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

성령강림절 후 두번째 주일/6월 네번째 주일
성령강림절,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
열왕기상 19:1-4, 8-12
정해빈 목사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질병을 꼽으라면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는 갑자기 두려움과 불안감이 밀려와서 가슴이 뛰고 호흡이 곤란한 상태를 가리키고 우울증은 활력을 잃어버리고 무기력한 상태를 가리키고 불면증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증상을 가리킵니다. 옛날에는 이런 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도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은 공황장애나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겪었을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충격스러운 사고를 만나거나 사업에 실패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우리는 증상을 만나게 됩니다. 공황장애/우울증/불면증 외에 자주 쓰이는 말이 탈진(burnout)입니다. 글자 그대로 불타 없어졌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친 상태를 가리킵니다. 1970년대 정신분석가인 하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라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탈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로 이 말은 요즘 현대인들이 자주 쓰는 말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거나 봉사하는 일을 하거나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들, 예를 들면 택시운전사/변호사/교사/경찰/공무원/의사/간호사/정치인/사회사업가/종교인들이 탈진을 많이 경험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봉사하고 섬기다 보면 다른 직업보다 쉽게 지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즘에는 이런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증상을 만나면 숨길 필요도 없고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증상이 오면 “요즘 내가 많이 지쳐 있구나, 요즘 내 몸이 많이 약해졌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면 이런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상담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간구하면 보혜사 성령께서 우리를 찾아오셔서 우리를 위로해 주시고 치료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열왕기상 19장 말씀을 보면 엘리야 선지자가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 공황장애/우울증/탈진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을 대표하는 예언자/지도자를 꼽으라면 모세와 엘리야를 꼽을 수 있습니다. 다윗/솔로몬 시대에 나라의 힘이 가장 셌지만 다윗/솔로몬이 죽고 나서 이스라엘이 둘로 갈라졌기 때문에 다윗/솔로몬은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지도자/예언자는 모세와 엘리야였습니다. 모세는 히브리 노예들을 이집트에서 해방시켰고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계약을 맺었고 그들을 광야로 인도했습니다. 엘리야는 모세가 죽고 나서 500년 쯤 후에 등장했는데 500년이 지나고 나니까 백성들이 모세가 가르쳐 준 율법도 잊었고 야훼/여호와 하나님 신앙도 다 잊어버렸습니다. 모세가 이집트 바로 왕과 대결한 것처럼, 엘리야는 북이스라엘의 아합/이세벨과 대결했습니다. 당시 북이스라엘은 무역을 잘해서 강대국이 되었는데 아합/이세벨은 야훼 선지자들을 다 내쫓고 바알을 섬겼습니다. 바알은 가나안 농경신이었는데 바알에게 빌면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고 사람들이 믿었습니다. 바알은 한마디로 말하면 쾌락과 물질의 신이었습니다. 바알에게 제사드리는 신전에 가보니까 먹을 것도 많고 성적으로 쾌락이 넘쳐 납니다. 바알이 돈과 쾌락의 신이다 보니까 대부분의 이스라엘 백성들도 십계명을 주신 야훼/여호와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을 섬겼습니다. 모세가 죽고 나서 500년 쯤 되었을 때 등장한 엘리야는 바알을 섬기는 450명 선지자들과 누가 하늘에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지 대결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대결에서 승리한 엘리야가 바알 선지자들을 죽이니까 이세벨이 엘리야를 죽이려고 하였고 그래서 엘리야는 도망을 갔는데 육체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지쳐서 죽기 일보직전에 와 있었습니다.

