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자율과 협력의 교회

성령강림절 네번째 주일 / 6월 두번째 주일

성령강림절, 자율과 협력의 교회

사도행전 2:40 – 47

정해빈 목사

 

6월 두번째 주일, 성령강림절 네번째 주일입니다. 교회학교 학생들과 함께 영어로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 번영을 위한 기도]를 드렸는데 한글로 기도문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캐나다연합교회 한인 목회자들이 기도문을 만들었습니다. “평화의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와 화해하시고, 사람들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무시는 하나님, 오늘 우리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과 북의 형제자매들을 기억하며 우리의 마음을 모아 기도합니다.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한민족은 식민지배와 세계전쟁의 상흔으로 7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남북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며 살아왔습니다. 동족간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분노와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들의 삶을 불쌍히 여기소서. 이제 분열과 대립을 넘어 평화와 화해의 시대로 나아가려 하는 이들의 걸음걸음을 인도하시고 힘을 북돋아 주옵소서. 개인과 시민사회, 정치가와 세계 지도자들에게 평화의 영을 불어 넣으시어 무력 보다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모두에게 선이 되는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옵소서. 우리는 또한 전쟁과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서, 시리아와 중동 지역에서, 오랜 갈등과 폭력으로 살던 터전에서 내몰리고 난민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위에 함께 하옵소서. 세계 공동체가 정치, 군사적 이익이 아닌, 생명 존중과 평화 공존의 가치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도록 우리를 깨우치시고 인도해 주옵소서. 예수님의 제자 된 우리들이 항상 깨어 기도하게 하시고 역사 가운데 임하시고, 또 우리 가운데서 일하시는 진리, 자유, 평화의 영이신 하나님의 성령을 따라 용기 있게 나아가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이 기도 내용처럼 6/12 화요일에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또 그 이후의 회담이 잘 진행되어서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이 정착되고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요즘 성령강림절을 맞이해서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 이야기를 계속 묵상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떠나시고 난 후에 제자들만 남아서 교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제자들은 스승이 떠나시고 난 후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스승이 계셨을 때는 스승만 따라가면 되었는데 이제는 스승이 안계시니까 제자들 스스로 모든 것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만 했습니다. 성령께서는 제자들이 교회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믿음과 용기와 지혜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12세기의 수도승이자 신비가인 요아킴 피오레는 구약의 시대가 성부의 시대이고, 신약의 시대가 성자의 시대라면, 오늘날 시대는 성령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약시대에는 율법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났고, 신약시대에는 성직자/목회자를 통해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성령의 시대에는 한 두 사람의 성직자/목회자가 교회를 이끌어 가는 시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성령을 체험하고 은사를 받아서 모든 사람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령의 시대는 목회자의 시대가 아니라 평신도의 시대이고 모든 사람이 성령을 받고 성령께서 주시는 은사를 가지고 서로 협력하면서 함께 일하는 시대입니다.

성령님이 인도하는 교회는 한마디로 말하면 자율과 협력의 교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사도행전 말씀을 통해 제자들이 성령을 체험하고 나서 어떻게 자율적으로 협력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초대 교회가 자율과 협력의 교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몇가지 예가 있습니다. 첫째로 제자들은 자율과 협력의 방법으로 예수님을 배반한 가롯 유다를 대신하는 새로운 제자를 뽑았습니다. 예수님이 떠나시고 나서 12명의 제자들이 초대 교회를 이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계셨으면 예수님이 뽑으면 되지만 예수님이 안계시니까 성도들이 스스로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사도행전 1장을 보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성도들은 먼저 가롯 유다를 대신할 만한 사람으로 투표를 통해서 요셉과 맛디아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아시는 주님, 주님께서 이 두 사람 가운데서 누구를 뽑아서 이 섬기는 일과 사도직의 직분을 맡게 하실 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한 후에 제비뽑기를 통해서 맛디아를 선출했습니다.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또 투표로 뽑으면 뽑히지 않은 사람은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기도한 후에 제비를 뽑았습니다. 2명은 성도들이 뽑았지만 그중에서 누가 뽑힐 지는 하나님께서 결정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이렇게 기도하고 제비를 뽑았다는 말은 성도들과 하나님이 서로 협력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성도들은 성도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뜻을 기다렸습니다. 초대교회가 자율과 협력,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를 통해 중요한 의사를 결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초대 교회는 자율적이고 신앙적이고 서로 협력하는 교회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둘째로 사도행전 6장을 보면 성도들이 구제/봉사를 담당할 7명의 제직을 뽑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도 역시 초대 교회가 자율과 협력의 교회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루살렘 교회에 가난한 과부들이 많았는데 히브리 말을 하는 과부들은 구제를 잘 받았는데 헬라 말을 하는 과부들은 구제를 잘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자들이 히브리 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까 히브리 말을 하는 과부들이 더 잘 보살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헬라 말을 하는 과부들이 불평하니까 제자들이 모여서 우리들은 말씀 전하는 것과 기도하는 것을 전담하고 구제와 재정과 행정과 봉사는 헬라 말을 하는 7명의 지도자를 뽑아서 그들이 전담하도록 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당회원들은 예배/기도/심방 같은 영적인 일을 맡고 제직회원들은 행정/재정/봉사를 맡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자들은 교회의 모든 사역을 독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은 영적인 일을 전담하고 물질적인 일은 젊은 지도자들에게 맡겼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없게 해달라고 기도하기 보다는 갈등이 있을 때 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지혜로운 교회였습니다. 그들은 서로 사역을 분담하고 협력함으로서 갈등을 해결했습니다. 목회를 분담하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입니다. 모든 성도님들이 목회에 참여하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입니다.

