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 산의 영광과 땅의 고난

주현절 후 일곱번째 주일 / 2월 네번째 주일
출애굽기 24:12-18, 마태복음 17:1-9
주현절, 산의 영광과 땅의 고난
정해빈 목사

 

오늘은 주현절 마지막 주일입니다. 예수님이 산에 올라가셔서 변화되신 것을 기념해서 오늘을 “변화주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주현절의 상징은 빛입니다. 오늘이 주현절 마지막 주일이라서 그런지 출애굽기와 마태복음에 빛이 나옵니다. 산 위에서 예수님의 얼굴이 해같이 빛났다는 말씀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셨을 때 얼굴이 해와 같이 빛났고 옷은 빛과 같이 희게 되었고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에게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 주 동안 마태복음 5장에 기록된 산상수훈의 말씀을 함께 묵상했습니다. 예수께서 가장 중요한 말씀을 산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얼굴이 해같이 빛나는 영광도 산에서 받으셨습니다. 산은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이고 말씀과 은혜와 영광을 받는 장소입니다. 오늘 말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예수님은 산에서 영광/은혜를 받으신 후에 땅에서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산에서 영광/은혜를 받은 이유는 땅에서의 고난을 견디기 위함이었습니다. 주님은 산에서 영광/은혜를 받으신 후에 십자가 고난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영광/은혜/기쁨/감사를 충분히 받을 때 우리는 세상의 고난을 견딜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산에서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셨다는 말은 예수님이 모세와 엘리야의 예언자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성경에는 예수님이 아브라함과 다윗의 후손이라는 말씀이 종종 나옵니다. 혈통적으로는 예수님이 아브라함과 다윗의 후손일 수 있지만 삶으로 보면 예수님은 모세와 엘리야의 예언자 전통에 서 계셨습니다. 기원전 1400년경 모세는 히브리 백성들을 애굽의 노예에서 해방시켰고 시내산/호렙산에서 율법/십계명을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을 개인적으로 부르셨지만 모세를 통해서는 히브리 백성들과 만나서 단체로 계약을 체결하셨습니다. 모세를 통해서 자유와 해방의 히브리/기독교 신앙이 시작되었습니다. 모세는 히브리 신앙을 대표합니다. 이집트 제국이 아니라 야훼 하나님을 섬기고, 억압과 차별이 없는 평등한 하나님 나라를 만들고, 십계명을 지키는 거룩한 제사장 민족이 되겠다고 고백하는 신앙이 히브리 신앙입니다. 시내산 전통, 십계명 전통, 자유와 해방의 전통이 모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모세를 통해서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변화산에서 모세를 만나셨다는 오늘 말씀은 예수님이 모세의 전통, 하나님 나라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모세가 등장한 지 대략 600년이 지난 후에 엘리야가 등장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율법은 잊혀졌고 사람들은 야훼 하나님 대신 생산과 풍요와 타락의 신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갈라졌고 북이스라엘은 폭군 아합과 이세벨이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 때 등장한 엘리야는 아합/이세벨 정권에 반대하였고 북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히브리 전통, 모세의 율법을 잊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 덕분에 엘리야는 아합/이세벨의 미움을 받아서 광야로 도망가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열왕기상 19장 말씀을 보면 아합/이세벨의 미움을 받은 엘리야가 시내산/호렙산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에게 아직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000명이 있으니까 그들과 함께 무너진 히브리 신앙을 재건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엘리야가 시내산/호렙산에서 받은 사명을 한마디로 말하면 모세가 시작한 히브리 신앙을 계승하는 것이었고 무너진 율법/십계명을 다시 재건하는 일이었습니다.

모세와 엘리야 모두 시내산/호렙산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산은 하나님을 만나 말씀/사명받고 은혜받고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장소입니다. 모세와 엘리야 모두 산에서 하나님을 만나 말씀/사명받고 은혜받고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였습니다. 예수님도 산에서 하나님을 만나 말씀/사명받고 은혜받고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셨습니다. 산에 기도원이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산은 하나님 만나고 은혜받는 장소입니다.

