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 우리의 날을 세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주현절 여섯번째 주일/2월 두번째 주일
주현절, 우리의 날을 세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시편 90:1 – 12
정해빈 목사

 

2월 두번째 주일, 주현절 여섯번째 주일입니다. 지난 주일 설날감사예배를 드리고 다시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새해를 맞이해서 퀴즈 한 가지를 내겠습니다. 성도님들 아래 시를 보시고 이 시가 가리키는 대상이 무엇인지 맞추어 보시기 바랍니다. “민첩하고 교활한 파말마, 근심의 전달자, 추한 밤의 친구이자 꼴불견, 너는 청춘을 좀먹는 자, 거짓 즐거움의 못된 노예이며, 슬픔을 구경하는 천박한 자. 너는 모든 것을 낳고 또한 모든 존재하는 것을 소멸시킨다. 네가 맡은 일은 원수에 대한 증오심을 없애고, 세상에서 생기는 오해는 종결시키는 것이다. 너의 영광은 다투는 국왕을 화해시키는 것이고, 허위의 가면을 벗기고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악을 행한 자가 뉘우칠 때까지 고통을 주는 것이고, 오만한 건축물을 네 힘으로 폐허화하고 빛나는 황금 탑을 먼지로 더럽히는 것이다.” 여러분 이 시의 대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람은 아닙니다. 민첩하고 교활하고 근심을 전달하고 추한 밤의 친구이고 청춘을 좀먹는다고 했습니다. 원수에 대한 증오심을 없애고 세상에서 생기는 오해를 종결시키고 국왕을 화해시키고 허위의 가면을 벗기고 진실을 드러내고 악을 행한 자가 뉘우칠 때까지 고통을 주고 건축물을 폐허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정답은 “시간”입니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시간을 가리켜서 이렇게 다양한 단어로 표현을 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시간은 무엇일까요? 시간은 축복일까요 아니면 저주일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시간이 때로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은 부정적으로 보면 민첩하고 교활해서 우리에게 너무 빨리 다가오고 우리의 청춘을 좀먹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시간을 두려워하고 시간 때문에 근심합니다. 어렸을 때는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빨리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늦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렸을 때는 시간이 너무 안가서 지루했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시간이 너무 빨리가서 걱정입니다. 반대로 시간은 긍정적으로 보면 원수에 대한 증오심을 없애주고 세상에서 생기는 오해를 종결시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거짓이 밝혀지고 진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통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밝혀진다고 말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시간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적으로 생각해 보면 하나님은 영원하신 분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 없고 피조물인 사람에게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태어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습니다. 창세기 1장 천지창조 이야기를 보면 하나님께서는 제일 먼저 빛을 창조하시고 빛과 어둠을 나누시고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습니다. 빛을 창조하시고 낮과 밤을 나누셨다는 말은 천지를 창조하실 때 제일 먼저 시간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천지창조 이전에는 시간이 없는 영원한 세상이었는데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면서 시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피조물인 우리들은 시간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에 따라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시간을 무서워합니다. 우리들도 가끔 살다보면 시간 가는 것이 무섭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시간의 끝에는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면 죽음과 불안과 허무와 절망과 이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시간을 싫어하고 무서워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축복과 선물로서 시간을 주셨다고 믿는 사람은 시간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시간의 끝에는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완성과 기쁨과 감사와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감사를 드립니다. 사도바울은 디모데후서 4장 7절-8절에서 “나는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의로운 재판장이신 주님께서 그 날에 그것을 나에게 주실 것이며 나에게만이 아니라 주님께서 나타나시기를 사모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주실 것입니다.”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믿음의 선한 싸움을 다 싸웠기 때문에 죽는 것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께서 나에에 의의 면류관을 씌워 주실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시간의 끝에는 죽음과 불안과 허무와 절망과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시간의 끝에는 삶의 완성과 기쁨과 감사와 구원과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를 태어나게 하시고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살았습니다. 저의 시간이 다 끝나면 사랑의 하나님을 뵙고 십습니다” 믿음의 사람은 시간의 마지막에 이런 고백을 하게 될 것입니다.