마지막 세번째로 오늘 우리가 읽은 사도행전 2장 말씀에 의하면 베드로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서 “비뚤어진 세대에서 구원을 받으라”고 말하였고 성도들은 사도들의 가르침과 서로 사귀는 일과 빵을 떼는 일과 기도에 힘썼고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습니다.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런 일들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서 호감을 사게 되었습니다. 초대 교회가 영적으로 말씀을 공부하고 기도에 힘쓸 뿐만 아니라 물질을 서로 구제하고 나누는 교회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진 자에게서 물질을 강제로 빼앗아서 가난한 자들에게 주는 사회, 모든 사람이 똑같이 가난해지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입니다. 그래서 공산주의가 망했습니다. 능력있고 열심히 일한 사람은 더 많이 벌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적게 버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떤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만 받는데 토론토의 공기업 사장들이 수백만 불을 연봉으로 받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늘날 이 세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빈부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초대 교회는 강제로 물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감동을 받아서 기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물질을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신학자는 초대 교회를 가리켜서 “사랑의 공산주의”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이 떠나시고 난 후에 성령의 감동을 받아서 자율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서로 의지하고 서로 사랑과 물질을 나누는 그런 교회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들도 성령의 인도함을 따르는 교회, 자율과 협력의 교회, 사역을 분담하는 교회, 사랑과 물질을 나누는 그런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Pentecost, a church of autonomy and cooperation

Acts 2:40 – 47

‘Save yourselves from this corrupt generation.’ So those who welcomed his message were baptized. They devoted themselves to the apostles’ teaching and fellowship, to the breaking of bread and the prayers. Awe came upon everyone, because many wonders and signs were being done by the apostles. All who believed were together and had all things in common; they would sell their possessions and goods and distribute the proceeds to all, as any had need. Day by day, as they spent much time together in the temple, they broke bread at home and ate their food with glad and generous hearts, praising God and having the goodwill of all the people. And day by day the Lord added to their number those who were being saved. (Acts 2:40-47)

According to the Book of Acts, Jesus’ disciples were led by the Holy Spirit to build a joyful, free, cooperative church. If we explain the first church in a nutshell, we can say that it was the church of Word and Prayer, and of autonomy and cooperation. First, when selecting a new leader on behalf of Judas Iscariot who betrayed the Lord, they elected a leader through a voting process in which everyone participated. They elected two candidates first, and after prayed, they chose one of them by drawing lots. We can see from this story that the early church tried to make a decision in an autonomous, democratic and faithful way. Second, the disciples shared the ministry. While they devoted themselves to the Word and prayer, the seven newly elected leaders were in charge of finance and service. The early church was a church where everyone participated, collaborated and shared equally. They not only worked on teaching, fellowship, table and prayer, but also shared everything. Not only did they study and pray spiritually, but also materially helped each other. The disciples, after the Lord departed, were motivated by the Holy Spirit to create a church that cooperated autonomously. I believe that we are also called to create a church that follows the guidance of the Holy Spirit, a church of autonomy and cooperation, a church that all people participate in the ministry with joy and love.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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