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 고통과 지혜는 함께 자란다

주현절 다섯번째 주일/2월 첫번째 주일
주현절, 고통과 지혜는 함께 자란다
누가복음 2:41 – 52
정해빈 목사

 

지난 일주일은 최근 들어 가장 춥고 가장 눈이 많이 온 일주일이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50년 만에 가장 많은 26cm 눈이 왔고 영하 20도 날씨가 며칠간 계속되었습니다. 성도님들 모두 큰 어려움 없이 일주일을 잘 보내셨을 줄로 압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겨울이 그냥 쉽게 지나갈 리가 없고 이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 겨울이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들의 인생도 그렇고 자녀들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에 쉬운 인생은 없습니다. 어렵고 힘든 기간을 거치면서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고 자녀들은 점차 어른으로 성장해 갑니다. 도종환 시인이 쓴 “흔들리며 피는 꽃”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아름다운 꽃이 피려면 비바람에 흔들리고 젖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 꽃이 피듯이 우리들의 인생도 눈보라에 흔들리고 젖는 과정을 거쳐야만 아름답고 성숙한 인생이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누가복음 2장 말씀을 보면 예수님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경에는 예수님의 청소년 시절 이야기가 누가복음 2장에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말씀을 통해서 첫째로 예수님도 우리들의 청소년 시절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부모님을 애타게 하고, 때로는 인생에 대해서 고민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와 깊게 토론도 하면서, 고민과 방황과 깨달음을 통해서 점점 어른으로 성장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니까 아무런 고민도 안하고 방황도 안하신 것처럼 생각하기가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예수님은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질문하고 공부하고 대화하고 깨달으면서 점차 어른으로 성장하셨습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 예수님이 열두 살 되었을 때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갔다고 되어 있는데, 본래 유대교에서는 남자가 13살 되었을 때 “바 미쯔바”(bar mitzbah) 성인식을 치르고 성전에 올라가고 율법을 지킬 의무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12살 때 성전에 올라갔습니다. 아마도 소년 예수가 총명하니까 부모님이 일찍 예수를 데리고 갔던 것 같습니다. 유월절 제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하루가 지난 다음에 부모는 예수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예루살렘에 돌아가서 찾다가 예수가 성전에서 선생들과 토론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부모가 아이가 없다는 것을 하루가 지난 다음에 발견할 수 있을까요?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이 함께 갔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부모는 예수를 사흘 뒤에 성전에서 찾았는데 이것은 예수님이 나중에 3일 만에 부활하셨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아이는 열두 살쯤 되면 자아가 형성되고 독립심이 발달해서 서서히 부모에게서 멀어지면서 자기 세계를 쌓기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얘야, 이게 무슨 일이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찾느라고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고 말하니까 소년 예수는 어머니에게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습니까?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을 알지 못하셨습니까?” 라고 대답했습니다. 좋게 표현하면 영적인 아버지의 집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을 가리키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소년 예수가 이런 퉁명스런 대답을 통해서 서서히 부모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식은 자라면서 서서히 부모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부모가 3일 만에 간신히 소년 예수를 찾았는데 소년 예수는 내가 성전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자녀를 기르다보면 자녀가 부모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가 오면 부모는 이 아이가 왜 부모 말을 안 들을까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 아이가 서서히 자립할 준비를 하는구나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년기에서 소년기로 바뀔 때가 바로 그런 시기입니다. 소년기가 되면 아이는 안전하지만 좁은 가족의 품을 떠나 위험하지만 더 넓은 세계로 나가려고 준비를 합니다. 지금까지는 부모가 결정하고 부모가 보호해주었지만 이제부터는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준비를 합니다. 이 모두가 어른이 되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우리는 오늘 말씀을 통해서 아이를 바르게 지도할 선생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말씀 46절 – 47절을 보면 “그는 선생들 가운데 앉아서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의 슬기와 대답에 경탄하였다”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지금까지는 소년 예수가 부모와 대화를 하였다면 이제부터는 선생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어른들이 대화에 끼어주지 않았는데 지금 소년 예수는 선생들에게 질문하였고 선생들은 소년 예수를 어른으로 대접해 주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사람이 성장하려면 처음에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그 아이와 대화하고 가르치고 그 아이를 넓은 세계로 이끌어 주는 선생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선생이 있었기에 소년 예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전의 역할이 중요하고 오늘날로 말하면 교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 교회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주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부모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점들을 발견하고 아이의 잠재력을 개발시켜 주는 그런 선생의 역할을 감당하는 곳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설날을 맞이해서 교회학교와 청년들이 어른들에게 세배를 합니다. 우리 교회가 예수님과 대화했던 성전의 선생들처럼 아이들과 청년들을 축복해주고 어른으로 키워주는 그런 교회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세번째로 우리는 오늘 말씀을 통해서 신앙 성장에는 모험과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설교 제목처럼 고통과 지혜는 함께 자라는 것이 영적인 이치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말씀을 자세히 보면 예수님의 가정도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가정이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녀는 때가 되면 부모의 생각을 뛰어넘어서 자신만의 인생을 살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부모의 속을 애타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험과 고통을 통해서 자녀의 인격과 생각과 신앙은 자라게 될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고통과 모험을 통해서 신앙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야곱은 아버지와 형을 속인 뒤에 20년간 고향을 떠나 살았는데 그런 고통과 모험을 통해서 조금씩 성장하였고 마침내 아브라함과 이삭의 뒤를 잇는 족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야곱의 형 에서는 집을 떠나지 않고 살았는데 집을 떠난 야곱이 믿음의 족장이 되었습니다. 탕자의 비유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 유산을 가지고 집을 떠났다가 재산을 탕진하고 거지가 되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둘째 아들을 껴안고 옷을 입히고 금반지를 끼워주고 잔치를 벌였습니다. 큰아들이 항의하니까 너는 항상 내 옆에 있지만 둘째 아들은 죽었다가 살아났으니 기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은 당신의 경험을 가지고 탕자 이야기를 말씀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집 안에만 있는 큰아들과 같은 삶을 살지 않았고 집을 떠나서 큰 깨달음을 얻고 난 후에 집으로 돌아온 둘째 아들과 같은 삶을 사셨습니다. 혹시 내 아이가 야곱이나 탕자처럼 살고 있다면 너무 꾸짖지 마시고 이 아이가 큰 인물, 큰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지금 방황하고 있구나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의 결론입니다. 예수님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부모에게 순종하며 사셨고 점점 자라면서 지혜와 키가 자랐고 하나님과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지혜와 키는 저절로 자라지 않고 모험과 고통을 통해서 자랍니다. 모험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낯선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고 질문할 때, 우리의 신앙은 넓어지고 깊어지고 높아질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신앙이 자라기를 원하십니다. 때로는 모험/고통을 통해서, 때로는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때로는 질문/대화/토론을 통해서, 때로는 영적 스승을 통해서 우리의 신앙은 자라게 될 것입니다. 소년 예수처럼, 모험과 고통이 있어도 모험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모험과 고통을 통해서 신앙이 자라고 지혜가 자라는 우리들과 우리 교회가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piphany, pain and wisdom grow together
Luke 2:41 – 52

