통적인 집안의 가장으로서 아버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신약시대 사람들은 하나님의 아들, 말씀이 육신이 되신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구약시대의 하나님이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면 신약시대의 예수님은 어머니 같은 분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오셔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가난한 자를 먹이시고 병자를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셨습니다. 신약시대 사람들은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예수님이 부활/승천하신 이후에 초대교회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초대교회의 시대는 성령의 시대입니다. 예수님이 더 이상 우리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마치 어린 자녀가 시간이 지나서 성인이 되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초대교회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힘들어 할 때, 성령께서 그들을 위로해주시고 깨우쳐주시고 진리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구약시대가 유아기 신앙이고 신약시대가 청년기 신앙이라면 초대교회 시대는 장년기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시고 예수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던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이제는 교회가 스스로 알아서 길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교회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성령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성장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교회가 미래를 향해서 헤쳐 나가려고 할 때 힘든 일도 있을 것이고 어려운 일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성령께서 우리를 찾아와 주셔서 우리를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사도행전 2장을 보면 오순절 날에 제자들이 성령을 받고 방언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님이 유월절에 처형당하시고 부활하셨기 때문에 유월절과 부활절 날짜가 같고 오순절과 성령강림절 날짜가 같습니다. 유월절 후 50일째 되는 오순절은 본래 히브리 백성들이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날이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려면 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법은 우리의 잘못을 깨우쳐 줄 수는 있지만 사람을 변화시키지는 못합니다. 율법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성령은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문자는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하나님의 영은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그것이 성령의 능력입니다. 오순절 날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여러 나라 말로 말하기 시작하였고 해외에서 온 동포들은 제자들이 자기들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을 가로막는 신분/인종/언어의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중국말을 못하는데 성령을 받아서 중국말을 하자 중국 사람들이 제 입에서 나오는 중국말을 알아들었습니다. 성령께서 역사하자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든 인종이 함께 기뻐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성령께서 역사하면 인종의 장벽, 성의 장벽, 신분의 장벽, 언어의 장벽이 무너지고 아들들과 딸은 예언을 하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늙은이들은 꿈을 꾸는 역사가 일어납니다. 모든 사람들이 고난을 견디고 미래를 꿈꾸는 새역사가 일어납니다. 성령님의 인도함을 받아 더 기쁘고 더 자유롭게, 서로의 마음을 알고 서로의 말을 아는 역사가, 초대교회와 같은 성령의 역사가 우리 교회에서도 일어나기를 소망하면서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아름다운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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