헬라어에는 시간를 가리키는 두가지 단어가 있는데 크로노스는 주어진 시간, 의미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가리키고, 카이로스는 나에게 의미와 기쁨과 보람을 주는 영적인 시간을 가리킵니다. 중세 시대의 해시계를 보면 “매 순간 상처를 입히고 마지막에는 죽인다(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습니다. 시간이 매 순간 상처를 입히고 마지막에는 우리를 죽인다고 생각해서 해시계에 저런 글자를 써 놓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에는 허무하고 무의미한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기쁨을 주는 시간도 있습니다. 시간을 크로노스로 보면 하루하루가 그냥 지나가고 지루하고 허무하게 보이지만, 시간을 카이로스로 보면 하루하루가 의미있고 기쁨과 보람이 넘치는 날이 됩니다. 기독교를 대표하는 신학자 중의 한 사람인 어거스틴은 우리의 몸은 어쩔 수 없이 물리적인 시간(크로노스)을 살지만, 우리의 마음은 영적인 시간(카이로스)를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가 들고 주름살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마음 먹기에 따라서 영적이고 기쁨이 충만한 시간(카이로스)를 살 수 있습니니다. 구약 성경 여호수아서를 보면 여호수아가 아모리 족속과 싸울 때, 태양과 달이 멈추게 해달라고 기도했더니 태양과 달이 멈추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리적으로 태양과 달이 운행을 멈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종종 세상을 살면서 어느 순간이 너무 중요하고 소중해서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고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살면 시간이 덧없이 빠르게 지나가지만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살면 시간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나에게 의미와 기쁨을 주는 시간이 카이로스인데, 우리가 만일 매순간 카이로스의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면 시간은 우리에게 축복으로 다가 올 것입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30대 딸을 둔 어느 어머니가 다시 젊어지고 싶어서 얼굴 피부재생수술을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30대 딸이 어머니를 보고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엄마, 나는 얼굴만 젊어진 엄마보다는,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삶을 가르쳐 주는 우아하고 지혜로운 엄마, 주름살 있는 옛날 엄마가 더 좋아”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죽는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에 시간을 무서워합니다. 하지만 하나님 믿는 사람은 시간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축복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시간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크로노스가 아니라 카이로스, 사랑하고 감사하고 기뻐하고 봉사하면서 이 땅을 살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시편 90편 시인은 “우리에게 우리의 날을 계수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시간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아무런 의미없이 세상을 살면 시간가는 것이 무섭지만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께 가까이 간다고 생각하면 시간가는 것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을 막으려고 하기 보다는 하루하루 내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시간으로 바꾸어 사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시간의 끝에는 죽음과 어둠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광의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 줄로 믿습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계산하면서 복되고 감사한 삶을 사는 우리들 모두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piphany, teach us to count our days
Psalm 90:1 – 12

Lord, you have been our dwelling place in all generations. Before the mountains were brought forth, or ever you had formed the earth and the world, from everlasting to everlasting you are God. You turn us back to dust, and say, “Turn back, you mortals.” For a thousand years in your sight are like yesterday when it is past, or like a watch in the night. You sweep them away. They are like a dream, like grass that is renewed in the morning. In the morning it flourishes and is renewed. In the evening it fades and withers. For we are consumed by your anger. By your wrath, we are overwhelmed. You have set our iniquities before you, our secret sins in the light of your countenance. For all our days pass away under your wrath. Our years come to an end like a sigh. The days of our life are seventy years, or perhaps eighty if we are strong. Even then their span is only toil and trouble. They are soon gone, and we fly away. Who considers the power of your anger? Your wrath is as great as the fear that is due you. So teach us to count our days that we may gain a wise heart. (Psalm 90:1 – 12)

The Greek word Kronos refers to the given time flowing meaninglessly, and Kairos refers to spiritual time giving meaning and joy. When we look at the time in Kronos, it seems boring and empty every day, but when we see the time in Kairo, day becomes a meaningful and joyful day. Augustine says our bodies live physical times (Kronos), but our minds can live spiritual times (Kairo). Joshua, the leader of the Hebrew people, prayed that the sun and moon would stop when they were fighting the Amorites. Physically, the sun and the moon will not stop running. But we have a moment when the time is so important and precious that time seems to have stopped and the moment is not forgotten. Truly, those who believe in God do not fear time. Not only did God give us time to bless us, but also God is waiting for us at the end of time. Psalm 90, a poet of the book we read today, prayed, “Teach us how to count our days.” The poet prayed that the time given by God would not be forever so that he would cherish the time given. At the end of the time, we believe that not death and darkness, but the glorious God is waiting for us. We are called to live a blessed and thankful life while valuing the time given each day.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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