Now every year his parents went to Jerusalem for the festival of the Passover. And when he was twelve years old, they went up as usual for the festival. When the festival was ended and they started to return, the boy Jesus stayed behind in Jerusalem, but his parents did not know it. Assuming that he was in the group of travelers, they went a day’s journey. Then they started to look for him among their relatives and friends. When they did not find him, they returned to Jerusalem to search for him. After three days they found him in the temple, sitting among the teachers, listening to them and asking them questions. And all who heard him were amazed at his understanding and his answers. When his parents saw him they were astonished; and his mother said to him, “Child, why have you treated us like this? Look, your father and I have been searching for you in great anxiety.” He said to them, “Why were you searching for me? Did you not know that I must be in my Father’s house?” But they did not understand what he said to them. Then he went down with them and came to Nazareth, and was obedient to them. His mother treasured all these things in her heart. And Jesus increased in wisdom and in years, and in divine and human favor. (Luke 2:41 – 52)

Through Luke 2, we can see how Jesus’ youth was unique and different from others. At the age of 12, Jesus, who went up to the temple with his parents, did not go home and had a few days of discussion with the temple teachers. First, we can see through the word that Jesus, like ourselves, has grown up to be an adult as he was anxious, conversing and discussing faith and life. As the children grow up, they slowly begin to think differently with their parents and have a curiosity about the outside world. Second, we can learn from today’s story that the role of the teacher who will lead the child right is crucial. The role of a parent is important at first to grow a child, but later it is important for the teacher to talk, teach, and lead the child to a broader world. Because of these great teachers, the boy Jesus could grow up to be an adult. Today’s passages indicate that our church should be a church that will listen to children’s stories and lead their potential. Third, we can realize that faith growth is followed by adventure and suffering. We know a lot about the Bible story of faith growing through pain and adventure. Jacob grew bitterly through the pain and adventure of his hometown for twenty years after deceiving his father and brother, and finally became a patriarch behind Abraham and Isaac. The prodigal son who left home with his father’s inheritance returned home after disposing of his property. Perhaps Jesus had spoken the prodigal son with his own experience. Today’s story reminds us that through our adventure, suffering, strangers, questions, conversations, discussions, and through spiritual teachers, our faith will grow. We are called, Like boy Jesus, not to be afraid of adventure and suffering, and believe that through adventure and suffering, faith and wisdom will grow.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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