모세와 더불어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최고의 예언자인 엘리야가 쓰러졌다는 사실은 사람은 누구나 쓰러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신의학회가 만든 스트레스 점수가 있습니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최고점수가 200점이라고 한다면 배우자/자식사망이 74점, 부모사망이 66점, 이혼이 63점, 직장파면이 50점, 결혼이 50점, 중병이 44점, 이사가 35점, 시댁/처가와의 갈등이 34점, 직장 상사와의 갈등이 23점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찾아오면 사람은 공황장애/우울증/불면증/탈진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엘리야의 경우를 자세히 보면, 엘리야의 성격에 극단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나쁜 상태로 변하는 성격을 조울증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감정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엘리야는 스스로 자원해서 갈멜산 정상에서 바알 선지자 450명과 누가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지 내기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이 대결에서 승리한 엘리야는 바알 선지자들을 죽였는데 이세벨이 화가 나서 자기를 죽이려고 하니까 이번에는 두려움에 떨어서 그만 죽고 싶으니 여기서 죽여 달라고 말했습니다. 바알 선지자들과 싸워 이길 때는 이제 정권이 교체되고 적폐를 청산하고 좋은 세상이 오겠구나 생각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아합의 부인 이세벨이 군대를 동원해서 자기를 죽이려고 하니까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고 백성들도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엘리야는 하나님을 원망하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하나님, 아무리 큰 기적을 베풀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너무 힘들고 지쳤으니 그만 여기서 죽게 해 주십시오”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를 먹이시고 재우셨습니다. 그리고는 너 혼자서만 바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사람이 7000명 더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 혼자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지치기 쉬운데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에게 너 외에도 바알에게 무릎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는 40일을 걸어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던 호렙산/시내산으로 오라고 그를 부르셨습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사람이 지쳐 쓰러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엘리야처럼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을 때, 나 혼자서 일한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탈진을 경험하게 됩니다.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으면 사람은 더 큰 기적을 바라게 됩니다. 엘리야는 호렙산에서 더 큰 기적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기 원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크고 강한 바람 가운데서도 나타나지 않으시고, 지진 가운데서도 나타나지 않으시고, 불 가운데서도 나타나지 않으시고 마지막 네 번째로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를 통해서 나타나셨습니다.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가 성령께서 역사하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성령을 받으면 하늘에서 불이 떨어지고 방언을 하고 기사와 이적을 한다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성령께서는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를 통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십니다.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로 “아무개야,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지치지 말아라. 나 혼자 일한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붙들어 줄 것이다”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영어 표현 중에 sustai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붙잡아 준다, 지지해 준다, 지탱해 준다는 뜻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지치지 않도록 우리를 붙들어 주십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자녀를 양육하거나 부모님을 모시는 일일 수도 있고, 직장에서 맡은 일일 수도 있고, 사회봉사일 수도 있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빨리 뜨거워지면 빨리 식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Soon hot, soon cold. 한번의 기적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실함과 인내와 끈기가 세상을 바꿉니다. 반짝 성공하고 쉽게 지치는 사람보다는 오래참고 끈기있게 견디고 노력하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입니다. 끈기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꿉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지금 나에게 주어진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Pentecost, a sound of sheer silence
1 Kings 19:1-4, 8-12

Ahab told Jezebel all that Elijah had done, and how he had killed all the prophets with the sword. Then Jezebel sent a messenger to Elijah, saying, “So may the gods do to me, and more also, if I do not make your life like the life of one of them by this time tomorrow.” Then he was afraid; he got up and fled for his life, and came to Beer-sheba, which belongs to Judah; he left his servant there. But he himself went a day’s journey into the wilderness, and came and sat down under a solitary broom tree. He asked that he might die: “It is enough; now, O Lord, take away my life, for I am no better than my ancestors…” He got up, and ate and drank; then he went in the strength of that food forty days and forty nights to Horeb the mount of God. At that place he came to a cave, and spent the night there. Then the word of the Lord came to him, saying, “What are you doing here, Elijah?” He answered, “I have been very zealous for the Lord, the God of hosts; for the Israelites have forsaken your covenant, thrown down your altars, and killed your prophets with the sword. I alone am left, and they are seeking my life, to take it away.” He said, “Go out and stand on the mountain before the Lord, for the Lord is about to pass by.” Now there was a great wind, so strong that it was splitting mountains and breaking rocks in pieces before the Lord, but the Lord was not in the wind; and after the wind an earthquake, but the Lord was not in the earthquake; and after the earthquake a fire, but the Lord was not in the fire; and after the fire a sound of sheer silence. (1 Kings 19:1-4, 8-12)

Today’s story indicates that the Holy Spirit does not always appear through a strong wind, earthquake, or fire, but sometimes appears with a soft and quiet voice. God, who appeared in this way, raised Elijah again and taught him what to do. History says that one miracle does not change the world, but sincerity, patience and persistence change the world. “Soon hot, soon cold.” Truly, the Holy Spirit keeps us from giving up quickly. The Holy Spirit sustains us so that we can continue our work. Today’s story reminds us that following the guidance of the Holy Spirit, we are called to walk faithfully in the way we are now given for the kingdom of God.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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