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

사순절 첫번째 주일 / 2월 세번째 주일
창세기 9:11-17, 베드로전서 3:18-22
사순절,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
정해빈 목사

 

미국의 수의사이자 언론학자인 마크 제롬 월터스가 쓴 [에코데믹, 끝나지 않는 전염병]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원래 제목은 [Six Modern Plagues and How We Are Causing Them, 우리는 어떻게 여섯가지 전염병을 만들었나] 입니다. [에코데믹, Ecodemic]이라는 말은 Eco(환경) + Demic(전염병), 즉 환경전염병을 가리킵니다. 18년 전에 쓴 책인데 지금의 코로나19 전염병을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21세기 인류 문명을 위협하고 있는 여섯가지 전염병을 설명했습니다. 첫번째는 광우병입니다. 목축업자들이 소나 양의 몸무게를 빨리 늘리기 위해서 초식동물에게 동물 사료를 먹였습니다. 초식동물은 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데 소가 소고기를 먹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로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광우병이 발생했고 그 병이 인간에 전염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살모넬라균입니다.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목축업자들이 비좁고 비위생적인 대규모 가축시설에서 가축들을 기르면서 사는 가축들이 빨리 자라도록 성장 항생제를 주입했는데 항생제를 자주 쓰다보니 내성이 생긴 병균이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세번째는 에이즈(AIDS)입니다. 이 병은 보통 성병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숲을 파괴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숲을 제거하는 벌목꾼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서 고릴리와 침팬지 같은 야생동물을 잡아먹다가 에이즈에 감염되기 시작했습니다. 네번째는 라임병입니다. 에이즈와 마찬가지로 이 병도 사람들이 숲을 파괴하면서 숲에 사는 진드기가 사람에게 전염되면서 발생했습니다. 다섯번째는 한타바이러스 폐병입니다. 이 병은 엘니뇨 현상과 같이 기후변화로 인해 비가 많이 내린 곳에서 생쥐 숫자가 늘어나면서 발생했습니다. 여섯번째는 웨스트나일뇌염입니다. 이 병도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했습니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모기 숫자가 늘어나게 되었고 나일강 모기 몸속에 사는 바이러스가 철새 또는 나일강을 방문한 인간을 따라가면서 전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 21세기에 발생한 모든 전염병들이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초식동물에게 동물사료를 먹이고 항생제를 남용하고 숲을 없애고 생물 사이의 균형을 교란시키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토착 생물들을 뒤섞는 등 자연질서를 파괴하였기 때문에 그 결과로 많은 전염병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인류가 자연을 존경하고 조심스럽게 대하였더라면, 숲을 파괴하지 않았더라면, 동물사료나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기후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군비경쟁 대신 의료보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전염병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분이고 자연과 같이 살아야 하고 자연의 질서에 의존하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자연이 건강하면 사람도 건강하고 자연이 파괴되면 사람도 파괴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이 책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첫번째로 읽은 창세기 9장에 의하면 하나님께서는 노아의 홍수 이후에 노아와 그의 가족들에게 나타나셔서 그들과 새로운 언약을 체결하셨습니다. “다시는 사람이 악하다고 하여서 땅을 저주하지는 않겠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그 마음의 생각이 악하기 마련이다. 다시는 이번에 한 것 같이 모든 생물을 없애지는 않겠다”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사람이 악을 행할지라도 다시는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고 그 약속의 징표로 무지개를 보여주셨습니다. 히브리 사람들은 무지개를 볼 때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떠올렸습니다. 무지개는 생명을 보존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언약을 맺을 때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물들과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것은 단지 사람이 소중해서가 아니라 모든 생물들의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사람보다 먼저 식물/동물을 창조하셨고 사람보다 먼저 식물/동물과 언약을 체결하셨습니다. 사람보다 먼저 식물/동물에게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는 창세기 9장에서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과 언약을 체결하시고 이 땅을 보존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노아 시대에는 사람들이 악을 저질렀기 때문에 많은 생명들이 죽고 세상이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인간의 교만 때문에 세상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인간의 악 때문에 세상이 파괴되었고 오늘날에는 인간의 교만 때문에 세상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교만 때문에 6가지의 전염병이 발생하였고 지금 인류는 7번째 전염병인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스포트(MS)를 창업한 빌 게이츠는 2015년 연설에서 “앞으로 수십 년 내에 1000만 명 이상을 죽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건 전쟁이 아니라 높은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 질병일 것이다. 우리는 핵무기 억지에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지만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예언은 5년 후 현실이 되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빌 게이츠는 자선재단을 만들어서 인류의 빈곤퇴치와 보건확대를 위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 한국의 인터콥이라는 극단적인 개신교 선교단체 대표는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이 사람들의 DNA를 바꿔서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 백신을 만들었다는 음모론을 주장했습니다.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 할 선교단체가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고 코로나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참된 선지자이고 전염병을 확산시키고 거짓 음모론을 퍼트리는 사람이 거짓 선지자입니다. 우리는 창세기 9장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인류를 불쌍히 여기사 무지개 언약을 기억하시고 인류와 자연을 보존해주시고 회복시켜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심판하기를 원하지 않으시고 세상을 구원하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두번째로 읽은 베드로전서 3장은 그리스도께서 육으로는 죽임을 당하시고 영으로는 살리심을 받으셔서 모든 사람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셨다고 말했습니다. 베드로전서 3장의 해석에 의하면,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운명하시고 부활하실 때까지 3일 동안 과거에 죽은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셨습니다. 초대교회는 예수님의 죽음을 이런 방식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들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죽은 사람들, 옛날 노아가 방주를 지을 때 죽었던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그들을 만나셨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고 악을 행함으로써 물로 심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는 그때 죽은 사람들도 구원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과거에 죽은 사람들, 현재의 사람들, 미래의 사람들 모두를 구원하기 원하신다는 것이 초대교회의 해석이었습니다. 노아의 가족들은 하나님과 언약을 체결하고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베드로전서는 노아가 맺은 언약이 바로 세례라고 말했습니다. 노아의 가족들이 물을 통해서 구원받았듯이 우리는 물세례를 통해서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초대교회는 세례가 구원의 방주라고 생각했습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세상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고 그리스도의 삶을 따른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만약 우리가 노아 시대 사람들처럼 악을 행한다면 우리의 악한 행동 때문에 모든 생명들은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오직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순종하고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의 삶을 뒤따를 때, 이 땅의 생명은 회복될 것입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며 하나님께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과 언약을 맺으셨다는 사실과 그리스도께서 모든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노아가 하나님과 언약을 체결하고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 된 것처럼, 우리들도 세례를 통해서 다시한번 거듭나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을 보존하고 지키는 사람들이 되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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