예수님은 산에서 모세와 엘리야를 만나시고 은혜/영광 받으셔서 옷이 빛과 같이 희게 되었고 얼굴이 해같이 빛나셨습니다. 이 장면을 본 베드로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선생님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다가 초막 셋을 지어서 모세와 엘리야와 예수님 세분을 모시겠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딴 소리 하지 말고 예수님의 뜻을 따르라는 메시지입니다. 산 위에서 초막 짓고 계속 살 생각하지 말라는 메시지입니다. 예수님이 산 위에 오르신 것은 영광/은혜를 받고나서 산 아래로 내려가고자 함이었습니다. 산 위에서 영광을 받고 산 아래에서 고난을 받는 것이 예수님의 목적이었습니다. 산 위에서 영광을 받아야만 산 아래에서 고난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예수님은 산 위로 오르셨습니다. 산 위에 오르신 것은 산 아래로 내려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산 위에서 영광/은혜/축복만 받으려고 하고 산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려는 신앙은 거짓된 신앙입니다. 영광/은혜/축복만 받으려고 하고 고난/헌신/희생을 거부하는 신앙은 잘못된 신앙입니다. 예수 믿으면 가정이 행복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삶이 형통해집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됩니다. 고통받는 세상 속으로 내려가서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고난에 동참하고 이웃을 살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인도의 지도자 간디는 사회를 망치는 7가지 사회악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원칙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노동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양심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인격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 도덕성없는 상업(Commerce without Morality), 인간성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희생없는 예배(Worship without Sacrifice). 고난/희생없는 영광/예배는 거짓된 종교입니다.

최근 한국 대구에 있는 신천지 교회에서 다수의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어떤 교인은 검사를 두 차례나 거부하고 바이러스를 주변에 전염시켰고 그 교회는 교인들에게 예배 참석했다는 것을 숨기라고 지시하고 교회당 문을 잠그고 소독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종교를 선택해서 믿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종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그 종교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지, 사회를 위해서 헌신하고 고난에 참여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영광/은혜만 받으려고 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는 종교는 가짜 종교입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에게 영광과 은혜와 축복을 주십니다. 만약 우리가 영광을 받는다면 그것은 땅에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산 위의 영광은 산 아래의 고난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늘의 영광을 받으신 후에 산 아래로 내려가셔서 고난을 짊어지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영광과 축복을 이웃과 나누고 때로는 고난도 짊어지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piphany, mountain glory and earthly suffering
Exodus 24:12-18, Matthew 17:1-9

The story that Jesus met Moses and Elijah on the mountain indicates that Jesus succeeds in their prophetic tradition. Moses freed the Hebrew people from slavery in Egypt and received the Law from Mount Sinai. Through Moses, the Hebrew and Christian faith of freedom and liberation began. The story of Jesus’ encounter with Moses on the mountain indicates that Jesus inherits the tradition of Moses, the vision of the kingdom of God. When Elijah appeared about 600 years after Moses, the Law was forgotten and people served Baal and Asher, the gods of production and corruption, instead of Yahweh God. Having witnessed these scenes, Elijah insisted on the northern Israelites not to forget the Hebrew tradition which Moses had delivered to them. Moses and Elijah both met God on Mount Sinai. Thus, the mountain symbolizes the place where we encounter God, God’s mission, and grace. When Peter saw Jesus’ face shining like the sun, he got excited and said, “If you wish, I will make three dwellings here.” Yet from the cloud, a voice said. “This is my beloved son. With him, I am well pleased. listen to him!” Jesus’ purpose on the mountain was to go down the mountain after receiving glory. If a religion emphasizes only the glory and blessings on the mountain and does not have the willingness to go down the mountain, that would be false faith. We believe that God gives us glory and grace. But if we are glorified, it is because there is work to be done on earth. Today’s scripture reminds us that glory on the mountain must lead to service on earth. After receiving the glory of heaven, Jesus descended down and suffered for righteousness. With the glory and blessing given by God, we are called to go down the mountain and devote ourselves to the kingdom of God.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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